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짐 정리를 하다가 옛날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고 단톡방에 사진을 하나 찍어 올렸다.
순간 시끄러웠던 단톡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고인이 되신, 고3때 우리 담임선생님의 편지였다.
난 사실 선생님이 스승의날에 우리에게 편지를 주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의 사진을 보니 어렴풋이 생각나는것 같기도 하다. 읽고 조금 갖고 있다가 방청소할때 무심히 버릴만큼 철없는 제자였다.
선생님은 학구열이 엄청 심한 동네의 고3 담임이었음에도 한번도 우리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셨다.
조회나 종례시간에 대부분 들었던 얘기는 오늘 하루도 행복해라, 즐겁게지내라, 밥 잘먹어라, 무탈해라. 였다.
덕분에 고3때 우리반은 문과 꼴지...였고 옆 반 선생님이 매번 너넨 담임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며 제발 공부좀 해서 꼴지는 하지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가셨다.
우리때는 촌지가 흔했다. 부정적인 인식은 퍼져있었지만 기가 쎈 학부모들은 기어코 버리듯 던져버리고 나오기 일쑤였다.
선생님도 그런 황당한 일을 겪었으리라. 그럴때마다 선생님은 과자, 음료수, 햄버거 이런것들을 돌리며 “OO이 어머니가 너네 힘내라고 맛있는거 사주라고 하셨다”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졸업하고 거의 찾아가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야 혼자, 혹은 둘이 끼리끼리 두세번 찾아뵌게 다다. 취업 후에는 선생님 월급 얼마나 된다고 쏘냐고 깔깔 거리면서 우리가 쏘겠다고 웃고 떠들었지만(우리 주제에..ㅋㅋ) 항상 사주신건 선생님이었다. 너네 사줄 정도는 번다며 ㅎㅎ
7-8년전, 선생님이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너무 늦게 발견했다고 들었다.
고3때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이 됬다.
고3때 우르르 몰려다녔던 6명의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인연이라는게 참 웃기다. 한사람하고의 인연이 끊기는 자리에서 다른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그 후로 우리는 단톡방을 개설해서 매일같이 잡담하고, 서로의 대소사를 챙겨주고, 6개월에 한번씩은 꼭 만나고 있다.
선생님의 편지 중 이 구절이 참 와닿는다.
인연은 영원히 지워지지않는 우리인생에 문신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