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 내에서 모종의 합의와 모종의 메커니즘 설계로 유통되는 이른바 지역 통화(local curreny, community currency)와 흔히 가상 통화(virtual currency)로 불리는 것은 서로 개념적으로 배치되는--서로 융합될 수 없는--것일까?
남아공 사례인 GEM이란 지역 통화는 일정한 지리적 공간 내에서 도입된 걸로 알고 있지만 애초부터 휴대폰상의 디지털 통화로 고안되었다(https://steemit.com/kr/@hsalbert/nw). '가상(virtual) = 디지털(digital)'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경우는 지역 통화이면서 동시에 가상 통화다. 채굴(또는 발권) 방식도 그 나름대로 정의된다.
가령 어느 도시의 식당 상인 조합과 개인 택시 조합이 일정한 디지털 회계 단위 창출에 합의하여 법정 통화 대비 20%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 제공자(택시 기사, 식당 주인)가 이 회계 단위를 수용─즉, 소비자들이 지불─하기로 했다고 상상해 보자. 이 디지털 회계 단위는 지역 통화인가, 가상 통화인가? (이런 메커니즘은 궁리하기 나름일 텐데, 법정 통화 단위와 새 회계 단위를 90 대 100으로 소비자들에게 바꿔주는 캠페인 + 식당의 밥값과 택시비를 법정 통화 기준의 기존 가격 대비 10% 할인 + 식당 주인과 택시 기사에 대한 시정부의 재정/세무상의 인센티브 등을 결합해 소비 진작+고용 창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통화를 대대적으로 만들어 성공시킨 경험이 우리에게 없으니 실감나지 않을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충 지역 통화란 것은 '물리적인 공간 면에서 국지적인 통화(physically or geographically local currency)'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상 통화는 '기능적인 면에서 국지적인 통화(functionally local currency)'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팀잇에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소비자들이 쓰게 될 스팀달러도 그것이 목표하는 '기능에서 국지적인(functionally local)' 통화다, 일단은.
이런 생각이 얼마나 쓸모있을지는 모르지만, 먼저 화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만 어떤 직관적인 미래상을 발전시켜 갈 수 있다. 화폐의 본질에 관한 내 작업 가설은, "화폐란 세 명 이상이 신뢰하는 채무 증서 유통의 회계 단위다"라는 것이다(https://steemit.com/kr/@hsalbert/2tbppq).
스팀잇에 적용해 보면, 어떤 사용자가 글을 올리면 '그 서비스에 대해 빚졌다'고 인정하는 채무 증서를 모종의 규칙에 따라 스팀잇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발급해 주는 회계 단위가 스팀달러다(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회계 단위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사용자들이 그걸 어디에 어떻게 써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