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프리카tv를 많이 본다. 그 것을 보는 일이 내 취미가 된지 7년쯤 지났다. 처음 3-4년은 내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즐길 때여서 게임 방송을 많이 봤고 최근 2-3년은 소위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많이 봤다. 보이는 라디오 방송은 단어가 주는 직관적인 의미로는 그 내용을 추측하기 어렵다. 물론 라디오처럼 사연을 소개하고 음악을 틀어주는 BJ도 있지만, 현재 그 단어는 '여러 BJ들의 관계와 사건 속에 그 스토리텔링을 극적으로 꾸며서 컨텐츠화 하고 내보내는 모든 종류의 방송'을 지칭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방송은 신체적 노출이 주가 되는 방송들이다. 이 것들도 보이는 라디오 카테고리에 속해 있기는 하다. 윗 가슴 아랫 가슴 할 것 없이 그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다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엉덩이인지 허벅지인지 그 경계가 애매한 부분의 노출도 허용이 되었다. 방송의 기승전결 같은 것은 없다.
예쁜
솔직히 대부분 예쁘다여자 분이 앉아 있다. 노래를 틀고 몸을 깔짝깔짝 흔들고 있다. "누구 오빠 안녕, 누구 오빠 안녕하세요" 자주 오는 팬 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누군가 거액의 별풍선을 쏜다. 춤을 춰 주거나 자신의 윗가슴에 그 사람의 아이디를 적어주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클로즈업 해서 보여준다. (중심부는 안 된다고 했다.)
아프리카tv를 아시는 분은 이 설명이 놀랍지 않겠으나 그 것을 전혀 본 적이 없는 분들은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묘사와 같은 방송은 아주 일반적인 수준의 방송이므로 청소년들도 당연히 시청이 가능하다.
#2
나는 수 백개나 되는 저런 류의 방송이 미친듯이 싫지만 내가 그 불호의 이유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아주 긴 시간 그 감정을 살폈다.
① 상대적 우월감을 표출하고 싶은 내적 욕구
'내세울 것이 몸 밖에 없어서 그 것을 수단 삼아 돈을 버느냐'
고 하는 씹선비 식의 일갈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럼 저 말은 타인을 꾸짖을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문장인가?
내세울 것이 몸 밖에 없는지 내면에도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가
그 사람이 무언가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내가 비난 할 자격이나 정당성은 있는가
아니 애초에 '내세울만한 것'의 기준은 무엇이기에 내가 특정 활동에 그 가치 부여의 권한을 가지려고 하는가?
나는 그 어떤 것에서도 내 분노를 합리화 할 요인을 찾지 못 했다. 단 한 가지의 심정만 발견했다.
'아 저 사람보다 내가 좀 더 배웠다는, 약간 더 고상한 척을 할 수 있는 지식들을 갖추었다는, 아마 학창 시절에 저들보다 학업 성적이 우월 했을 거라는 가정 하에 저들을 무시하고 싶구나'
싫어서 보지 않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저들을 깎아 내리고 남들에게까지 저 행태에 대한 이유없는 비난에 동참해 달라고 권장하면 안되겠다. 하지만 나는 얼마 쓰지 않은 이 글에서도 저들에 대한 비판적 어조를 숨기지 못 했다.
#3
나의 우월감을 기반으로 그들의 방송 소재를 멸시하고픈 개인적인 성질 때문에 나는 그런 방송이 싫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것 하나뿐이었을까?
②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가
'신체 노출'이 상품이 된 상황에서 이 것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줄타기로 파생된 것인지, 사용 가치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 것이 노동의 자격을 가진 행위이기때문에 사람들에 의해 주어지는 가격은 '임금'인지, 아니면 어느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용어처럼 단순한 '기부금'인지 분별할 수 없다. (별풍선을) 쏘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BJ의 그 날 기분에 따라 정해진 가격이란 없기 때문에 임금이라 부르기 애매하고, 무언가를 돌려받기 위한 금전 지출을 기부라고 부르지는 않으니 그 것을 기부금이라고 정의 내릴 수도 없다.
아마 BJ들은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의 노출이 돈이 된다는 사실때문에 방송을 시작 했을 것이다. 시스템에서 허용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익 창출 행위를 무엇을 근거로 비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4
여기서 다시 ①을 핑계 삼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③ 그들의 수익에 대한 시기심
때문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나는 지금 먹방이나 뷰티(메이크업 기술 강의) 컨텐츠 등까지 포함을 시키지 않고 순수하게 노출 자체가 컨텐츠인 방송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 중 최상위 BJ들은 수수료를 포함시키지 않고 소위 기부금이라고 불리우는 '별풍선'으로만 한 달에 1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다. 질투가 난다. 나도 이뻤으면 좋겠다. 나도 큰 가슴을 가지고 있다면?(실제로 BJ 데뷔를 하기 위해 확대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 방송은 안 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이너 감성과 비주류 컨텐츠들의 집합소라고 여겨지겠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세계이다.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의 컨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수요가 발생한다고 해도 '신체 노출'이라는 노동의 대가는 나같은 일반인의 시기심을 불러 일으킬만 하다.
#5
나는 이 주제에 대한 상념을 정리한 후에도 여전히 그 일은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여긴다. 설명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하자면,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카카오tv 등 모든 인터넷 방송에 대한 생각이 아닙니다. '신체 노출'만이 컨텐츠인 방송만을 한해서 적는 의견입니다.)
철학적 사유와 통찰이 필요없는 피상적인 활동
노동의 가치를 역전 시키는 비정상적인 수익
해당 소재의 방송 송출이 특정 연령 이하의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
'돈이 되면 한다 + 돈을 주니까 해라'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만드는 그 천박한 행태
이 것들은 내 일방적인 불호의 감정을 정당화 시켜줄 수 있을까? 아니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결국 그 것이 싫은 이유들을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했을 뿐, 그 것의 '가치가 낮다'는 결론에 도달할 만한 근거는 찾아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그냥 싫은 것이다 그 행태들이.
#6
나는 가치가 가격의 전제가 되는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이라는 기준을 통해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서열화 한다.
가치가 있는 것이 그 가치의 표상으로써 가격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고 비싼 가격이 설정됨으로 인해 가치가 생성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비싼 물건일수록 소유하는 의미가 크다고 착각하고 그 교환 가치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용 가치에 대한 감상을 잊었다. 의자 3개 살 돈으로 핸드폰을 살 수 있으면 핸드폰의 사용가치는 의자의 3배일까? 신발 10개의 가격이 노트북의 가격과 동일하다면 노트북의 사용가치는 신발 사용가치의 10배일까? 내 의자와 노트북과 핸드폰과 신발은 각각 나와의 관계가 있다. 그 것은 가격으로 서열화 시킬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럼 '신체 노출' 방송의 가치는 어떠한가? 누군가 높은 가격을 통해 그 행위를 유도해 내니까 이 것의 교환 가치로 말미암아 이 행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가? 아마 이 질문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면 모두가 심정적으로 부정은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가격이 모든 관계와 가치의 본질을 소외시키는 세상에 살고 있다.
#7
인간은 인간을 대할 때 타인의 말과 평판을 배제한 채, 그 사람과 맺고 싶은, 그 사람을 바라볼 때 느끼는 독립적인 감정과 인식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사물과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사물의 가치를 서열화 시키고 인간과 사물의 관계 역시 외부적인 기준으로만 그 의미를 평가한다면 결국 이 세상에서 가치와 의미와 숭배와 존경과 애정의 대상은 돈과 물질 밖에 남을 수 없다. 나는 이런 현실과 현상을 배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