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나누다 일상이 사라진다. 더 아름답게 더 빠르게 더 많이, 전리품 팔로워는 늘어난다.
"잠깐만"
언제나 내 입보다 휴대폰이 먼저다. 커피, 케이크과 타르트까지 온갖 것을 먹어치운다. 이리저리 커피잔을 옮겨놓는다. 나의 미니쿠퍼 스마트키도 무심한 듯 옆에 놓아보지만, 오늘은 다시 집어 든다. 사진이 일상을 꾸밀수록 난 점점 보이지 않는다.
친구와 카페 놀이를 그만하고 문을 나선다. 바람이 칼질을 한다. 목도리를 올려 얼굴을 반쯤 가린다. 움츠린 어깨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키 높이 깔창 때문에 부쩍 올라온 앞사람의 아킬레스건이 보인다. 카톡이 온다.
"(광고)할인이가 뿜뿜 밸런타인데이 500원부터"
내용은 보지 않는다.
"뭐 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다. 오늘은 유난히 많다. 점잖은 팔로워부터 엉뚱한 팔로워까지 모두 한 걸음 더 들어온다. 카톡까지 알려주는 건 안닌 데라고 가끔 후회한다. 때론 플랫폼이 사람을 망친다.
"친구 만나요 ㅋㅋㅋ"
친구나 ㅋㅋㅋ는 만사형통이다. 친구라는 표현은 가능성을 남긴다. 귀찮으면 바로 남친이라고 쓴다. 보팅게이지를 조정하듯이 동생, 남사친, 친구, 남친까지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런 날은 돌아다니지 않는 게 낫다. 집으로 빨리 운전대를 돌린다.
"미미야"
오늘은 차도남처럼 냉정하게 캣타워로 올라간다.
노트북을 켠다. '받은 댓글'을 눌러 댓글을 확인한다.
"우리 소통해요 ㅎㅎㅎ"
소통(疏通)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어느 때보다 소통의 속도와 범위가 빠르고 넓어졌다. 그러나 소통이 잘 안 되는 건 왜일까. 소통의 기술은 장벽을 쉽게 넘지만, 내용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모든 창작의 구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다. 일주일 살이, 시간과 보상의 계산에 따라 연결하고 단절한다. 맞팔과 뮤트는 그 수단이다.
'피드'에 올라온 새 글을 본다. 그는 일기를 쓰듯이 오늘도 글을 올렸다. 댓글에 답변도 하지 않는 불친절한 글을 오늘도 나는 읽는다.
이곳에 와서 사전을 만듭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존의 사전이 나쁘지도 않습니다. 언어는 언중의 약속이지만 이 사전은 언중을 고려치 않습니다. 이기적이고 불친절한 나만의 사전이죠.
Beijing, China
'情人节'. 오늘따라 거리에서 이 낯선 단어가 많이 보입니다. 지하철, 백화점과 거리 등 어디나 꽃을 들거나 팔짱을 낀 연인천하입니다. 며칠전 수업시간에 배운 '摩肩接踵'이 떠올랐습니다.오늘 내 사전에는 먼저 '爱'를 올립니다. 이미 아는 너무 쉬운 단어라고요? 쉬워서 너무 어렵습니다. 안다고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단어라서 다시 적습니다.
나는 항상 큰소리로 사랑을 외쳤습니다. 크게 지르면 누군가 뒤돌아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에서 나오는 진심도 아닌 가성으로요. 상대가 내 앞에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목소리는 큽니다. 불렀으면 이제는 들어야 하는데 나만 말하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나의 언어는 그곳과 달리 통하지 않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듣는데 힘씁니다. 듣다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때로는 눈짓과 몸짓 등이 입보다 더 진실을 말하더군요. 또 하나, 마주보고 말해야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상대를 끌어당겨 마주 볼 수 있고, 입술을 훔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말없이 한 곳을 바라보는 건 완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끈 爱 때문입니다. 오늘 내 사전에 뜻 풀이를 적습니다.
Beijing, China
爱: 서로 한 곳을 바라보는 마음
내가 알고 있는 爱는 뭘까. 나와 그의 爱는 번역기가 필요없을까.
아까 카페에서 올린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셀카가 올라간 날은 특히 많다. 오늘은 대댓글을 달고 싶지 않다.
번역기에 한 문장을 쳐본다.
오랜만에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5를 꺼내 번역된 낯선 문장을 따라 읽으며 몰스킨에 옮겨 적는다.
"喜欢你"
홈팟은 영리하게 내 목소리를 인.식.한.다.
추천 음악:
邓紫棋의 喜欢你
男과 女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습니다.
둘은 이 곳에서 만났습니다.
대세글과 인기글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