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틀 뒤면 스팀잇을 시작한지 4개월째이다. 내가 얼마나 짧은 간격으로 글을 적었는지와 관계없이 늘 스팀잇을 생각했다. 대개 어떤 소재로 글을 쓸지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 외에는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리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목록 정도였다.
스팀잇은 가볍지 않다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나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싶다. 가령, 여전히 $2-$3 정도의 액수면 내 글에 대한 많은 분들의 호의를 충분하고 감사하게 느낄 수 있는데(물론 액수가 높더라도 업보팅의 숫자가 극도로 적으면 많이 실망 하겠지만) 이런 진심을 말하기가 부담스럽다. '누군가 내 표현을 가식이라고 여기면 어쩌지, 그래서 나를 위선자라고 생각하면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이다. 또한, 이루어 놓은 것은 없이 20대 전체를 연애로만 보낸 내가 자극적인 언어로 연애사를 이야기 할 때 남들이 불편하게 바라볼까봐 그 또한 겁이 많이 난다. 나는 쫄보새끼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듯한 감각때문에 얻는 기쁨보다 타인이 나를 미워한다는 추측때문에 생기는 불안이 내 감정에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정신문제의 직간접적 원인이 있겠지만 아직 스스로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스팀잇을 하면서 일희일비하는 모습때문에 엄마는 나의 소심함을 더욱 적나라하게 파악하셨다. 퀸 오브 대범인 우리 엄마는 늘 그러지 말 것을 나에게 이야기 하시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몇 일은 세상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처럼 댓글을 남기다가 몇 일은 댓글을 전혀 달지 않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을 꾸미거나 온전히 표현하는 차이가 아니고 그냥 그 때 그 때 내 기분때문이다. 온 몸과 마음이 기계같을 때가 좀 있는데 그럴 때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 기름이 아니라 피가 공급되어 몸에 돈다고 느낄 때만 댓글을 달고 그 따뜻함은 내 혈액의 온도이다. 그리고 글을 퇴고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읽은 글을 다시 읽는 일은 지겹고 부담스럽다. 나는 동음이 반복 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가끔은 아무리 여러 번을 읽어도 그 것(동음반복)을 발견하지 못 한다. 눈으로 글을 보고 뇌로 인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면 퇴고를 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댓글도 여러번 수정을 하게 된다. 예전에 아무 생각없이 썼다가 실수 한 적도 있었고.. 내 댓글만큼은 봇과 비슷한 인간이 쓴 것처럼 보이기 싫지만 가끔 여러 개를 연속적으로 쓰다보면 역시나 나도 가든봇이 되어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중단하려면 누군가 '왜 다른 사람 꺼에는 다 대댓글 달면서 내 꺼는 쌩까지'라고 생각할까 싶어 계속 쓴다. 그래서 낭만 공모전에서 대댓글이 중단된 어떤 스티미언에게 지금까지 죄송하고 있다.
스팀잇을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
'커뮤니티를 한다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러한지, 스팀잇이 유독 깊게 빠뜨리는 경향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과몰입때문에 상처 입으시는 듯 하여 속상하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내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환희보다 낙담에 훨씬 민감한 스타일이라 분노하거나 슬퍼하시는 분들에 대한 공감이 있다.
역설적으로 스팀잇에 대한 사랑이 크기때문에 발생하는 감정들이란 것 알지만, 내 마음이 망가질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면 차라리 애정을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누가 더 옳고 누가 더 합리적인지 경쟁하는 것에 관심없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또는 그 사람의 얼굴을 실제로 보고 두어 마디 나누어 본다면 우리는 글만으로 대면할 때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A가 B를 크게 미워하거나 D가 C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우울하다. 내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니고 스팀잇 활동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과중하여 감정까지 다치는 것일 수 있으니 자신을 위해서 스팀잇을 과경평가(過輕評價) 하셨으면 좋겠다.
달에서는 6분의 1 중력 밖에 느끼지 않는다고 했던가? 몸도 감정도 생각도 언제나 그렇게 가벼워서는 안 되겠지만 힘이 들 때 6분의 5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상처도 크지 않을 것이다. 스팀이 달까지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연습도 간절하게 해보셨으면 좋겠다. 물론 내 자신에게 가장 해당되는 말이다. 그래야 나중에 다함께 To the moon해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