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구석에서 뻘글 양산중인
그래하늘(hwan100)입니다.
3월이라고 숫자하나 바뀌니 날씨가 엄청 따뜻해진 거 같습니다.
오늘은 집 밖으로 좀 나가보려고요. ㅎㅎ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PC방
모뎀과 함께한 PC통신 시대에서 '꿈의 정보 통신'이라던 ADSL(진짜 교과서에 이렇게 써있었다), 그리고 각종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되던 그 시절.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PC방에 한번 가려면 버스를 타고 최소 20분은 이동해야 했었다.
가격은 한 시간에 1000원~1500원(무슨 20년 전 가격이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냐).
오락실처럼 500원짜리 동전이 들어가는 피씨방이 내가 처음 접했던 곳이었다. (500원에 30분)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좌석 3개' 뭐 이런 식으로
레스토랑처럼 PC방 좌석 예약이 가능했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나같은 손님들 때문에 금방 사라졌다. ㅎㅎ
예약하고 들어가서 자리를 넘겨받기까지는 정상인이었는데
정작 '나'라든가 나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은 다른 예약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
내 컴퓨터 번호가 예약된 자리라는 소리가 들리면 아무렇지 않게 500원짜리 4~5개를 연달아 투입구에 던져넣으며 알박기(?) 및 방어태세에 들어가는 이상한 손님이었다.
가게 사장님은 어쩔 수 없겠다는 제스처를 방금 들어온 예약자에게 보여줄 뿐...
자신의 가게에 돈을 쏟아붓는 손님에게 자리를 비켜주라든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피씨방은 예약이라든가 하는 시스템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수긍한 거 같았다.
지금 보니 인간성이 별로인 10대였네.. ㅎㅎ
부원 활동은 1년만
그런 몹슬짓(?)도 망설임 없이 하던 나였지만
실제로는 피씨방을 이용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있는 나름의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내 특별활동(클럽이나 동호회) 뭐 그런 것이었는데, 학교 컴퓨터실의 신형 컴퓨터와 인터넷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컴퓨터, 인터넷, 함께할 친구까지! 이 3박자가 모두 갖춰져있는 공간이 나에게는 학교였던것.
왜 네트워크 플레이를 하느라 돈 내고 PC방을 가야 하는지 처음에는 좀 의문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는 선생(학교)과 학생의 입장 차이는 아래와 같다.
학생(나)
- 공짜 인터넷
- 공짜 컴퓨터
- 공짜 게임
- 공짜 빔프로젝트(이걸로 타이타닉봤음)
학교 & 선생님
- 표면적으로는 교육이 목적임
- 본 목적은 코딩 및 이미지 툴 사용법을 잘 익혀서 각종 대회에서 출품(?) 및 입상하길 바람
- 어디 가서 상장이라도 하나 타오면 자신(선생)의 업적이나 마찬가지
- 학교에 손해될 일은 없음
- 담당 선생과 학교의 홍보용 클럽 느낌이랄까... 교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클럽 활동이 다 그렇지 뭐 -ㅅ-
인터넷도, 친구들과의 게임도, 코딩도 다 재미있었지만
나는 탈출했다.
홈페이지 경연대회, 디자인 대회, 기타 등등...
어느 순간 실미도의 한 장면처럼 입상을 향해 전투적으로 달려가야 하는 부담감이 귀찮고 피곤했고, 내가 필요했던 것은 인터넷 라인과 컴퓨터지, 상장이나 학교 선생의 간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룹 멤버들의 활동을 보면
진짜 김일성 모가지 따러가듯 상장 따러간다.
그리고 실제로 따온다. (무서운 넘들... + 왠지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ㅅ-;)
컴퓨터실이 안되면 교무실로
해당 그룹을 탈퇴하고도 학교에서의 컴퓨터/인터넷 이용의 자유도는 떨어지지는 않았다.
학교는 여전히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되어 있었고, 놀고 있는 인터넷 라인과 컴퓨터는 널려있었으니 말이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닌지.. 통신과 학생이었음에도 건축과 선생님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
교무실에 앉아 그 선생님의 노트북을 두드릴 수 있는 상황을 나름 매끄럽게 만들었던 거 같다.
쓰고 보니 학교를 공짜 PC방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컴퓨터 & 인터넷 창구를 유지할 수 있었고
성과를 내야 하는 그룹에서 눈치 보며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그 그룹에서 실적을 냈던 건 선배들이나 친구들이긴 했지만서도...)
대신, 새로 들어간 그룹에 속해서 그쪽 일을 좀 해줘야 했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니까
ㅎㅎ
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니 같은 학교, 같은 반, 같은 그룹에 있었던 친구들보다
그렇게 간당간당하게 인터넷 선을 잡아가며 연락했던 사람들이 더 그립다.
각종 동호회(카페?) 게시판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이제는 박살나 찾을 수 없으니 참 슬픈 일이다.
흠...
컴퓨터와 인터넷에 목마른 어린양처럼 적었는데
우리집에도 어느 순간 인터넷 전용선이 들어오면서 그러한 학교의 매력이 매우 떨어졌다.
기브앤 테이크 관계에서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없어졌으니 뭐...
애정이 식을 수 밖에 없었을 거 같다.
학교 졸업해서 대학을 갈수 있을까? 없을까?
그런 걱정하는 일반 학생으로 돌아갔던듯...
덧1, 타이타닉에 실미도에... 영화 이름을 꺼내니 뭔가 올드한 느낌.. ㅎㅎ;
덧2, 1997년에 '접속'이라고 PC통신이 주제가 되는 로맨스 영화가 있었는데, 1998년엔 PC통신은 커녕 책에서나 나오던 ADSL이 쓰레기 취급을 받고, 초고속 인터넷이나 광통신 라인이 전국망으로 깔리기까지 4~5년도 걸리지 않은 거 같다. 세상은 참 빠르고 쉽게 변하는 거 같다.
덧3, 고등학교 때 기억을 꺼내보니 교회 동생들과 피씨방 좀 다녀왔다고 거의 사탄이나 마녀 수준의 대접을 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당췌 무슨 시대를 살았던 것일까?)
아마 이때부터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인 거 같다.
어른이라고 다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ㅡㅡ;
덧4, PC방이 마구 늘어나던 시기엔 1층도 PC방, 2층도 PC방, 그냥 어떤 골목은 음식점이 다 사라지고 PC방으로만 가득찬 때도 있었다. 그래도 모든 가게가 항상 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