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내를 보고 황진이는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여기 빈센트 반 고흐가...우리 형이..어디 있습니까?"
황진이: 당신이 테오? 빈센트는...이미...
쥔장이 테오에게 가서 악수를 하며 말했다.
"먼 길을 오셨군요. 테오! 미리 말해두지만..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이리로..."
쥔장은 테오를 찻집 탕비실이었던 고흐의 화실로 안내했다.
화실 입구에 놓인 신발을 보고 황진이는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빈센트! 살아있다고? 그것도 여기에?'
그들이 들어간 화실한쪽 침대에 고흐가 누워 있었다. 테오가 고흐의 손을 잡자 고흐는 시체에 피가 돌기라도 한듯이 환한 얼굴을 하고 웃었다.
"연락하지 말랬는데...쥔장도 참...그래도 이렇게 보니 좋구나! 테오."
"형! 퐁투아즈병원으로 가자!"
"아니! 가는 도중에 길에서 흔들리며 죽고 싶진않아. 난 스스로 삶을 접기로 한것이니 날 존중해 주겠니?"
"형을 이렇게 보낼 순 없어. 너무 외롭게 끝나잖아. 형의 인생...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고흐는 미소짓고 말했다.
"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외롭진 않았단다. 날 알아주고, 내 귀를 만져주고...
맛있는 토스트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단다."
그들의 뒤에서 듣고 있던 황진이가 흡-! 하며 더운 숨을 삼켰다.
"테오! 보통 사람들은 평생 긴 시간을 긴 관심을 받으며 살아가겠지만-난 짧은 시간에 해바라기 씨앗처럼 가득한 사랑을 받은것 같다.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내가 너에게 줄 그림이 하나 있단다.
이그림은 팔지 마렴. 후후....살 사람도 없지만. 이게 형의 농담이다.
이 두 마리 게의 그림...이건 우리 형제를 그린거다. "
고흐는 테오의 젖은 눈을 바라보며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는 말했다.
"내겐 오늘이 마지막 밤이 될거거든. 내 사랑하는 아우...내 곁에서 자줄래?
어린 시절 그랬듯이. "
고흐는 테오의 울먹이는 어깨 너머로 황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황진이의 뇌리에는 밀밭에서 자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울려퍼졌던 냉혹한 총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잡아끄는 쥔장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람빠진 풍선인형처럼 무릎을 꺽고 허물어졌다.
새벽 1시 30분-
고흐는 숨을 거뒀고 낮이 되자 일곱명의 친구들이 찾아와 해바라기로 방을 가득 장식했다.
관 옆에는 그의 그림들이 주욱 걸렸다.
쥔장은 넋나간듯히 서있는 황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가 그리기 즐겨했던 이 그림처럼...그는 사람들 가슴에 씨를 뿌렸지.
10년 동안에 무려 2000개의 태양이 세상에 뿌려졌어."
황진이: 평생을 돕고 격려하던 형을 떠나보낸 테오는 심정이 어땠을까요?
쥔장: 그는 형의 회고전을 열어주지. 그리고 자신도 형처럼 정신발작을 일으켜. 그리고 형이 떠난 6개월 후-그도 삶을 접게 되지.
*여러 화가 중에 고흐가 가장 길었네요.
고흐를 만나면서 저도 참 많이 눈물 흘렸습니다. 이제...그를 보냈으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죠?
오랜 시간 기다린 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