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가 며칠만에 찻집에 돌아왔다.
쥔장은 어떤 사내와 이야길 나누다가 황진이를 보고 말했다.
"진이! 이제 기운 좀 차렸어? 얼굴 꼴이 그게 뭐냐? 이그...."
"안녕하세요...전 안녕치 못하네요. 기분이 혹한이랍니다."
쥔장: 이 분의 그림을 보고 마음을 좀 풀어보지그래? 인사도 하고."
"꾸벅! 저 진이라고 해요. 헛.....이 그림...!"
"저는 구스타프입니다. 반가워요. 진이! 당신에게 이 양귀비 들판을 드리고 싶군요."
황진이: 세상에....제가 양귀비 들판에서 걷고 있는 착각이 드는군요! 대단해요!
이 자그마한 하늘도 독특해! 보통 풍경화에서 하늘은 훨씬 더 큰 부피를 차지하잖아요?
구스타프: 여길 걷는건 어때요? 저랑 같이...몇년동안 쌓여 푹신해진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들리나요? 이미 당신은 나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네요. 아...하늘!
제 그림에서 하늘은 가장 소중합니다. 그래서 극도로 귀하게 보여주지요.
황진이: 소중하니까 귀하게 보여준다? 그거 참신한 관점이군요? 커피 한잔 더 드려요?
구스타프: 커피는 됐습니다. 당신으로 이미 모든게 충분해요.
당신이 내게 어느날 귀한 사람이 된다면...난 당신을 아무에게나 소개하지 않을겁니다.
저 하늘도 그래요. 이 사과나무의 세상은 어때요?
황진이: 왼쪽상단에 엄지손톱처럼 작은 하늘이 있군요! 아..쫌 만 더 쓰시지....내가 사랑하던 화가 빈센트는 하늘과 태양과 별을 사랑하다 못해 해바라기에도 태양을 심었었죠.
구스타프: 하늘은 작지 않고...작아질 수도 없죠. 하늘을 보는 사람의 착각일 뿐!
하늘은 어찌 되었든 무한하죠? 안 그래요? 음, 빈센트! 나도 그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내 해바라긴 달라요.
그는 열정과 순수를 표현한 대가라면 난 지독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화가요.
이 해바라기를 보시겠소?
황진이: 구스타프! 당신 말대로....정말 아름답군요! 예술의 지상목표가 아름다움이라면...
당신은 진정 최고에요. 이젠 아예 하늘이 사라졌군요! 감춘건가요? 너무 소중해서?
구스타프: 그림 속에 하늘이 안보이면 당신은 어디서 하늘을 찾을건가요?
바로 당신이 하늘입니다. 진이. 내게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오는 당신이...
오늘 밤엔 내게 별도 보여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