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이가 뻔히 한 짓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누가 했는지 물어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이는 엄마한테 야단 맞을 것이 두려워 눈에 보이는 사소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동생이랑 싸우다 동생이 울어 왜 우냐고 묻거나, 장난감으로 방을 한가득 어지러 놓는 그럴 때 말이다.
제가 안 했어요~~
그럴 때면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어~~ 지웅이 코가 길어지네.. 어떻게 하지~
그럼 아이는 깜짝 놀라 자신의 코를 만진다. 그러면서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쁘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사소한 거짓말도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거짓말을 할 영악한 나이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 첫째 6살 일생 일대의 첫 거짓말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나는 약국이나 문방구에서 파는 값싼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는다. 성능이나 품질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라리 비싼 돈을 주더라도 제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엄마랑 병원에 가면 짤도 없다. 그런데 아이들 아빠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사 들고 좋아하는 그 잠깐의 순간을 보고 싶어 아빠랑 병원에 가는 날이면 아이들은 꼭 값싼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온다. 며칠전 병원에 가서도 아이는 약국에서 팽이 하나를 사왔다. 사실 도대체 왜 약국에서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값싼 장난감을 파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이가 그 팽이 장난감을 유치원에 들고 가겠단다. 다른 때 같으면 유치원에 팽이 장난감을 가지고 가면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놀고 싶어서 속상하겠다 라는 정도만 말해도 조용히 장난감을 놓고 가는 아이가 그 날은 팽이 장난감이 정말 가지고 가고 싶었는지 굳이 가지고 가겠단다.
그래도 안돼. 유치원에 장난감을 가지고 가면 안돼.
괜찮아요. 유치원에 장난감 가지고 가도 되요. 선생님이 소원카드 받은 사람은 장난감 가지고 가도 된다고 했어요.
소원카드?
네.. 선생님이 줬어요.
그래.. 그럼 가지고 가....
사실 아이가 유치원을 옮겨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소원카드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아침에 너무 바쁜 나머지 더 물어볼 생각을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칭찬 스티커를 많이 모은 아이들에게는 소원카드가 주어지고, 그 소원카드로 아이는 원하는 것 한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팽이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는 유치원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말을 건넨다.
엄마.. 사실은요. 소원카드 안 받았어요.
뭐시라. 사실 아이의 이런 거짓말은 처음이라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먼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아이에게 물어본다.
지웅이. 근데 왜 거짓말 했어?
팽이 장난감 가지고 가고 싶어서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해? 사실대로 말 했으니까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거짓말은 정말 나쁜 거야. 대신 거짓말을 해서 가지고 온 장난감은 그냥 차에 두고 가야 해.
네....
아이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엄마와 굳게 약속을 하면서 유치원에 향했다. 그리고는 아빠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도 잘못한 것을 알고는 있는지 한마디 한다.
이제 다시는 거짓말 안한다고 했잖아요.
맞아.. 우리 지웅이, 이제 다시 거짓말 안 한다고 했지... 약속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어..
네...
거짓말을 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가 기특해서 한번은 믿고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동생과 책을 보던 녀석이 책에 나온 코끼리를 보면서 한 마디 한다.
코끼리는 거짓말 안 했는데도 코가 길어요~~~
거짓말을 했던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너무나 순수한 아이들 마음처럼. 어른들도 거짓말을 안하고 살 수는 없는 걸까 싶다. 요즘 MB사건을 보면서 얼마나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가족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며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에게 창피한 어른은 되지 말아야 겠다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