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거의 두 달 만에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지난번에 갔던 곳은 아니다.
내게 맞는 미용실 찾기란 모두에게 숙제가 아닐까 한다.
단골 미용실의 담당 디자이너 선생님을 따라 이대까지 미용실 원정을 다니던 지인이라든가
담당의를 따라 먼 병원으로 외래를 보러왔던 수백 명의 환자들도 떠오른다.
(정형외과 유 과장님. 건강하시려나-_-; 노친네)
아무튼.
평소에 봐 뒀던, 그러나 손님이 많아서 그냥 지나치던 미용실에 도전해봤다.
사람이 없기에 커트와 염색을 동시에 부탁하고 앉아있으니 이번 미용실은 나름 괜찮은 느낌이었다.
(지난번에 비하면 적절하게 친절하고, 그러면서도 말을 많이 시키지도 않았으며,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직접 선곡하는 듯...?)
염색할 색을 고르는 중에 갈색 부근에서 머무르다가 급반전! 욕심에 엄청나게 밝은 갈색을 골랐는데
색이 좀 애매한 중간색이라 커트 + 1회 탈색 + 영양 공급 + 1차 염색 + 2차 염색을 하는 동안 3~4시간이 지나갔다.
사이사이 손님이 많이 와서 더 길어진 듯하지만 그런데도 딱히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어릴 땐 그렇게 미용실이나 이발소를 가기 싫어했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뭔가 온전히 서비스받는 이 기분을 싫어하려야 할 수가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만족감
탈색 후 샴푸를 하니 삐악삐악 병아리처럼 샛노랗고 거의 흰색에 가까운 금발이 되었다.
이런 머리는 어릴 때 해봤어야 했는데. 어차피 여기에 색을 더 입힐 테니 뭐 상관없지 하며 혼자 생각하고 있으니
드라이기를 돌리며 내 머리를 말려주는 디자이너 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음. 역시 나야. 탈색이 아주 잘 된 거 같아'
뭐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려나?
암튼 머리는 내 머리인데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1차 염색과 2차 염색 후 각각 바뀐 색을 바라보며 드라이하던 때의 표정도 대략 비슷했다.
문득 내가 직업과 관련된 어떤 만족감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더라?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
금방 사그라지긴 했지만
'내가 이런 건 참 잘해'
하고 콧대를 높일 때의 짜릿함 뭐 그런 게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10월
작년 10월엔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벌써 1년을 돌아 다시 10월.
시간이 보통 빠른 게 아닌 거 같다. ㅎㅎ
이승환 5집
Cycle
1997
미용실에서
덧, 노래는 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