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팀잇에서 어카운트를 받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며칠 동안은 인사글은 커녕 댓글도 못 쓰고 올라오는 수많은 트렌딩 글 뒤에 숨어서 보팅만 몇번 했습니다. 인사글을 작성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른바 소심의 완전 극치였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저는 스팀잇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본을 독식하고 있는 소수의 브루조아계급(고래)만을 위한 가치(파워 또는 이득)가 보장되고, 삽질하는 프롤레타리아계급(플랑크톤)에 의해 체제는 유지됩니다. 그러나 노동력의 착취를 통해 확대된 생산물은 자본의 축적 또는 가치의 불균형 분배로 귀결된다는 판단이었죠. 결국 '고래만이 배부른 시스템'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투자를 해야만 이 안에서 성공할 수 있겠구나 진지하게 고민을 며칠 더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발도 안 담가 보고 편협하고 우매한 판단으로 불안과 걱정의 담을 쌓아 놓았던 시간이었던거죠. 그도 그럴것이 제가 가입할 당시는 숨쉬는 이야기와 단합보팅과 어뷰징에 대한 논쟁이 한참 뜨거울 때였거든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그저 좀 더 알아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굉장한 낙관론자이기도 합니다.) 경험치도 없이 덮어놓고 의심부터 하는 자기오류에 빠지기보다는 내가 증명해보자. 당시로선 이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첫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덧 팔로워 200명을 넘어섰고 작성한 포스트도 1000개가 넘습니다. 블로그라는 걸 해본 적도 없고 글이란걸 써본 적도 없는 제가 말이죠. 더군다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말의 구사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던 때에 말입니다. 겨우 소설과 뉴스 읽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열어 놓고 살아가던 저에게 스팀잇은 '세상' 그 자체였습니다.
스팀잇은 저에게 많은 활력을 주었습니다. 소통의 힘이 더이상 외롭다고 훌쩍거리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어쩌다가 아이디를 '에너자이저 빵빵빵'이라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내키는대로 만들어진 이름이 이제 제겐 큰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스팀잇에 대한 편견은 무너졌냐고요? 아뇨.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직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체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 안에 존재하는 "변태성"을 봤다라고 표현하면 좀 맞으려나요. 이 "변태성"은 스팀잇 외부에서는 절대 들여다볼수 없는 스팀잇의 숨겨진 비밀입니다.
프랑크톤은 뚜렷한 형태도 정체성도 없이 드넓은 스팀잇의 바다에 부유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래가 와서 이 플랑크톤을 마시고 그냥 지나가 버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고래 입장에서는 신규로 진입하는 플랑크톤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배가 불러지는것은 맞습니다.
스팀잇의 고래는 플랑크톤에게 더 많은 햇빛과 맑은 물과 산소를 공급 받을수 있는 장소와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2차, 3차 탈피를 거쳐 '지속적인 재탄생능력'을 키워줍니다. 변태의 과정을 이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플랑크톤은 곧 유생에서 성체로 변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플랑크톤이 고래가 된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곳도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의 법칙은 존재할테니까요. (아직 그 단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밀림 한가운데로 내몰려진 사자 새끼나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이곳엔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고래들이 있거든요.
저는 이제 스팀잇의 현재를, 다가올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치를 재분배해주고 / 임대해주고 /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는 이상적 분배 과정을 제공해주기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여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요. 불안과 걱정의 담을 넘어 낙관의 시기가 저에게 찾아온거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스팀잇에 에너지를 다 쏟아붓습니다. 내일이면 오늘보다 많은 에너지가 채워져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신 분들이 거론조차 어렵게 너무나 많은데요, 한분 한분 소개를 해드리고 싶긴 하나, 제가 연예인이 아닌 관계로 이쯤에서 스팀잇의 한달 소회를 마칠까 합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될까 말까를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냥 해보시라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스팀 달라로 산 제 세탁기는 핑핑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ㅎ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