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근무 후 퇴근.
아침 9시 쯤 부랴부랴 출근하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함께 나이트 근무를 했던 쌤들과
골목길 한켠에 식당으로 향한다.
구수한 해장국 한그릇과 달달하게 목구멍을 축여주는
소주 한 잔은 그렇게 기가막힐 수 없다.
출근하는 누군가는 우릴 보며 혀를 찬다.
'쯧쯔 젊은 남녀들이 대낮부터 술판이여..'
하지만 상관없다.
내 귀는 이미 밤새 시끄럽게 울려대던 알람소리로
멀대로 멀어있기 때문에.
그들은 모를 것이다.
밤새 우리가 치뤘던 전쟁을.
그들이 잠들었던 고요한 밤 너머에
총성 대신 알람소리가 정신없이 빽빽대던 그곳을.
삶과 죽음의 문턱 한 가운데서
님아, 제발 그 선을 넘지마오.
환자들의 발목을 붙잡으며
정신없이 사투했던 그 밤을.
밤 사이 운명을 달리 하셨던 분을 위해
마음속으로 추모하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하며.
한 잔두 잔..
어느새 각 1병을 마치고
취기가 벌겋게 오른 얼굴을 들고 퇴근버스에 오른다.
퍼질대로 퍼진 몸둥아리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이것 저것 섞인 향수냄새. 샴푸냄새에
내 술냄새...
아니.
지난 밤의 냄새를 아주 사알짝 섞어본다.
눈을 흘겨도 혀를 차도 상관없다.
나는 간호사다.
날씨하나 굉장히 죽이네.
남들 보는 파아란 하늘 뒤로하고
이제 지친 몸하나 뉘러 들어가야지.
오늘 밤근무를 위해서.
밤이슬을 맞기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