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지, 어제 오후에 퇴사한 회사의 관리 상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돈 떨어질때 되지 않았냐'고. 한마디로 복귀하란 얘기지. 워낙 개고생을 하고 나온터라 그 회사의 그누구도 직접적으로 복직에 대한 말을 내게 하지 못한다.
'대형공사건이 있다.' '사장님이 니 근황을 물어보신다.' 등등 다들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한다.
회사를 나간 직후에는 연락한통 없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술을 마시자고 하거나 점심을 먹자거나 하는 핑게로 만나 은근슬쩍 돌려서 그런말들을 꺼내기 시작한게 한 달 정도 되었지 싶다.
나는 석유화학 관련 플랜트업체의 입찰,견적,정산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지 나도 모를 순간에 시공과 품질 부문에도 관여가 되어 있었다.
누구도 일을 나에게 떠맡길수 없을 정도로 나는 소위 까칠하고 싸가지가 없었지만 어느순간 나는 왠만한 일들을 다 떠앉고 있었고, 그렇게 늘어난 일들로 인해 야간,철야근무를 빈번하게 했고, 어떤때는 2주간 집에 못간적도 있어서 그때는 이혼을 당할뻔도 했었다.
내가 잘하는 일은 분명 그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무섭기도 한 일이다. 가족에게 그리고 와이프에겐 '가족 먹여살리려고 하는 일이다.' 라고 정당화 했었지만, 그냥 일에 대한 나의 '아집'때문에 가족을 힘들게 하고 내 심신을 소모했었던거 같다.
물론 꽤나 좋은 대우를 받았고, 제법 많은 권한들도 가지고 있었으며, 41살이란 나이에 6개월째 '이렇게 스팀잇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어도 되나?'하는 불안감이 없진 않지만, 아직은 망설여 진다. 스스로 확신도 없고 무엇보다 와이프를 정당하게 설득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퇴사를 한 초기에는 왠지모를 불안감에 전전긍긍했지만,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이렇게 오로지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를 생각에 올 한해르 아예 '안식년'으로 삼고 느긋하게 지내고자 하는 맘까지도 생겼었다.
하지만 요근래의 일들에 대해 이렇게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는걸 보면 안식년을 삼겠다던 내 생각도 내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나 보나.
일단은 시간은 벌어놓았다. 나는 어쨌든 8월2일에 다시는 못갈지도 모를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놓았고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이번에는 갈것이기 때문이다.
복직을 원하는 회사와 얼마전 음주 면접을 보았던 다른 회사의 간부도 이 시간들에 대해서는 동의를 했다.
나도 어쩔수 없는 가장이기에 남은 한달 정도의 시간에 잠 못 이루고 고민을 해봐야 할것같다. 어찌됐건 간에 가족의 호구지책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 해놓을 의무가 있는거니까.
얘는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지만, 난 하나도 안 행복한데 헛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