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글이 아닌데 경어체도 아닙니다. 이 점 유의하시고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목에서 문제라는 단어는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과 '논쟁, 논의,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
두 가지 의미 모두를 담고 있습니다. 문제로 다루는 것과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문제로 다룬다면 결론이 먼저 나야 하지만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1
동거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동거 찬반 논쟁'에 많이 뛰어 드는 것 같아서 예전부터 불만은 가지고 있었어. 나는 여러 번 했어. 이 글이 박제되는 것에 부담을 안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크게 느끼지도 않아. 그리고 난 연애하기 전에 내 과거를 밝히는 편이야. 두 번째 동거 상대는 첫 번째 동거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니 한번은 술을 먹고 와서 우산으로 나를 막 때리더군. 우리집에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우산이 있었는데, 나는 원래 그런 우산을 좋아해! 그런 소품으로 타인들의 관심 끌기를 즐기는 관종 기질 때문에.. 그런데 "이거 그 x 우산이지?" 이러면서 나를 그 우산이 부러질 때까지 패는거야.. 아니 얻어 맞는데 아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진짜 쉽지 않았어..-,- 그리고 세 번째 동거 상대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알지. 뭐 이 정도야. 나는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에 있어서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내 과거를 부정하거나 미화시키고, 은폐하거나 축소 시킬 마음이 없다. 그래서 이 글도 적는다. 박제한다
#2
본론으로 들어가자. 동거를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이 뭐라고 생각해? 난 그게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말하자면
동거는 안 됩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가 같이 사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절대로 동거하면 안 됩니다.
난 이 느낌의 주장을 많이 봤어. 약간 꼰대 느낌이 나지. 그러면 실제적인 얘기를 하자. 혹시 '섹스' 때문에 그러는걸까? 내 첫 번째 동거는 과도한 모텔비 때문에 시작이 됐어. 꽤 어릴 때(21살)였는데 내가 2달 정도 지내고 계산을 해보니까 숙소 비용만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드는거야. 꼭 에로틱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연애 초기에 미친듯이 같이 있고 싶은 그 기분 몰라? 물론 커피숍이나 공원에서 같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난 같이 테레비도 보고 누워서 장난도 치고 이런 걸 좋아했었어. 여튼 그 돈이면 방 구해도 되겠다 싶어서 친구한테 보증금까지 빌려서 방을 구했어.
그래, 만약에 '과도하게 섹스에 몰입할 가능성 때문에 동거를 반대한다'면 아까의 주장보다는 조금 낫겠어. 물론 이런 경향이 없지는 않아. 늘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이 됨으로 인해서! 하지만 동거를 막는 방법으로 그런 부류의 일들이 많이 적어지는 것도 아니야.
이건 마치 아들이 게임에 중독될까봐 컴퓨터를 안 사주는 것과 같아.
동의 못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비유는 적절해. 컴퓨터는 게임만 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듯 동거도 섹스만을 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야. 혹시 지금까지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버리기를 추천할게.
#3
종교적인 신념이 이유이신 분들 제외하고, 동거를 무조건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에 내가 수긍할 여지가 있다면 '원치 않는 임신' 문제 때문이야. 우리 나라는 아직 임신 중절이 불법 행위로 취급되는 거 알지?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형법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임신 중절'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범주의 이야기니까 여기서 깊게 하지는 않을게.
동거를 하면 확실히 '원치 않는 임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건 부정할 수가 없겠어. 늘 공간이 마련된 상태에서는 즉흥적인 섹스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 그 때 제대로 피임을 하기가 쉽지 않은거야. 나는 가임기 계산에 많이 민감해. 그리고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더욱 더 잠자리를 가져도 되는 날의 범위를 줄이는 등, 콘돔 이외에도 내가 통제 가능한 모든 것을 조절해서 불의의 사건을 막는 편인데 솔직히 주변에는 아닌 경우를 많이 봤어. 아마 성인들은 흔하게 겪었을꺼야. 친구들이 '원치 않는 임신'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나는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열에 셋 정도는 그 경험(고민하는 당사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더 이상 이 논의는 음지에다 두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야. 세태가 변했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대비책들을 강구해야지 쉬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4
그래 이 문제때문에 동거를 절대 반대한다면 나도 그 반대를 절대 반대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대비하는 방법은 문자 그대로에서 드러나듯이 '적절한 피임'이지 '동거의 봉쇄'가 아니야. 현재 성인의 연애에서 솔직히 말하면 애들도... 성 생활이 보편화 되었다면 이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가 아니고 시행 할 때가 됐어. 사실 이미 기한을 한참 넘겼지.
갓 쓰고 곰방대 들고 앉아서 남녀칠세부동석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야. '결혼하기 전까지 섹스는 하면 안돼'가 아니고 '섹스를 하게 된다면 이 것들을 주의해라'가 맞는거지.
그리고 결혼 하기 전까지'만' 섹스는 안돼 라는 말이 도그마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면서 생긴 문제점이 있어. 결혼 한 후에는 아무때나 하고 싶으면 섹스를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생긴거야. 상대방이 원치 않는데 '결혼' 했으니까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이 것도 다들 쉬쉬하지만 굉장히 크고 중요한 문제야. 물론 기혼 상태에서 상대방이 비정상적으로 행위를 거절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결혼'은 그 동안 참아왔던 너의 욕구를 마음 껏 해소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 주기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부부간 성폭력이라는 말 들어봤지? 나는 여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피임에 대한 것과 더불어 이것도 청소년 시절부터 의식을 개선해 줄만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야. 이 얘기는 다른 글에서 하자.
#5
그래 다들 알았겠지만, 나는 동거 반대를 반대하는 입장이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연령 대의 모든 연인에게 동거를 권장하고 싶은 건 아니야. 최소한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연애 중이라면 동거나 동거 비슷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흔히 이런 말을 하지.
결혼은 두 사람이 아니라 두 집안의 만남이다.
나는 그 말에 더불어 이런 말도 해주고 싶어.
결혼은 두 감정이 아니라 두 생활의 만남이다.
생활을 함께 해본다는 것은 밖에서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술 한 잔 하고, 모텔에 가서 자고 나오는 것과 완전하게 다른 의미야. 흔히들 "했네, 했어" 이런 표현 사용하지? 나는 그 말의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섹스를 했다는 것에 우리는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섹스를 한 것은 이제 그냥 일상적인 일이야. 그 것의 의미를 과대포장 하는 바람에 섹스를 했다면 서로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한 사이가 됐다는 착각을 가지는 커플이 많이 생겼어. 그게 뭔데, 그거 몇 번 하고 서로를 알아? 정말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싶으면 섹스가 아니라 생활의 공유를 해봐야해.
#6
내가 생각하는 동거의 장점을 여기에 나열하지는 않을게. 그 것들은 말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장점들일 뿐, 동거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들이 아니야.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동거에 절대 찬성이라기 보다는 동거를 절대 반대하는 입장을 반대하는 입장이야. 동거를 권하기에는 아직 사회에 제반 환경이 갖추어 지지 않았어. 사람들의 시선이나 의식, 그로인한 당사자들의 죄책감이나 정신적 고통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 그 것을 먹이로 삼아 '무조건 동거 반대론자'들은 더욱 위세가 높아지고, 내 눈엔 올바르지 않은 상태이다.
정치하는 어르신들 눈에는 이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겠지. 하지만 오늘 다룬 문제들은 그 어떤 주제보다 중요하고 의식적, 정책적 개선이 시급해. 가령,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행한다든가 임신 중절 수술의 합법화(남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무조건 합법화보다는 제약 조건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려워. 나도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 주제야),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개선 등은 더 이상 해묵은 논쟁으로만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사람의 삶에 관한 문제거든. 이 세상에서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만 중요한 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