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는 고흐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그의 눈을 뚫어질듯 바라보았다.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건 뭐였죠?"
고흐: 아버지는 신분이 낮은 여자랑 사귀는건 바보짓이라고 말리더군!
그게 목사인 아버지가 할 말이야? 심지어는 나를 유일하게 응원하던 테오마저 그녀를 반대한거야. 그리고 내 그림친구이자 수채화 선생이었던 모우배-그 자식은 내가 한심하다고 의절해버렸어.
사람이 지옥이야! 그것도 가까운 사람이...
황진이: 에이! 당신 지금 착각하고 있는거 아냐? 잘 생각해봐요. 당신을 힘들게 한 모든 중심부엔 가난이 있죠! 결핍! 그것만 아니었으면 뭐가 문제가 되겠어요?
고흐: 방세가 밀리자 뚱보집주인이 와서 날 집어던진 적도 있어. 후후...그녀가 출산하는 기간동안 난 병원 근처에서 이젤에 캔버스를 올려놓고 스캐치를 하는데 담배꽁초가 날아온적도 있지.
난 뒤도 안돌아보고 계속 목탄을 그어댔어.
그랬더니 이제 하늘마저 날 조롱하듯이 비가 쏟아지더군!
내가 그런 거에 굴할거 같소? 난 비를 맞으면서 계속 그렸어. 종이가 젖고 목탄이 젖었어도 그렸어.
그 무엇도 날 멈추게 하진 못해! 저 하늘도! 다만....내 사랑하는 동생마저 날 비난할 땐 정말 가슴이...찢어지는것만 같았어.
황진이: 뻔하지만...오래 함께 살진 못했을거야. 맞죠?
고흐: 반대하는건 우리집만이 아니었어. 그녀의 엄마도 시엔이 나같은 떨거지환쟁이하고 사는게 의미없다고-돌아오라고 부추겼지.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아오?
다시 거리에서 치마를 걷어올리란거요! 이제 학교에 갈만한 딸 마리아는 어땠을까?
그애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졌지. 아빠는 본적도 없고 엄마의 사랑도 받을 여건이 안되는 마리아.
그 애는 항상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있었지. 그런데 태어난 아기...그마나 희미하던 사랑마저 동생이 차지하고 말았어.
그 두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난 그녀를 채임질수도 없고 놓아줄수도 없었어.
결국 그녀는 떠났고-난 그녀와 아이들이 빠져나간 그 거대한 허공 속에서 섬광처럼 보았소!
내가 절대로 오래 살지 못할거란걸! 그녀도! 우린 서로에게 죄를 지었어.
가장 무서운 죄! 서로의 불행을 알면서도 방치한 죄!
이봐요 진이! 당신은 아오?
내가 오늘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그녀는 잘 살고 있는지...
난 모르지만 당신은 알지 몰라요. 말해주겠소?
황진이는 알고 있었다. 그가 외로움에 미쳐가다가 몇년후 밀밭에서 자신의 배에 권총방아쇠를 당긴다는 것을...
그리고 조금 더 세월이 흐룬 후 시엔도 강물에 몸을 던진다는 것을-
그녀는 젖어오는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깨물어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황진이: 이건...확실해요! 당신은 그때부터-유화를 그리기 시작하죠! 위대한 고흐의 시대!
당신만이 열 수 있었던 불멸의 시대를 열어가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