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말그대로 잡썰을 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해놓은 주제에 집중해서 쓰고 싶었는데 그것도 맘대로 잘 안되더라구요. 전문분야를 쭉 깊이있게 파는 블로거느님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제 블로그는 그냥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일단 가보렵니다. (아래 말투바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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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여자 친구들의 오지랖. 여자의 적은 여자?
한국 여자들이 결혼과 출산을 적극적으로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은 요즘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건 억압으로 인해 뒤쳐졌던 인류 절반의 자의식이 성숙되어 가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결혼과 출산이 말도 못하게 큰 걸림돌인건 (노골적으로 이야기는 잘 못하지만) 그냥 팩트다. 결혼과 출산에서 행복을 느끼는 거랑 별개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더이상 내 맘대로 살 수 없게 된다는 데는 이견의 소지가 없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니 여자들은 똘똘 뭉쳐 서로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 같고, 여자는 모두 여자의 편일 것 같은데 희안하게도 그게 그렇지가 않다. 오늘을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세상에 여자들은 많고 그들의 각각 다른 선택을 한다. 그런데 다른 선택을 한 여자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존중이라곤 없는 말을 쉽게 내뱉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명절에 친척들의 결혼해라, 애 낳아라 하는 잔소리는 이제 사회적으로도 비판을 많이 받지만,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같은 오지랍은 아직 비판받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횡행하고 있다. 제2의 시어머니 역할을 자처하는 듯한 친구도 있다. 본디 여사친들은 결혼전에 별별 이야기를 서로 다 공유했었다. 여자들이 모이면 남자친구의 행동을 함께 분석하고 연애 패턴, 진로, 패션까지 시시콜콜 논의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가며 결혼, 출산, 육아라는 이벤트에 대해서도 벽없이 훅훅 들어오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 재미난 건 더이상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향 간섭이라는 점이다. 싱글인 친구들이 결혼 출산을 한 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훈계나 (묻지도 않은) 조언 폭탄을 받게 된다.
예시를 들어보겠다.
[예시 #1] 여자들이 커피숍에서 만났다.
결혼한 친구 왈.
“야 너도 빨리 결혼해. 요즘 연애는 하니? 하여튼 넌 눈이 높아서 탈이야. 우리 나이에 그러면 아무도 못만나. 내가 아는 오빠 소개 시켜줄까?"
싱글 친구는 마음속으로는
“사실 너네 결혼해서 시댁이랑 지지고 볶고 사는 얘기 들으면 어휴...난 지금 결혼 안하고 싶은거 같애. 커리어 욕심도 있고, 금전적으로도 여유있어 나를 가꾸는데 투자할 수 있고 나는 이 자유가 좋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신,
“어 그러게 나도 너네처럼 빨리 결혼해야 할텐데 걱정이야. 나 눈 안높은데 왜 그럴까. 근데 소개팅은 나랑은 잘 안맞더라."
라고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고 소개팅은 에둘러 거절한다.
[예시 #2] 출산한 친구가 싱글 친구를 자기 집으로 불렀다. 집은 난장판이지만 개의치 않음.
출산한 친구 (화장기 없고 목늘어난 티셔츠 입고) 왈.
“야 너도 결혼을 했으니 빨리 애기를 가져야지. 빨리 낳아서 나랑 같이 키우자. 진짜 너무 너무 예뻐.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건가봐. 애를 낳아보지 않으면 몰라."
아기 계획이 없는 친구는 마음속으로는
“사실 너네 애기 낳고 몸 망가지고 하루종일 집에서 애랑 씨름하는 모습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한게 나는 도무지 마음의 준비가 안된다. 지금 남편이랑 신혼같아서 너무 좋은데 애기를 낳으면 너무 고생스럽고 많은게 변할 것 같아서 싫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신,
“어 그러게 나도 너무 늦기 전에 낳아야지. 곧 노산인데 큰일이야. 나도 낳으면 너무 예쁠 것 같아. 노력해서 너 빨리 따라잡아야지."
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자동반사로 나온다. 솔직히 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고생하는 친구가 안쓰러우니 억지로 안아주고 놀아주느라 허리와 손목이 다 나간다. 그런데 어쩌랴. 친구 마음에 대못을 박고 싶은게 아니라면 진심은 대나무숲으로...이런 거짓말이 쌓이면 원치 않아도 친구와 마음 속으로 점점 멀어진다.
[예시 #3]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임신과 출산을 하는 친구. (묻지도 않았는데) 매일 조언 폭탄을 맞고 있다.
애기 낳고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택한 친구 왈.
“결국 애기한테는 엄마가 전부야. 애는 엄마가 키우는게 힘들지만 맞는 것 같아. 나는 내 선택에 후회 안해. 솔직히 낳고 금방 복귀해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자유라고 말하는 엄마들보면 말 섞기 싫더라구."
자연주의 출산과 완모(100%모유수유)를 신봉하는 친구 왈
“아기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고 하잖아. 모유수유 1년은 기본권장사항이야. 고생스럽지만 적응하면 다 하게 되어있어. 엄마가 힘들다고 아니면 몸매 망가진다고 어린 애한테 분유같은걸 먹이는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지."
임신출산 당사자는 마음속으로는
“애기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하지.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애기때문에 너무 많은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요즘은 분유도 괜찮은 브랜드 고르면 문제 없다던데 뭐 그렇게까지 혐오를 하니. 그리고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그건 애 엄마인 내 선택이지. 나중에 내 육아방식까지 다 지적당할까봐 무서워서 너 만나겠냐. 걍 신경꺼."
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신,
“그치. 내가 키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나가서 또 돈은 벌어야 하니까. 애기한테는 엄마가 나가야 해서 미안하지. 맞아. 모유수유는 내가 엄살이 심한건가. 좀 더 노력해봐야겠네."
이런식으로 듣고 싶은 말을 해줌으로서 터진 수도꼭지 같은 조언을 힘겹게 틀어막는다.
친구 사이든 가족 사이든 우리는 호의라는 이름 하에 참으로 많은 실례를 무릅쓴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실수를 했었고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은 이불킥의 순간들이 있다. '선한 의도였다' '관심의 표현이다'라고 아무리 정당화하려고 해도 오지랍은 오지랍이다. 남자든 여자든 인생의 중요한 변화가 참으로 많이 일어나는게 30~40대이며 어차피 친구들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그때 바쁘고 정신 없다는 이유로 존중을 내팽겨치고 습관적으로 무심하고 배려없는 말을 던져 친구를 잃는 것은 경솔하며 어리석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하게 사는 친구는 친근감이 들어 좋고, 가치관이 독특하고 나와는 다르게 사는 친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주니 좋은 것이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흥미가 없고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가진 친구들은, 그 우정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든, 더이상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잖아도 여자들에게 가혹한 세상이 아닌가. 여자들이 서로 뭉치고 서로 건설적으로 밀어주고 땡겨줘도 살기가 힘든데 평가의 잣대를 자꾸 들이대고 다양한 선택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말 그대로 여자의 적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진취적이거나, 새롭고 흔치 않은 가치관이 반영됐거나, 아님 재미있고 별나게 사는 삶을 택하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꼴보기 싫어 어떻게든 평범해지라고 끌어내려 주저앉히려는 잔소리꾼 여자가 혹시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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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말이 많았네요. 참고로 본인 역시 결혼하고 남편이랑 신나게 여행다니고 노느라 수년간 임신을 적극적으로 미루었으며, 그로 인해 다양한 간섭과 오해를 많이 받았던 경험자이긴 합니다. 근데 한달 반 후면 애가 뿅 나올 예정이군요. 허허 제 인생은 끝났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