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는 무슨, 망했니로 이름 바꿔야합니다. >
저저번주부터 왼쪽 어금니 쪽이 아파서 봤더니 어금니 끝부분과 잇몸 사이에 뭔가 하얀 물체가 보여서 사랑니임을 실감했다.
아 - 진짜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서 나는 예외일 줄 알았는데 절망적이었다.
엄청난 서치를 통해 사랑니 공장이라는 신촌 잎사귀에 가기로 결정.
회사분이 추천해주신 강남 '사랑이아프니' 에 갈까 고민했으나, 신촌이 나의 나와바리이기 때문에 발치하고 집에 잽싸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잎사귀로 예약했다. 그리고 수많은 후기를 보니 뭔가 믿음이 갔다.
이건 거기 홈페이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저게 주르를륵 올라가면서 지금까지 발치한 사랑니가 뜬다. 매일 갱신된다.
심지어 도메인도 5.ok... ^^ 오분이면 오케이라고..
많은 후기를 보았을 때 실제로 1분이면 뽑는 것 같다. 절대 절대 광고아님. 감동 받아서 이러나봐여..
빼러 가기 전. 떡볶이를 먹고 싶어서 가고 있습니다.
이분 오늘 휴가라서 신난답니다.. 이때까진 나에게 다가올 고통을 몰랐다.
빼면 맵고 자극적인 것 못먹을 것 같아서 혼자 떡볶이 먹으러 옴..
사실 두군데를 먼저 갔는데 다 문을 닫아서 여기로 왔다..
너무 매웠다. ㅠㅠㅠ
매우니까 아이스크림도 먹어줘야 한다..님의 골든티켓 상품!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
발치하면 잘 못먹을 것 같아서 첫끼를 이렇게 먹었다.
(예상대로 지금 발치 후에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 첫끼이자 마지막 끼니가 된 것 같다..)
비로소 치과 입성.. 예약을 했지만 기다림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참을성을 갖고 기다림.
이때까지는 나에게 다가올 시련을 알지 못했다. 셀카 찍으면서 혼자 해피 타임 보냄 ㅠㅠㅠ
암튼 이렇게 놀다가 X-ray 촬영을 했다. ㅠㅠㅠ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x-ray 담당하시는 분이 너무 당황하시면서 나를 불렀다. 그러면서 혹시 턱뼈 얇은 거 알고 계시냐면서 물었다. 너무 우려스러운 얼굴로 묻길래 "안좋은거에요..?" 했는데 "네.ㅠㅠ"하시면서 설명해주셨다.
일반인의 치아와 턱뼈.
치아와 아래 하얀 선(뼈)와의 간격이 여유가 있다. 이게 일반적인 사람들.
(이미지는 저작권 문제가 되지 않게 구글에서 수정 후 상업적 용도로 재사용 가능한 사진을 찾아 사용했어요)
이게 나다. 뼈와 이가 아예 맞닿아 있고 신경을 지나가고 있는 케이스였다. 내가 이날 발치하려고 간 치아는 오른쪽에 보이는 치아였다. 간호사분이 내가 보통사람들보다 턱뼈가 3배 정도 얇다면서 조심스럽게 혹시 턱 성형하신 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아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서 x-ray 찍으면서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고 하셨다.
내 경우는 발치를 하다가 턱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발치하고 나서도 빈 부분이 너무 커서 얇은 판만 존재하게 되는 거라고. 그러면 조금만 충격이 가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고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너무너무 무서워지기 시작함.. ㅠㅠㅠㅠㅠ멘탈이 흔들리면서 "저, 그럼 턱뼈 부러져요..?" 하면서 간호사분한테 물어봤는데 이때 내가 원한 답은 "아니에요, 잘 될거에요."였는데 "그럴 수도 있어요 ㅠㅠ"하고 말씀하심.. 근데 정말 정말 친절했다. 사람이 워낙 많이 오는 유명한 곳이다보니 기계적으로만 대답한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진짜 친절하셨음.
그렇게 간호사분이 원장님 다른 진료 중에 살짝 내 사진을 보여주셨고 원장님은 일단 나보고 9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셨다. 턱뼈, 신경, 부러짐, 마비 등의 단어가 머리를 스치면서 겁나 아득해짐 .ㅠㅠㅠㅠ
9층 도착.. 여기가 왜 사랑니 공장이라고 하는 지 알겠음.
저렇게 칸마다 컨베이어 벨트마냥.. 한칸에 들어가서 마취주사를 놓고, 다음 칸 놓고, 다음 칸 놓고 ...쭉 놓고 다시 첫 칸부터 원장님이 발치하고 끝 - 다음 칸 발치. - 그 다음 또 다음칸 발치.- 다음 칸 발치.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앉아서 다른 사람들 발치하는 거 보는데 진짜 어떤 경우는 원장님 30초도 안돼서 뚝딱하고 "끝났어요." 하고 휙 가심. 확실한 건 진짜 1분 안넘음..
신뢰가 가기 시작함.
나도 차례가 와서 앉았는데 모든 칸에 다 마취를 놓아 주는데 나만 안놔주시는 거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원장님이 다시 봐야된다고, 발치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아직 마취를 하면 안된다며 다른 고참 간호사님을 불러오셨다. ㅠㅠㅠ
거의 울기 직전까지 온 나한테 새로 오신 간호사님이 진짜 친절하게 내 상황과, 수술 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유의사항 같은 것들을 말해주셨다. 일단, 신경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절대 절대 움직이면 안된다고 정말 위험하다고 말씀하셨고, 신경이 손상될 수 있으며 발치 후에도 5개월 정도는 절대 세게 부딪히면 안된다고 당부 또 당부하셨다.
설명 듣는데 진짜 너무 서러웠음. 나는 왜 턱뼈가 얇아서 남들 금방하는 걸 이렇게 힘들게 하나... 내 인생.. 이러면서
나 진짜 턱뼈 부러지면 어떡하지? 신경 마비돼서 맛 못느끼면 어쩌지? 뽑지말까? 그러기엔 너무 아픈데.. 이러면서 ㅠㅠㅠㅠㅠ
수술 못하시겠다고 하면 대학병원 가야겠지 ? 아 한참 기다려야한다는데 ㅠㅠ 이러면서 온갖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다가 원장님 들어오시고 아주 시크하게 "마취 하세요" 하셨다.. 수술 하신다는 말이라서 내가 "마취해요?" 했더니 원장님이 "마취 해야죠. 그럼 안뽑을거에요?" 하셨다. ㅠㅠㅠ 그래서 내가 "무서워서요.."했더니 "학생이 왜 무서워요. 가만히만 있으면 돼요. 오히려 무서운 건 내가 무섭다." 하셨다. 그리고 마취 주사 바늘 꽂는데 입안에 진동 물체 넣어서 별로 안아팠다. 그리고 지혈제랑 아이스팩 모두 체크하고 서명했다. 흑. 이때 진짜 두려웠음. 지혈제 만원, 아이스팩 삼천원임.
마취 아프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일단은 심리적 공포가 너무 심해서 그런 것 따윈 느끼지 못했음.
어어 하는 사이 원장님 큰 주사 바늘 두개 찔러 놓고 다음칸 마취주사 놓으러 떠나심..
마취주사를 넣었더니 왼쪽 감각이 아예 사라지고 뭔가 내 피부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사이 원장님이 들어오셨고 나한테 넘 걱정하지 말라고 하심. 움직이지만 말아달라고.
아프면 왼손들라고 하셨다ㅠㅠ 근데 내가 너무 긴장해서 진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진짜 무서웠음.
엄마 보고 싶고 막.. ㅠㅠㅠㅠㅠㅠ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별 생각 다 듬.
시작했는데 아프진 않은데 뭔가 쑤시는 느낌은 든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느라 힘들었다.
아 다시 생각하는데 끔찍. 원장님이 힘주시는게 진짜 두개골까지 느껴졌다. 무서웠다 진심으로..ㅠㅠ
심지어 난 매복이었음. 하, 다시 생각하는데 다시 무서움ㅠㅠㅠㅠㅠㅠ
다행인 건 일분 정도 만에 끝났다. ㅠㅠㅠ 진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정신이 아득했음..
여기서부터 사랑니 사진 주의. 징그러운 거 못보는 사람들은 넘기시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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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이랑 맞닿아 있어서 약간의 상처는 났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전선을 생각하면 된다고 약간 상처나도 작동하는데 이상 없는 것처럼 시간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
내 사랑니. 원장님 실력ㅠㅠㅠ 매복 사랑니인데 쪼개지 않고 한번에 뽑으심.
세개나 남았는데 인생 끝나는 그 시간까지 미루고 싶어요. 제발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스팩 갈았다. 지금 마취가 풀려서 진짜 아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밥도 못먹었다. 뭘 먹어야 약을 먹는데 .. 암것도 안먹어서 약도 못먹음..
집에와서 셀카. 잠옷 죄송해여.. 빠르게 빼주셔서 많이 붓진 않았다.
지금도 거울봤는데 별로 붓지 않았음.
감사합니다리 ㅠㅠ내일도 안붓길...
하지만 지금 마취가 풀리면서 너무 아파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촌 잎사귀 진짜 추천. 원장님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원장님 충성충성. 나머지 세개도 잎사귀에서...
사랑니 뺄 예정인 분이 있다면 추천해요ㅠㅠㅠ
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