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김광석 가객님의 '이등병의 편지'입니다.
오늘 갑자기 마음아픈 일이 있어서 반주를 조금 강하게 마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있던 일을 꼭 글로 써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이렇게 포스팅을 해봅니다. ㅎㅎ
오늘 일때문에 부산으로 오는 길에 터미널에서 볼일 보러 화장실에 갔었습니다.
다른 시외버스 터미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 화장실엔 화장지가 없습니다.
문방구 앞 뽑기기계처럼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화장지를 뽑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난 뒤 나오려는 길에 동전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우왕좌왕하시는 군인분이 보이시더라구요.
계급표의 작대기 두개를 보니 백일휴가를 나오신 분 같았습니다.
피 끓는 청춘에 자신의 20대 초반을 빼앗기듯 , 자랑스러운 나라를 지키는 직책에 2년을 바치는 분들이죠.
그 군인분을 보니 지금 군대에 가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있는 제 친구들이 떠오르더군요.
많은 친구들을 군대에 보내고 있는 저로썬 얼마나 적은 월급을 받고있으며 휴가땐 돈이 더욱 부족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월급으로 한달에 담배를 사도 몇 대를 피울 수 있을까요.
주린 배를 감싸안고 PX에 가면 얼마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요.
휴가라고 고향에 가는데 버스비, 기차비가 감당이 될까요.
동전 500원이 부족하여 허둥지둥하며 볼일을 볼 수 없는 일병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그 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화장지를 뽑아드리는 것 뿐이어서 주머니속에서 500원을 주섬주섬 꺼내어
"제가 화장지 뽑아드릴게요 !" 하며 뽑아드렸습니다.
그러자 군인분께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타지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피 끓는 청춘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먼 타지로 왔는데 500원 하나가 없어서 화장실 볼 일을 볼 수 없었던 군인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화장지를 뽑아드리고 제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플랫폼에 앉아있는데 잠시 뒤 그 군인분께서 다가오셨습니다.
군장속에서 뒤적뒤적이시더니 '과메기'(포항 특산물)을 꺼내어 주려고 하시더군요.
그 상황에서 저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쥐꼬리같은 ,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으로 가족들을 찾아간다고 그렇게 큰 돈을 썼을까.
그리고 내가 고작 500원 밖에 되지 않는 돈으로 이렇게 귀한 것을 받아도 될까.
저는 그 자리에서 손사래치며 "괜찮습니다. 제 친구들 생각이 나서 그저 도와드린 것 뿐이에요."하며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플랫폼에 앉아 그 군인분과 얘기를 하는데 왠지 군대간 제 친구들과 하는 말이 똑같더군요.
"집은 전라도인데 이 먼 포항까지 복무를 하러 오니 사투리 차이 떄문에, 또 집과 멀다보니 가족들 생각이 난다."
제 친구들은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등에서 고생을 하며 집과 멀다보니 야간 불침번 근무를 설때 괜스레 가족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나름의 동병상련일까요.
오늘도 나라를 위해 그 젊음 다 바치며 추운 날씨에 나라를 지켜주시는 국군 장병 분들께 다시하며 감사합니다.
그대들이 있기에 저희가 따스한 바닥에서 편히 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친구들아.
부디 몸 건강하게, 다친 곳 없이만 전역해다오.
전역한다면 같이 과메기에 술이나 한잔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