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예측불가능의 이변이었습니다
'설마'란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래도'라는 확신에 안심하고 있었죠
그러다 얻어맞은 뒤통수 한방에 세계 금융시장은 경악했습니다
그러나 tail risk(=일어날 가망은 없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대혼돈을 야기하는 사건)로 여겨졌던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큰 혼란을 초래하기보다는 금융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 됩니다 오히려 국제금융자본이 금융시장의 질서를 재설정해서 자신들의 포지션과 이익을 공고히하는 수단 역할을 합니다
브렉시트로 전 세계를 저금리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나 했더니, 트럼프 당선으로는 아예 180도 방향전환해서 이제 전 세계를 인플레이션의 공포로 유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가, 또 새로운 금융시장 질서가 열리는 서막이 될까 금융계가 가슴졸였지만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버렸습니다
이런 허무함도 없군요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야 지나간 사건을 결과론적으로 해석을 하니 '뭐 별거 아닌 일에 세계가 호들갑이었군' 이런 식으로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이걸 이미 사전에 다 알고 있었던 세력이 있었다는 것은 소름끼칠 법합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입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 보다 더 엉망인 정치 시스템을 개혁해 볼려는 젊은 총리 마테오 렌치의 회심의 승부수였던 국민투표였죠
법안 하나 통과 시키는데 오만 잡당들이 이전투구에 매달리다보니, 몇달이 걸려도 논의조차 안되는 후진 의회 시스템을(특히 상원을 개혁) 바꾼다는 것이 국민투표의 취지였습니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괜찮은 멋진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남북갈등이 격심한 이탈리아에서 지역감정이 극에 달하고 유럽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정서에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게 되면서, 마테오 렌치의 국민투표는 탈EU를 선동하는, 기성정권에 대한 심판개념으로 바뀌어 버렸네요 따라서 유럽발 정치적 혼란이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에 세계가 긴장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탈리아 '부결'은 재앙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데자뷰였습니다
사정을 알고 있는 큰손들의 입장에서는 부결이 오히려 '정상상태' 였다는 의미였고 이걸 모르고 사건발생 직후 일시적으로나마 혼란스러워했던 시장 속 호구들은 어리석은 손절 행위로 세력들에 단기 수익을 안겨줬네요
유로가 급락후 단 몇 시간만에 서서히 회복한 사실이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잠깐 내렸다(=안전자산 선호로 잘못 사인을 받아서 국채매수함) 다시 급등(=세계적인 국채매도 포지션으로 회귀)한 사실이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이탈리아는 70년동안 65개의 행정부가 존재한 나라입니다 평균 정부 존립기간이 1.1년에 불과하다는 말이죠
정치가 원래부터 상당히 엉망인 나라였는데 마테오 렌치는 이런 나라에서 거의 3년이나 정부를 이끌었습니다
대단하기도 하지만 이제 사임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 은행부실 위기나 유로존 탈퇴를 시도하는 반유로 정서의 확산이 쭉 이탈리아를 유로존 골치거리로 만들고 있었는데, 투자자들은 국민투표 부결에 거의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차분함이 역설적으로 무서움을 자아내고 있네요
이탈리아 FTSE MIB지수는 금요일 폐장이래 2.6%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월요일에 약간 슬럼프가 있긴 했지만 바로 반등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국채도 월요일 정상범위를 이탈해서 금리가 치솟더니 현재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애초부터 서두에서 말씀드린 브렉시트나 트럼프당선과 급이 달랐던 것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부터, 이탈리아의 고질적 내부 적폐까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NO를 당연히 예상했고 시장은 금융상품들에 가격반영했다는 말입니다
평균 수명 1.1년인 정부에서 2.8년을 버틴 렌치정부는 그야말로 영원의 권력을 누린 정부나 마찬가지라고 조롱까지 있습니다
내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No가 정상(=status quo)복귀였고 Yes는 이런 비정상적인 이탈리아를 개혁해볼려는 비정상이었던 셈이었죠
평균 3.3개의 정당이 연합해서 연정을 꾸리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렌치는 지리멸렬한 연정의 폐단을 없애려고 '승자독식'의 원칙을 적용하는 선거법 개정안도 작년에 통과시켰습니다
이러면 반유로 기치를 건 Five Star Movement(5성운동) 같은 비정상 정당들이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쉬워진다는 이유로 금융시장이 Yes가 위험할 뻔 했다는 해석을 내립니다
렌치가 사임했기 때문에 이 선거법도 폐기 된다고 합니다
5성운동 같은 정당들이 계속 정권을 잡기 힘들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분위기는 안심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탈리아는 국민투표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렌치 사임이후의 정치상황이 중요해졌습니다
내년에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이 차례로 선거가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현재 트럼프 이후 정해진 방향을 고수하고 있지만 유럽 정치 상황으로 얼마든지 판세가 확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국민투표를 거치며 '의문의 1승'을 거둔 세계 금융시장은 트럼프 당선후 1달을 지나면서 Great Rotation이 공식화 했음을 선언하네요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우리말로 '대전환' 정도로 번역하던데 그냥 영어표현 그대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말입니다
금리 상승기에 안전자산인 채권(bond fund)에 몰려 있던 국제자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equities)에 몰빵한다는 개념입니다
다시말씀 드리지만,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위험자산으로의 대이동이 그레이트 로테이션입니다 이 로테이션에서 부동산은 안전자산으로 봅니다
따라서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어나면 부동산은 침체하는 게 정상입니다
1달째 거침없는 채권살상과 미국주식 시장 연중 최고치 경신으로 우리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어쨌든 보고 있습니다 30년을 이어온 미국 트레져리 황소장(bull market)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대단한 트럼프트레이드입니다
지난 5주동안 미국내 채권 뮤추얼 펀드와 ETF에서 순유출된 돈이 300억 달러 이상입니다 2013년이래 동일기간 동안 최대규모입니다 이미 11월에 채권펀드 수익률은 2004년 이래 최악을 찍었다고 하네요
위 그래프의 동그라미 부분이 트럼프 당선이후 갑자기 나타난 채권살상의 처참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와 비슷한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난 시기가 2012년입니다
2012년 초에 10년 트레져리 금리는 1.38%였는데 당시 최저치입니다 그리고 그렉시트 공포로 인해 전 유럽이 국가부채 부실화 이슈에 덮였던 시기였죠 안전자산 미국채에 돈이 몰린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호전되는 시기와 맞물리는데, Fed에 의한 테이퍼링(=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감, 즉 미국연준이 막대하게 사들였던 채권을 조금씩 매입규모 줄임)이 시중에 채권공급을 늘림으로써 채권금리를 급등시키게 됩니다(=채권가격 하락)
2013년말로 접어들면 10년 트레져리 금리가 3%를 넘게 됩니다
이 테이퍼링으로 인한 채권금리 급등이 꺾인 게 또 2014년 초입니다 같은 해 7월에 1.366%를 찍으면서 fresh record low를 기록하네요 이 시기에 당연히 돈이 채권으로 집중됩니다 2014년 초부터 10월까지 4,840억 달러나 되는 자본이 채권펀드에 유입되죠 그러는 동안 5천2백만 달러가 주식펀드에서 유출됩니다 역 그레이트 로테이션입니다
이 채권강세 주식약세의 분위기를 한방에 꺾은 게 현재의 트럼프 당선이라는 사건입니다
선거 당일 1.867%의 10년 트레져리 금리가 지난 화요일에 2.401%로 신기록 세웠네요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진짜로 존재감이 없이 날라가버립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후에도 지속되는 채권투매에서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대세로 공식 인증된 것입니다
현재의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개인들(retail investors)이라고 합니다
큰손들인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 채권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으면서 채권살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있는 세력들은 이런 큰손들이 개입하는 시점이 채권금리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7년 후반기로 예상하고 있네요
2017년 상반기는 공포심에 채권을 막 던지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더욱 강력하게 연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이 리테일 인베스터들이 채권펀드에서 44억달러를 뽑아내서 12억달러를 주식시장에 퍼부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Great Rotation이 자리잡았다고 선언을 했다면 텐인텐 회원님들도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말인듯 하지만 쉽게 말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채 금리가 이상 급등할 예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말은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돈 빌리기 어렵고 시중에 돈줄이 말랐다는 말이죠
'그레이트 로테이션'(GR)이라는 말은 결코 부동산과 친구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제목에서 쓴대로 지금의 GR은 2012년의 GR과 다르지 않나합니다
2012년은 실제 미국경기 회복으로 당시 Fed의장 벤버냉키가 테이퍼링을 감행하면서 해낸 '실천적'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의 GR은 엄청난 tax cut과 fiscal spending(재정지출)을 하겠다는 트럼프의 정책 제안만으로 이루어진 '공상적' 사건입니다
올해에만 미국재정적자가 5900억달러입니다 이걸 트럼프가 안고 시작합니다
트럼프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을 때 막대한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규모가 2017년에 무려 1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합니다
GDP대비 비율로 올해 3.2%인 미국적자가 내년 5%가 되고 2018년에 6.1%로 치솟는다고 하네요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장에서 Fed는 인플레이션율 상승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방정을 떱니다 Fed가 돈을 찍어내지 않고 경제성장시킬려다 오히려 시중에 있는 돈을 국채로 끌어모아 온전히 국채 빚을 갚아야 하는 이상한 경제가 되버립니다
생각해보면 트럼프는 경제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이게 공론화가 안되는 게 더 큰 의문입니다
내년 Fed가 4번이나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씩씩한' 전망을 내놓은 곳이 골드만 삭스 입니다
금리인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의 두목입니다 그리고 미국 금융주 급등으로 입만 놀려서 이미 큰 이익을 실현중이네요
지난주 금요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되었습니다 실업률이 자그만치 4.6%입니다 9년래 최저수준입니다
누가봐도 '이렇게 미국이 잘 나가나?' 그럴 수치입니다
그러나 달러값 떨어지고 미국채권가격이 상승해서(=드디어 금리하락) 이상하게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왜 그랬는줄 아십니까?
실업률과 일자리 수 증가분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당 임금이 전년동기 대비 0.1%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금수준은 인플레이션 전망에 직결되는 통계치입니다 임금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에 찬물을 붓는 일입니다
단 0.1%하락인데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만큼 지금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극도로 예민합니다
트럼플레이션이 약속과는 다르게 인플레이션을 달성하지 못할 거라는 약간의 실망감만 나와도 현재의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대역전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미국이 아니 골드만 삭스로 대변되는 미국금융자본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고 거기에 평범한 개인들이 대세라고 여기고 편승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골드만 삭스가 억지로 GR을 만들어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권력의 대단함을 보는 것이라 그저 흐믓하겠죠
피리부는 사나이(=미국금융자본)를 잘못 따라 가다 내년에 전 세계가 또 나락으로 빠지지나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현재 WSJ톱뉴스는 끊임없이 중국입니다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10분통화가 미국과 중국을 아주 들쑤셔놓고 있네요 중국/ 유럽이 내년을 알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트럼플레이션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 있겠습니다
이 거대한 미국의 GR이 얼마나 유지되고, 아니면 얼마나 일찍 운명할 것인가에 내년 대구 부동산시장의 명운도 달려 있겠네요
어려운 한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