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결심하고 되도록 빠르게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질문이 있다.
빌 게이츠와 내가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누구 사업이 더 잘 될까?
빌 게이츠.
왜 그렇지?
빌 게이츠는 사업체를 만들고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까 경험이 없는 나보다는 훨씬 잘 할 것이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다.
사업가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
지금까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한달의 인수인계 기간이 있었다.
사실 인수인계보다는 그동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씩 보는 시간이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똑같은 대화를 했다.
“퇴사한다고?”
“예. 사업하려고 합니다.”
“아이템이 뭔데?”
“블라블라”
매번 아이템을 설명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나중엔 대충 얼버무렸다.
퇴사하고 사업한다는 사람한테 물어볼 게 아이템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회사 다니면서 아이템을 다시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분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느꼈다.
사업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씀하시는 거구나.
포켓몬고가 한창 유행할 때 동기들과 얘기했다.
“앞으로 증강현실이 유행할 것 같은데 앱 하나 만들까?”
“안 그래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보물찾기 어때? 사람들 잘 안가는 장소에 보물 놓고 찾아가게 만드는 거야. 처음엔 손해를 좀 보겠지만 잘되면 홍보를 원하는 곳에 돈 받고 보물 놓는 거지.”
“괜찮네. 지도 API 써서 하면 금방 만들겠는데?”
얘기만 했다.
2년이 지났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개발하신다고요? 그럼 이건 어떠세요? 보물찾기 게임. 사람들한테 보물 정보를 알려줘요. 게임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한테는 돈을 받아요. 돈을 낸 사람에게는 보물의 위치정보가 보여요. 찾는 시간이 너무 길면 지치니까 중간중간 힌트를 주고요.”
그때 내가 어떤 표정으로 얘기를 듣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좀…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업가와 동기의 아이템이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퇴사하고 사업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런 건 어때?’ 하면서 툭툭 던진다.
맥주 배달 사업, 여행 소개팅 사업, 허영심 경쟁 사업 등 많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템들이 쏟아진다.
쏟아지기만 한다.
쓰레기처럼 바닥에 굴러다니다 잊혀진다.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무가치하게 내버려둔다.
상반되는 말과 행동에 의심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템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중요한 건 아이템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