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분인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나면, 기회가 될 때마다
제 가정환경에 대해서 얘기하곤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했고,
현재는 새 아버지, 어머니, 형, 큰누나, 작은누나(저랑 동갑이지만 생일이 빨라서 이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나 이렇게 6명이서 살고 있다는 얘기를 먼저 하게 되면 듣는 분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당황하거나, 받아들이거나 이렇게요.
사람에 따라서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약점이겠지만 저에겐 아니었습니다.
‘약점은 공개하면 약점이 아니다.’ 라는 문장을 믿는 것은 아니고, 정말 그렇게 말해도 괜찮았어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이런 얘기가 저에겐 더 이상 슬픔이 되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저를 둘러싼 상황이 예전보단 기적적으로 좋아졌으며.
마지막으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를 더 잘 이해하고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해줘도 괜찮겠느냐 하는 우려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괜찮으면 그만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행 끝자락에 만난 형 덕분에 제 생각이 너무 섣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형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던 사람이었어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중 제일 성숙한 매력을 뽐내는 형이었습니다.
그 형에게서 여러가지 조언을 받았는데, 그 중엔 사람간의 관계도 있었습니다.
제가 위험하다 더군요.
왜 자신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냐는 말에 저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고,
어차피 여행중에 만났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제 대답을 들은 형은 사람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며, 너무 섣부른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너에겐 괜찮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면 상대방은 움츠러들게 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너는 좀 위험하다는 우려 섞인 말을 해주셨죠.
저절로 곰곰히 생각 하게 됐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는 줄 모르기 때문에 가해자 이듯이.
제 가정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제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 에겐 실례가 됐을 수도 있는 걸 몰랐을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될 때, 저의 얘기를 꺼내게 되는 것은 조금 더 조심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배려 깊은 것을 넘어서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