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보니 집을 나서면 언제나 오늘 보게 될 꽃에 대한 기대치가 마구 상승한다.
주말이라 동문시장에 장을 보러 가면서도 나는 오늘 볼 수 있을 꽃에 대해 이런 저런 기대를 하고 집을 나섰다.
동문시장 옆에 개나리가 예쁘게 피었다는 남편의 얘기를 듣고 일부러 돌아서 장을 보러 갔다.
저 멀리 보이는 담벼락에 개나리를 줄지어 심어 놓은 것이 보인다.
아직 생각처럼 노랗지 않아서 아마도 덜 피었으려니 하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돌아서 가보았다.
남편과 나의 꽃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가 보다.
개나리는 심은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어 보였다.
개나리는 회초리 같은 가지만 심어놓아도 옆으로 번지면서 군락을 이루는데, 이곳 개나리는 아직도 회초리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풍성하게 노란 개나리 군락을 상상했던 내가 보기에는 초라한 개나리였다.
개나리 구경은 물 건너 가고,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동문시장은 제주도에 여행오는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높은 시장이다.
수산시장, 농산물 시장이 주를 이루는데,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장도 많이 선다.
그런 동문시장에도 야시장이 생기는 것 같다.
육지에서는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을 중심으로 야시장이 열린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야시장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재래시장도 함께 덕을 보는 경우가 몇군데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동문시장은 죽어가는 재래시장이 아니다.
주말이 되면 관광객으로 북적북적하고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이 시장을 구경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타격을 전혀 안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활기찬 시장이다.
그래서 이 야시장이 얼마나 크게 자리를 잡을지, 얼마나 오래동안 유지될 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조림해 먹을 고등어를 사고, 양념 게장도 사고, 잡채할 시금치도 사고, 고추장도 사고... 시장 구경하며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할머니가 길에서 상추 모종을 팔고 계셨다.
모종 8개에 천원. 적상추 4개와 청상추 4개를 샀다. 제주도는 날씨가 좋아서 이렇게 몇개만 사다 심어도 가을까지 상추를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시골 살 때 상추 모종을 50개씩 사다가 심어 놓으면 고라니가 와서 다 뜯어먹던 생각도 난다. 그 고라니들은 잘 있는지...
우리집 옆에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그 아파트 담에 예쁜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요 할머니가 심으신 수선화란다. 봄이 왔는데도 아직 너무 춥다면서 아파트 정원을 손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정원에 꽃을 심는데, 나는 정원에 상추를 심다니..ㅋㅋ
할머니가 보시면 야단을 치시려나?
시골에 살때는 앞마당에 꽃을 사다가 심었다고 동네 할머니들한테 많이 혼났었다.
"못 먹는 걸 왜그리 갖다 심어?"하시면서...ㅋ
몇년 간의 시골 생활로 나도 시골 사람이 됐나보다. 마당에 내가 심고 싶은 목록은 상추, 고추, 호박, 오이 같은 것이니...
상추를 심겠다고 준비하고 있으니, 우리집에 매일 오는 길고양이가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다.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이 고양이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지 우리가 나타나기만 하면 후다닥 도망가더니, 이제는 좀 친해졌다고 매일 현관문 앞에서 졸고 있고, 배 고프면 와서 먹을 것 달라고 소리치고, 마당에서 뭐좀 할라치면 이렇게 눈 똑바로 뜨고 와서 호기심을 보인다.
내가 이뻐서 봐준다.
꽃이 피면 요 정도는 예쁜 화단이지만, 겨울을 나면서 생명력 강한 박하만 퍼져 있어서 싹 걷어내고 상추를 심었다.
꽃보다 상추 ㅋ
우리집 근처에 있는 '전농로'라는 거리는 매년 봄 벚꽃이 필 때면 '벚꽃축제'를 한다.
벌써 올해 있을 축제를 위해 조명을 새로 달고, 보도블럭을 정비하고 아주 분주하다.
벚꽃도 50프로 이상은 핀거 같다.
다음 주쯤 축제를 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진을 왕창 찍어 스티미언들에게 선보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