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
이 말은 독일의 한나 아렌트라는 여성이 유태인 학살의 전범 아이히만이 재판받은 과정을 지켜보았을때 아이히만이 자기는 다만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나는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책에서 따돌림의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방관적인 중간인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한나 아렌트의 이 악의 평범성을 인용했다.
실로 따돌림의 가해자들 또한 반사회적인 인격장애자나 가정이나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너무도 평범한 아이들이다. 따돌림으로 몇 년간 극심한 고통 속에 있다가 결국 피해자가 자살을 하면 가해 아이들은 하나같이 장난이었다고 변명한다.
매일 뉴스나 매체에 등장하는 악행을 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사람들이 두려운가? 아니면 일상 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 있는 악이 두려운가? 우리는 누구에게 더 많은 상처를 받을까?
우리는 보통 일상 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 속에 악이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말다툼을 해도, 갈등이 생겨도 그저 인간관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밀했던 이웃이나 친척에게 돈을 떼이거나 혹은 그들로 인해 파산을 하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도 그건 그냥 화가 나는 일이지만 그 이웃이 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워낙 힘드니까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관계 맺으며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냥 " 믿었는데 왜 저럴까?"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나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따돌림 심리를 분석하면서 그저 평범하고 이쁘고 귀여운 사람들 내면에 있는 악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은 사실 작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로 인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며 혼자 충격 속에 며칠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평범함 속의 악을 들여다보게 된 후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다. 사람을 갈증 하는 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누군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길게 보면 언제나 거의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떤 경우든 스스로 착각 속에서 언젠가는 드러나는 사실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 마법의 구결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태도를 여기에도 적용했다. 확실히 나는 사람에게서 많이 벗어났다. 그리고 오직 옆에 있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히 만족했고 나 하나로도 온 우주가 충만할 정도로 좋았다.
근래 초기에는 그토록 좋은 관계 속에서 만났던 사람이 요즘은 너무도 변한 모습을 보여 주며 다시 이 평범한 속의 악을 상기시켜 준다. 내 책을 출간하며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펴내려는 모습을 대단히 좋게 생각했다. 페이스북에서 사람과 따듯함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포스팅하고 공유하는 것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구나! 하고 또 생각했었다. 그녀는 내 친구고 가족이며 동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안에 만만치 않게 작지 않은 악이 있었다. 조금도 자기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기 실수로 인해 촉발된 문제들을 오직 내가 자신들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탓으로만 돌렸다. 스스로 별처럼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나를 구제해 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모든 것에서 자기 자신은 흰 눈처럼 깨끗한 상태로 전제하고 나를 지속적으로 의심하는 모자라는 인간으로 몰아갔다. 자기반성이나 자기 직면은 없었다. 내가 그들이 부정한 회계를 찾아내자 다만 재수 없는 일로 여기며 , 자기가 부정하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찾아낸 것에 화를 내며,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사기니 횡령이니 하고 말하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하는 식으로 나왔다.
그렇다. 평범한 사람들 속의 악은 결국 이런 미성숙이다. 자기성찰의 실종이며, 지독한 이기주의다. 나, 그리고 내 것에 고도로 집착하여 다른 것들이 일체 보이지 않는 거대 에고다. 이것들이 사실은 악이다. 악의 뿌리고 악의 동기이며 자기보다 약하거나 혹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거침없이 행하는악의 실체다.
그렇다 이것은 악이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악이 아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했고 한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악 때문에 내 책은 세상에 나왔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읽혔다. 내가 몇 푼의 인세를 못 받았기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았으며 그녀가 나쁜 것인가?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서 본 악은 그것에 대해 나와 말하고 주고받는 그녀의 태도와 방식에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악이라고 단정을 내리고 거기에 멈춰 서면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악을 만들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사람들 속에 있는 이기심으로 지탱되는 면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왜 소송을 준비하고 그녀와 싸우려 하는가?
이것 또한 그저 이 세상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학습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인해 학습하는 것 이것은 이 세상의 주요한 방식 중 하나다.
나 또한 균형을 잡아야 할 개인적인 이슈가 있기도 하다. 언제나 싸움보다는 포기를 더 쉽게 여겨왔기 때문에 균형을 위해서 나는 이번에 싸워야 한다고 느낀다. 소리도 치고, 하고 싶은 말도 남김없이 다 해야 한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먼저 평범한 사람들 속에 악을 본다. 그 악이 악이 아님을 본다. 그리고 악도 선도 같은 것임을 보고 그것을 떠나 지켜본다.
ps.
정말 징하게 덥네요. 한낮의 더위는 견디기가 힘들 정도군요. 모두들 힘내시고 건강 잘 지키세요.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