나는 본질적으로, 그러니까 태생적이거나 유전적인 적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갓 태어난 아기들의 두뇌성능은 똑같으며, 모두 같은 환경에서 같은 체험을 하도록 한다면, 비록 조그만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적성은 차이가 나게 된다. 유전자로 인해 차이가 나는 생물학적 능력은 직업을 결정하고 삶의 모습을 바꾸며 자식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대를 이어가며 그 격차는 벌어져서 결국 가문이라는 이름으로 특기가 전수된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음악을, 미술을, 글쓰기를 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8살이 될 때까지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재밌는 게 없었고 몰입할 게 없었으며 공부할 게 없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오락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내 기억이 시작된다. 내 기억의 제네시스는 소녀시대의 광고음악으로 나오던 보글보글 시작음이며, 거기로부터 내 인생이 시작되었으니, 지금도 글쓰기가 아닌 게임이 내 인생 최고의 가치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글 쓴 시간보다 게임 한 시간이 더 많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나의 받아쓰기 점수는 30점이었다. 아마 2학기까지도 한글을 떼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오락실을 다니면서 두뇌가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해, 2학년 2학기가 되자 반에서 3등 안에는 꼬박꼬박 들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도 나는 글을 쓰지 않고 프로게이머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국민학교 때 다니던 오락실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1탄이 유행이었는데, 내 옆에 동전에 수북하게 쌓은 아저씨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바뀌는 동안 나는 50뭔짜리 동전 하나로 하루 종일 계속 자리를 유지했던 기억이 난다. 취직을 할 무렵에도 권호 라는 격투게임에서 랭커로 이름을 올렸으니, 어쩌면 글쓰기보다 그게 더 적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때는 게임을 직업으로 삼자는 생각 자체를 못했으니 뭐...
어쨌건 본질적으로 적성은 존재하지 않으나, 결국 적성은 존재한다. 대게는 5-6살 정도에 몰입하는 게 적성이 되는 것 같다. 각인 효과라고나 할까. 우리의 뇌는 인생에서 처음 재미를 느끼고 몰입한 것을 평생 기억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자신의 아이가 어린 나이에 무언가를 대단히 몰두한다면 그게 적성이라고 보면 된다.
달리 말하면, 어려서부터 흥미를 붙여 주면 그렇게 키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려서는 싫을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결국 내가 잘하는 게 그거구나 하고 깨닫는다고나 할까. 김연아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 같은 운동선수는 물론이거니와 화가 음악가 등의 예체능, 그리고 문과 이과 모두 그렇다. 어려서 익숙하고 잘하는 걸 결국 커서도 잘하게 되니 그게 바로 적성이 된다.
적성인 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혼자 알게 된다. 여기저기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서 강의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남들은 쉽게 알 수 없는 걸 스스로 깨우쳐서 남들보다 앞서나간다. 이런 사람들은 적성이 있다. 전체의 5% 정도다.
그리고 저절로는 모르더라도, 다른 분야와의 유사성으로 인해 배우면 깨우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배우면 스스로 깨우친 사람만큼이나 능숙해진다. 내가 볼 때는 15%쯤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배워도 못하는 사람이 80%다. 적성이 없다고나 할까... 가르쳐 줘도 모른다. 애초에 흥미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알아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은 빨리 다른 걸 찾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게 그렇다. 블로그도 그렇고 스팀잇도 그렇다. 주식도 부동산도 코인도 다 그렇다. 자기가 뭔가를 잘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적성이 없는 거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배워도 못하는 걸 하려고 애를 쓰면 안 된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걸 열심히 해야 한다. 남들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고 남보다 더 잘하는 걸 해야 한다. 그게 적성이고 성공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