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가 스캣치북을 들고 신을 직직 끌며 찻집을 열고 들어오자 에빵 이 활짝 미소지으며 맞이했다.
"어서 와요! 낡은 시대와의 단절을 꿈꾸는 또라이삐딱선예술가 구스타프!"
"황진이는...? 당신은 누구?"
"저는 이 찻집 단골 에빵이라고 해요. 당신보다 훨씬 선배죠. 저는 고호 시절부터 여기 운남커피의 맛을 알았으니까요. 진이가 오늘 이삿짐 나르러 간다고 저한테 자릴 부탁했어요. 전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빵빵 준다하여 에너자이저라고도 불리죠. 당신이 그린 법학 의학 잘 봤어요. 먼발치에서...진이는 아마 이해를 잘 못하는것 같던데 저는..."
"그럼 커피를 부탁해도 되겠소? 빵..."
"에빵이에요! 물론이죠. 오늘은 제가 구스타프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베트남 본 커피를 드릴게요. 아...오늘 스케치해오신 그림인가 봐요? 그건...앗!"
클림트는 물약을 꺼내 두 눈에 점안을 하고는 침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후원자가 내게 자기 딸의 영정그림을 부탁해서 지금 스캐치하고 오는 길이오.
마리아 뭉크! 어제 5미리권총으로 자살했지. 자살이유가 뭔지 아시오? "
"세상에...이런 고운 여인이..! 연인으로 부터 버림받기라도 했나요?"
"오! 에빵!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건 자살할만한 이유가 아니라오.
일상다반사지! 그녀의 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소.
'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사랑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요.'"
구스타프는 받아든 본커피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가치있는게 있소? 사랑만큼 행복으로 이끄는 감각이 있겠소?
그런데...그 사랑이 어느 날 더 이상 행복하게 느껴지지않는다면...
그리고 서랍 속에 권총이 있고 5미리탄환이 반짝이고 있다면...
난 그녀의 선택을 나무랄 생각이 없소.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오."
"이거...빈대학 강당의 세번째 주문작품 '철학'이오! 일류석학들이란 놈들도, 심지어 진이도 이해를 못한 내 그림이니 빵..당신이 이해할거라곤 기대 안하오만.."
"에빵이거든요? 구스타프! 당신 혼자 이 우주에 던져진 존재라고 착각하지 말아요.
나도 그 우주에 떠도는 한 영혼이죠."
"그럼 이 철학이 이해간단 말이오? 이게 뭘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 솔직히 나는 그릴 뿐-스스로도 표현은 못하겠소! 만일 당신 에빵이 이걸 속 시원하게 해석해준다면 당신에게 내 그림을 하나 즉석에서 그려 바치리다!"
"호오..그래요? 지금 당신의 말 이곳 찻집에 오신 분들이 다 보고 있다는거 잊지마세요!
철학이 뭔가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죠. 인생을 보며 관통하는 원리! 좌상단의 아기들을 봐요.
그 애들은 생의 환희를 품고 희망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이미 무지며 몽매로서 괴로워 하고 있죠!
어쩌면 희망의 심볼인 아이들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성숙하여 컸네요.
연애하고 관능에 심취하는 세월로 접어들었네요. 당신이 최고의 가치를 두는 관능말입니다.
그리고는...
늙음으로 접어들죠? 당신에게 늙음이란 그저 이렇게 쭈그러들고 추해지는 것인가요?
저 아기들도 깊은 내면에서 이미 성장하고 또 늙어가고 죽어감을 알고 있기에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것이었겠죠?
이 몽롱의 여신! 모든 행성과 우주를 창조하고 주관하는 신은 여신이로군요.
그래요! 우린 신을 알 수 없죠. 다만 우리에겐 명료한 주시의 능력이 주어졌어요. 맨 하단의 저 여인만은 가장 뚜렷한 필치로 표현되어 있죠!
창조의 여신과 관조의 여신-그 둘은 당신의 우주의 음과 양이겠죠!
구스타프는 에빵의 말을 들으면서 정신을 잃은듯 입에서 커피 한줄기가 주르르 흘렀다.
"그런가요? 내 그림은 그런 의미를 품고 있는거요?"
에빵은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커피를 닦아주며 안쓰러운듯 물었다.
"이런 가련한 사람...당신이 그렸으면서도 그 의미를 모르고 그렸단 말인가요?"
"난 화가요! 내가 주제를 담고 기다리고 있으면 하늘과 땅과 물과 불이 내 안에서 반죽을 일으키며 부딪치고 폭발하지. 내 알게 뭐요? 그들이 뭔 짓을 하는지..그리고 붓은 지 알아서 물감을 개고 칠하지! 난 황홀경 속에 그 흐름에 날 맡길 뿐이오. 이제 빵! 당신이 말해주니 내 가슴이 뻥- 뚫리는것 같구려! 이제-약속대로 당신을 그린 것을 드리겠소!"
"아! 내가 설명하는 사이에 그 신내린 손을 놀렸군요! 세상에...저를 어린 소녀처럼 그린건 누구를 위한건가요?"
구스타프는 멋적은듯 웃으며 말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요. 빵! 이해해 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