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라는 작고 푸른 알을 낳는 닭이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목둘레에 불그스름한 띠를 두르고 있다. 대단히 야생적이고 생명력이 강하다고 한다.
봄에 장에 나갔다가 이 청계 두마리와 하얀 백봉 오골계 흰순이 세마리를 샀다. 흰순이도 검순이도 너무 예뻐서 같이 살려고~~
우리는 야채를 사다가 같이 나눠 주고, 현미와 씨앗들 그리고 옥수수 가루들을 섞어서 밥을 주었다. 조막만한 귀여운 녀석들, 그러나 이 녀석들은 부화시기부터 우리와 함께 하지 않아서인지 경계가 대단히 심했다.
밥을 주려고 닭장 문을 열면 "에그머니나~우리 잡으러 왔네~" 하면서 난리가 났다. 그럼 나는 아주 착하게 밥과 물만 주고서 문을 닫고 가만히 숨어서 녀석들이 밥 먹는것을 지켜봤다. 그런데 녀석들이 꽤 시야가 넓다. 내가 갈때 까지는 밥 그릇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녀석들을 낮에 닭장에서 풀어주고 같이 놀아야 친해지는데 지난번 수닭대장 알콩이가 동네 개에게 물려 죽었다. 게다가 마당의 밥손님 고양이 나비와 조로가 시시 때때로 풀숲에 앉아서 닭장의 닭들을 노려보았다. 바로 뒷마당과 인접해 있는 뒷산에는 너구리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디가 아픈 녀석인지, 털이 반쯤은 다 빠진 녀석이었다. 그래도 녀석 역시 산에서 내려와 풀숲에 숨어서 닭장의 닭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풀어줄수가 없었다.
그런데 온지 얼마 안되서 닭들이 하나씩 둘씩 픽픽 쓰러져 죽어갔다. 상인을 찾아가 이야기 했더니 상인이 하는 말이 기가 막혔다. " 나도 항생제 먹이면서 데리고 다니며 파는 거요"
그러니까 애들 상태가 본래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거다. 난 늘 솔직하게 말하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잘못은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니까. 행위는 다 자기 상태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유가 있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다 죽고 검순이 하나 그리고 흰순이 하나 둘만 남았다. 그런데 삼일전이었다. 새벽 5시경 일어나 앉아서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수술할때 오랫만에 도시에 가보니 새벽부터 얼마나 소음이 심한지 몰랐다. 하루종일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골에서 이렇게 고요하게 새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호사임을 알 게 되자 나는 가급적 새벽에 일어나 새소리를 듣는 행사를 즐긴다.
갑자기 닭장에서 꼬꼬꼬~하는 닭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나는 아! 산에 있던 너구리란 놈이 드뎌 새벽에 닭들을 습격하나 보다. 하고 창문을 세계 두드렸다. 그랬더니 금새 잠잠해졌다. 사람의 소리가 나면 동물은 도망가게 마련이다.
나가보니 닭장의 문이 다 뜯어져 있었고 검순이가 사라졌다. 아이고, 녀석이 잡아 먹혔구나! 마음이 아팠다. 숲을 둘러보았다. 숲속 어디선가 너구리에게 뜯겨 먹을 검순이 모습이 그려졌다.
닭장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닭장 문은 철망을 두르고 앞쪽에는 필요시 열기 위해 철망을 오픈해놓고 나무기둥에 못을 박아서 못을 돌려서 철망을 고정시켜 놓은 쪽이 열려있었다. 닭들이 다니는 작은 쪽문이 아니라. 이건 사람용 문인데 너구리가 아무리 손을 쓴다고 해도 이 많은 못들을 다 돌려서 문을 열고 닭을 잡아간다는 게 기가 막혔다. 게다가 자기 키의 몇배가 되는 크기를....
아마도 닭들 밥을 줄때 숲에서 지켜보며 학습을 했나보다.하고 생각했다. 대단하다. 나는 동물들의 대단한 지성과 학습능력을 알고 있다. 남편에게 말을 하니 "혹시 관광객이 닭서리 하려던거 아닐까?" 하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사람이었다면 단번에 그 짧은 시간에 닭을 나꿔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마도 야생 동물이니까 닭이 꼬꼬꼬~하고 울었던 새벽 그 몇초 사이에 검순이를 물고 간거다. 라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에고, 닭장에 이제 흰순이 홀로 남았다. 이녀석을 그냥 윗집 할머니께 갔다 드릴까? 하고 생각했다. 그집에도 닭 한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시골 노인들은 닭을 잡아 드시기에 망설여졌다.
저녁에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질 무렵 산책을 나가려다가 다시 닭장을 한번 둘러보았다. 아! 세상에나, 세상에나,
검순이가 닭장 지붕에 올라앉아 있었다. 살아있었구나! 우리는 너무 반가웠다. 이제 검순이를 잡아서 닭장안에만 넣어주면 되는구나. 살금 살금 다가가서 잡으려는 찰나 눈치챈 녀석이 날개짓을 하면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단번에 숲속 어딘가에 내려 앉았다,
아! 녀석은 닭이 아니라 새였다. 아무리 야생성이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단번에 먼 거리를 날다니 경이로웠다. 살아있었는데 짐승에게 잡아 먹힐까봐 지팡이를 들고 녀석이 내려앉은 곳을 뒤져보려 했지만 워낙 풀숲이 무성하고 게다가 어두워져서 검순이를 찾을수 없었다.
그래서 흰순이를 내 방으로 데려다 놓고 닭장문을 열어놓았다. 아침에 나가보니 안 들어왔다. 그런데 저녁에 나가보니 검순이는 씩씩하게 닭장안을 돌아니고 있었다. 흰순이를 데려다가 넣어주니 검순이 표정이 반가워하는게 역력했다. 그런데 닭들이 고작 반가움의 표시란게 옆에가서 가서 서 있어 주는 정도였다. 녀석들 애정 표현하는 법좀 배우지...
그래서 나는 사건을 이렇게 정리했다.
새벽에 검순이를 잡으려고 닭장문을 열었던 것은 관광객이었다. 그는 내가 창문 소리를 내자 닭을 못 잡고 도망쳤고 열려진 문으로 검순이가 날아서 숲으로 도망간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가족들을 해치고, 생명을 죽이는것을 그들은 추억 만들기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7,8월에는 관광객이 꽤 온다. 아무리 안그런다고 해도 그들이 머물다 간곳에는 반드시 쓰레기가 남는다. 가을이 되면 그들이 먹고 버린 컵라면 컵 같은것들이 풀이 무성할때는 안보였지만 풀이 죽으면 그런쓰레기들이 길가에 드러난다. 강에는 낚시 바늘과 끊어진 낚시줄 그리고 과자 봉지들이 딍군다.
그것도 모자라서 남의 귀한 식구를 잡아먹으려고 왔었다니 정말 괘씸하다. 난 그이후로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관광객들하고 인사하지 않는다. 마음이 풀릴때 까지 인사하지 않고 쳐다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