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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떡밥은 보팅봇으로 하겠다. 이게 잘 타오를 장작 같아 보인다. ㅎㅎ
스팀잇에는 정답이 없다. 합의만 있을 뿐이다. 그 합의마저도 엄격하지 않아서, 심지어 대 놓고 중요한 장치로 마련해 둔 다운보팅 같은 경우는 거의 금기시 되는 정도까지 오게 되었다. 그것도 일종의 합의라면 합의일 것이다.
합의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모두가 일치한다. 바로 스팀잇의 발전이다. 다만 우리 사는 자본주의 사회가 그러하듯, 스팀잇 역시 그 방법론에 있어서 이해가 상충된다고 여길 때 분쟁이 생겨난다.
자본주의에서 항상 뜨거울 수밖에 없는 떡밥은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내가 먼저 잘 사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인가, 사회가 잘 살게 되면 나도 따라 잘 살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인간이 악한 본성에 따라, 욕심에 따라, 이기심에 따라 행동할 때 사회가 잘 돌아가도록 만든 게 자본주의다.
반대로 선한 인간의 본성에 따라, 절제에 따라, 이타심에 따라 행동할 때 사회가 잘 돌아가도록 만든 게 사회주의다.
뭔가 이상하다. 왜 전혀 다른 방식인데 사회가 잘 돌아간다고 하는가? 간단하다. 둘 다 맞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하면서 동시에 악하다. 누구는 선하지만 누구는 악하다. 한 때 선한 것도 다른 때는 악할 수 있다. 세상은 매번 바뀌기에 언제나, 어디서나 통용되는 진리란 없다. 한 때는 자본주의가 정답일 수 있고, 한 때는 사회주의가 정답일 수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는 일부 사회주의를 요소를 채택하게 되고, 사회주의 국가는 일부 자본주의 요소를 채택하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동일하다. 그 방법에 있어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인 것이다.
셀프보팅이나 보팅봇을 활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효율적인가? 아닌가? 그것이 스팀잇을 풍성하게 만드는가? 아닌가? 이것은 모두 일리가 있다.
셀프보팅만 해도 그렇다. 셀프보팅을 하게 되면 글의 가치 측정이 되지 않으므로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겠으나, 그 가치를 누가 측정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셀프보팅을 제한하면 글을 쓰는 사람이 줄어서 스팀잇이 발전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둘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니 뭐가 옳다 그러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과도’할 때다. 어떤 방식이든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 셀프보팅을 너무 과도하게 제한해도 문제가 되고, 너무 풀어줘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적당히’하면 되는데 이게 바로 합의다. 적당한 합의... 하든 안하든, 그걸 못마땅하게 볼 사람도 있겠으나, 어쨌건 저 정도까지는 용납하겠다. 이게 바로 사회적 합의고 별 문제만 없으면 그렇게 굴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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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를 가진 사람의 영향력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에게 보팅을 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말해도 뉴비들은, 스파가 없는 사람들은 내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어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말하는 가치관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반대의견을 내기 보다는 조용히 따르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조심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혹은, 내가 임대받은 스파가 없거나 명성이 낮았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님이 말한 의견이 뉴비가 아니라 (60) 이상의 분이거나, 혹은 고래급의 스파가 있었다면 떡밥이 저렇게 흘렀을지, 아니면 좀 다르게 흘렀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 하는 분들이 꽤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명성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사실 무슨 말을, 무슨 행동을 하든 다운보팅 당하거나 강제로 재산 뺏기고 쫓겨나는 일은 없는 곳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기는 한다.
그런데, 이 평판이라는 건 그 이상의 것을 요한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나 자신의 기준대로 상대를 평가하게 되고 그게 관계나 보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니 누구라도 눈치를 보게 된다. 나 역시 지금은 명성도 좀 있고 스파도 늘었으니 눈치 안 보고 행동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평판이 깎이면서 추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고 보면 눈치 보지 말라고 말을 해도 꼭 그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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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잠시 이상한 데로 빠졌는데, 말하고 싶은 것은 정답은 없다는 것과, 네임드급 명성의 고래가 아닌 이상 무슨 짓을 해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일일이 신경 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루에 수백, 수천 명의 닉네임을 기억하고 일일이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서 보팅 안주고, 언팔하고, 뮤트하고 그럴 것 같은가? (그런 사람이 작년에 뉴스에 나왔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건 그렇게까지 눈치를 보는 것은 자의식 과잉일 것 같다.
보팅봇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명백하게 결론을 내릴 사람도 없다. 이것은 마치 투자와 같은 거다. 사야 된다 팔아야 된다 말은 많지만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다.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빠르게 재산이 늘 수도 있지만, 오히려 평판을 갉아 먹을 수도 있다. 모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자신이 감당하면 그만이다.
중요한건 ‘자신이’ 결론내리고 자신이 선택해서 하면 되는데, 남의 눈치 보면서 하기 싫은 거 스트레스 받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음.. 쓰고 보니 위의 문장도 일종의 강요가 될지도 모르겠다. 거참...
스팀잇은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그냥 애초에 셀프보팅 여부를 정해주거나, 보팅봇 여부를 운영진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좋을 텐데, 그냥 던져 놨다. 그리고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서 천장까지, 정말로 인간사회의 축소판이자 가능성을 모조리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신기하다. 아마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분들은 스팀잇에 대해 꽤나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결론은, 하고 싶은 분은 하시고, 말고 싶은 분은 마시라. 그거 일일이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자의식 과잉이다. 아무리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기가 관심 있다는 것만으로 그 정도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있을 것 같기도 하기에 없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고래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하시고 (의외로 고래들 눈치 안 보고 과감하게 말 하는 분들이 홈런 칠 때가 많다.), 다만 정도라는 게 있으니 합의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