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꾼 꿈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꿈의 대부분은 잊어버렸고 마지막 장면만을 기억하고 있다.
주방 같은 공간에서 커다란 식탁을 둘러싸고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이 서 있었다.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나는 큰 두려움과 고민에 휩싸였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가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사실 너희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일까?
아니면 내가 진실을 말하는 순간 그들은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릴까?
결국 그들이 너무 불쌍해서 차마 말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꿈에서 깨버렸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는 행동을 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척’ 하는 것이다라고. 그 구절이 내게는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나는 그때까지 인생의 상당부분을 존재하는 척 하며 살아온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실제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도 만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친구들이 말하는 것의 대부분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억지로 관심있는 척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반응하는 것은 내게 고역이었다. 지금은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지만 전혀 후회되는 마음이 없다. 후회되는 것은 지난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