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은, '공적인 계정을 만들겠다'였다.
스팀잇엔 좋은 이야기가 있고, 그 글들에 입체감을 만들어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하자!
그리고 Feel通계정엔 시크하게 그것과 분리된 개인적 기록을 해야지
생각만 해도 멋진 이 이중생활의 시작은 소울메이트님과의 콜라보였다.
난 뭘 담당하면 좋을까…. 목소리가 좋겠다. 목표가 생기면 지금 배우고 있는 영상 편집 실력이 더 빨리 늘겠지!
또 하나, 완성된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는 내 성향에 대한 정면 도전.
그러나 나는 고작 3주 만에 이렇게 필통 계정에 긴긴 구시렁을 늘어놓는다.
▶ 모든 게 너무 서툴렀다.
내 것이 되기 전엔 읽어내지 못하는 성격 탓에 글말을 입말로 바꾸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 편집과 스크립트 작성은 익숙했지만, KEEP! T 컨텐츠의 암호화폐에 대한 기반 지식이 부족했고, 메시지에 맞는 사진을 찾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배우다가 "가르쳤던 사람 중에 가장 감이 떨어진다"라는 말을 들었고, 어렵게 설치한 마이크는 무슨 일인지 휴대폰으로 녹음한 것보다 음질이 좋지 않았다.
오랜 시간 씨름해 만든 파일을 통째로 날린 적도 부지기수다.
물론 나는 나의 이런 '더딤'에 이미 오래전에 내성이 생긴 터라 당황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당최 하나부터 열까지 순탄한 것이 없었다.
느리게 배우고, 헤매고, 실수하고.
그래도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깡'이랄까.
▶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내 유튜브 계정을 열겠다는 계획은 작은 장애물만 생겨도 접었다.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드러내 자유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컨텐츠보다 사람을 앞세워야 알려지기 쉬운 생태계에서 나를 벗겨낼 용기가 없었다.
아니, 지지해주는 사람들 없이 견딜 자신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계속 핑계 대며 미뤘다.
고백건대, 그와 반대로 채널스팀잇은 '비빌 언덕이 있는' 시작이었다.
스팀이 안에서는 관계에 기대어, 그 속에 가치 있는 이야기에 외상 지며 '같이' 가는 길이라는 영악한 판단이 내 시작을 충동질했다.
그러니 거창한 포부나 운영계획을 물으면 머쓱하다.
얼마 전 KEEP!T 에 채널스팀잇 앱 출시 포스팅을 하기위해 그 질문을 받았는데 그저 좋은 컨텐츠들 쏟아져 나오는 속도를 따라가느라 마감시간에만 시달릴 뿐이라 답했다.
사실 그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 왜냐하면 난 평균 8시간이 이상의 시간을 채널스팀잇에 투자하고 또 고민한다.
어쩌면 위에 썼던, 내 영악함에 대한 부채감일지도 모른다.
'내 것' 이 아닌 것이 내 손을 거쳐 새로 탄생될 때는 적어도 원작자에게 기쁨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
뭔가를 쉽게 해보려던 속내가 들키기라도 할까 더 열심히 시도하고 정성 들인다.
결국, 다된 KEEP!T에, 다된 글에 '필통' 뿌리기를 하려던 내 꼼수는 시작은 영악했을지 모르나 실행은 우직한 소걸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나' 라는 인간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채널스팀잇을 시작할 즈음, 방송아카데미 전임강사 면접을 보러 다녔다.
프리랜서 생활의 불안이 조만간 나를 잠식 시킬 거라는 압박에 월급을 받는 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방송 아카데미에의 교육에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단 몇 명만진출자가 되는 구조.
합격을 원하는 준비생들의 절박함은 강사에게 에너지가 될 수는 있지만 좀 더 다양한 목소리와 개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수강생의 개성을 그대로 녹여내 코칭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인데 그것을 틀에 맞추려니 답답했다. 가끔은 거짓말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채널스팀잇 운영을 목표로 삼고 취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그 선택을 자주 떠올린다.
▶ 한 가지를 포기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위해서라거나, 내 선택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되새기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선택의 이유를 잊지 않으려 한다.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스팀잇이 흥미로웠고, 작은 씨앗으로 미약하게 심겨 있던 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 경계선에 걸쳐서 어설프게 흉내만 내던 재주들을 다듬을 기회였다.
현영보다 더한 콧소리를 가지고 방송인이 되겠다고 골방에 틀어박혀 발성 연습을 하던 시절.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지고 느려 속은 터졌지만, 행복했던 그때가 참 소중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선택도 소중하다.
▶ 그래서 나는 요즈음 꽤 많은 시간을 채널스팀잇에 투자한다.
처음엔 영상이 아닌 음성위주 콘텐츠를 제작하려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영상이 됐고. 그 영상 또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그런 식으로 역량 밖으로 공들여서 다른 일과 어떻게 동시에 할래? '지속성'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하나 완성할때마다 '그래 이게 Feel 通 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다 싶으면 발 빼지 않고 달리고, 달리다 탈진하면 어떻게든 심폐소생술 될만한 것을 찾아 기운 얻고 다시 뛰는. 그게, 적당히 걷는 것보다 어울린다.
그래서 지금도 심폐소생술을 위해 이곳에 이렇게 글을 쓴다.
며칠 전 엄마한테 "엄마 내일 학술제 사회 보러 가야 해서 오늘은 새벽까지 영상 만들거야" 하니 엄마가 "너 그러다 늙어" 했다. 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엄마. 엄마 딸 뭐 하나 할 때마다 거북이처럼 엄~청 느려서 늙는 것도 느릴 거야."
거북이는 시크 대신, 칭얼대며 계속 간다. 제대로, 잘 - 만들고 싶다. 채널스팀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