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본인에겐 오랜시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편의상 편하게 작성 하오니, 양해바랍니다.
<2002년 6월18일 화요일 밤>
"고~~~~올!!!!! 설기현의 동점골~!!!!"
학교 광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시민들과 학생들은 너나 할 것없이,
그야 말로 환호와 박수로 모르는 옆사람과도 얼싸 안고 춤을 추는 분위기...
직장1년차였고, 졸업한 대학교 광장 에서 월드컵경기를 시민들과
함께 관람하며, 대학원에 진학한 친한친구 K와 응원을 하고 있었다.
앞선 폴란드 전에서도 광분을 하며 함께 봤던 터라,
그 날도 학교 광장에서 K와함께 경기를 보았다.
경기가 다 끝나가던 후반 43분...
이탈리아에 1:0 으로 뒤지던 우리나라는 설기현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후반 18분...안정환의 헤딩골로 이탈리아를 꺽고 8강에 진출한다.
K : 우와...완전 드라마다. 드라마!!! OO야...니 오늘 와그라노?
뭔 일있나?
친한 대학 친구 K가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내 눈치를 살핀다.
나 : 아...아니...그냥 기분이 이상하네..."
그 경기가 끝나고 학교를 빠져나가다,
무심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시계를 보니 "11:11"
K : 와...? 뭔 일있는거 같은데...? 니 괜찮나?
나 : 별일은 없는데,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이상하네...
슬쩍 11:11 이 찍힌 핸드폰의 시간을 보여주며,
나 : "합치면 "4"다.", 오늘 누군가 심장마비로 죽는 거 아닌가...?
무심결에 던진 말에 K가 반응을 한다.
K : 뭔 씰데음는 소리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술을 마시면서, 꿈 이야기를 했고, 회사에서, 점수 맞추기 게임으로,
그날 점수를 정확하게 맞춰, 다음날 당첨금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나 : 회사 부장이, 재미삼아, 만원씩 내서 맞힌사람이,
돈 가져가는 게임을 하자했는데,
오늘 경기 시나리오 그대로 적중 했네...
한골 먼저 먹고, 후반 끝나기전, 우리가 동점골 넣고,
연장전에서 역전 골...왠지 드라마틱 하게 이기면 좋을 듯 해서...
K : 오~ 어제 꾼 꿈 그거 길몽인가베...사자까지 두마리.. 두 골 넣고 포효하는..
오늘 술은 니가 사라~!!!
나 : 근데..그게 엄청 무서웠거든...악몽처럼...지금도 기분이 별로....
K : 진짜...니 쫌 이상하긴 하다...평소 때 니 같지 않은데...에이..한잔 해라...
나 : ...
K와 함께 학교 근처 술집에서 술잔을 나누었지만, 다음 날이 되도록,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무거웠다.
<2002년6월19일 수요일 오전 08:50분 경>
다음날, 출근해서, 업무시작 전,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넘기던 난, 한 기사를 보고 무심결에 혼잣말을 한다...
나 : 어...? 설마 내 친구는 아니겠지...?
옆에서 직장동료...
직장동료 : 왜요? 뭔 일 났어요...?
나 : 아...아니오...그냥....내가 살던 동내 기사가 나서...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020619000811
(당시 신문 기사)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 L : OO야.....J가....어제밤에 죽었다...XX병원이다...와라...
.
.
.
J는 고등학교때 만난 친구이고,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였다.
<꿈>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대가족으로 함께 살았다.
50여 미터 되는 약간 비탈진 좁은 골목길에 마주보고,
2층 양옥집들과 작은 마당이 있는 단층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꿈에서 그 골목 길 아래 로 걸어가고 있는데,
힘없이 비틀거리는 쇠약한 수사자 한마리가, 아래집 대문으로
도망치듯 들어가고, 뒤어어 쫓아온 힘쎄보이고 사나운 또 다른
수사자는 그 사자를 쫓아 그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
잠시 후, 힘없는 사자의 가죽 껍데기가 내팽겨 치듯이, 집밖으로
던져지더니, 힘쎈 사자는 분을 삭히지 못한 채, 대문을 나온다....
그걸 바라보던 나는, 할머니 앞집의 2층 옥상으로올라가는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도망을 간다.
행여 나를 쫓아 올까, 타고오르던 사다리에서 멈춰 돌아보는데,
사자는 내 등 뒤, 공중에 뜬 채로, 나를 보며 포효한다.
떠있는 모습은 뒷발은 접고, 앞발은 곧게 핀 채,
땅이 있다면, 앉아있는 자세로, 공중에 떠서,
나를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었다.
(사다리는 저런 사다리...사자는 저렇게 앉은 자세로, 공중에 떠서, 고개를 돌려 포효했다)
(그림을 못 그려, 이해를 돕고자 어설프게 나마 사진으로...)
너무 무서웠고 생생했던 꿈이라,
일어나서도, 또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꿈이다.
<2002년6월19일 수요일 오후 XX병원>
너무도 황당한일에, 모인 친구들은 할 말을 잃고,
낮이었지만, 한잔 두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날 밤 꿈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 주었고,
말한 나도, 듣던 친구들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상을 치르고, 한 동안 무기력해 있었다.
서른도 안된 젊은 사람이 저렇게 허망하게....
일이 있기 한 두달 전, J는 초 저녁 부터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왔다.
동내 횟집에서 다른 친구와 만나고 있었는데, 어디있냐고 전화로 물어왔고,
몇 십분 뒤, 비틀거리며 J는 담배를 피면서 그 횟집으로 들어왔다.
J : 이상해서 병원갔더니, 술 담배 안끊으면 나 죽는 단다...
뇌로가는 혈관이 많이 좁아서, 자칫하다간 터지니까, 당장 치료 받아라카네..
몰라~ XX...이래 살다 죽을란다...술도~!! 쳐 마시고 죽어뿌게...
힘든 사회생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꽤 충격이었던 모양이다...우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 채 몇 모금 마셨다.
다음날도, 그는 출근을 해야했고, 여전히 담배는 피웠고,
퇴근 후 직장 상사들이 권하는 술잔을 비워야 했다.
눈에 띄는 당장의 증상이 아니다 보니, 주변사람들도,
본인도 그렇게 넘겼던 모양이다.
술을 못 마셔도, 주는 술은 다 마셔야 되었고,
부르면 달려가야하고, 남들 담배 필때 같이 피며,
자판기 커피라도 함께 마셔야 사회생활 잘 한다고 인식하던
그런 때였다. 신입이 뭔 힘이 있어서 거절 하겠는가...
그는 병원 입원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 초년생들은 각자의 직장에 적응하느라, 전화통화만 간간히
이어가며, 안부를 묻고, 여느 친구들 처럼, 장난스런 대화를 하며,
돈 벌기 힘들다는 넋두리로 전화통화는 마무리 되기 일수였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는, 그의 모친과 단 둘이 월드컵을 보다가,
설기현의 동점골에 흥분, 뇌 혈관이 터지고, 운명을 달리한다.
모친 앞에서 자식이 그렇게....
상을 치른 후, 일주일 단위로 이상한한 일이 일어난다.
J와 함께 친하게 지내던 다른 친구는 중풍.
(20대 후반 젊은 남자가 예고도 없이 중풍이라니...)나의 친동생은 갑작스런 왼쪽 몸의 전신마비.
(원인불명, 며칠 내 정상회복)방에서 걸레질을 하던 어머니는 접힌 다리가 펴지지 않아
응급실로 후송...(원인불명, 응급실에서 정상회복)나의 발목 부상과 연이은 교통사고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목 그렇게 심하게 삐어봄..
그리고 교통사고들...)
무서웠다. 무기력했고,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 듯한 느낌과
주변사람들의 좋지 않은 일들이 나 때문에 그런건가 싶을 정도로,
좋지 않은 소식들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짜증스런 일들과, 퇴사에 대한 고민.
(퇴근 후 거의 매일 새벽2,3시까지 회식으로 술이었고,
다들 취한 채로 출근하며, 심지어, 회사에서도 술을 마시는 상사...)
사람들 만나기가 무서웠고,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철학관을 찾다>
뭘 어떻게 할 수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른채,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다,
도대체 왜 이런일이 갑자기 한꺼번에 터지는지 알고 싶어졌다.
부산 구덕운동장 옆 오래된 아파트에 꽤나 용하다는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수소문 끝에 찾았다.
그때 당시 그 노인은 80대였던걸로 기억한다.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유학까지 가서 의사가 되었고,
이후 의사를 하다가, 의학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을 많이 접하고,
그는 주역을 공부하여, 철학관을 열었다고 한다.
방문 전, 전화를 하니, 내 사주(년월일시)만 묻고는 언제 몇시쯤 오라고 했다.
찾아가니, 뭔가를 잔뜩 적어 놓은 긴 종이를 보여주며,
"올해는 자네가 크게 다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럴거네"
"친구가 큰 사고...음...죽을 수도...."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네..."
그 노인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며,
"의사 노릇하다가, 이 일을 하는게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80이 넘은 내가, 아직도 이 업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없는게 우리네 인생이라 생각하네..."
"분명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허망하게 가기도하고,
손을 놓고 죽는 날만 기다리던 환자가 살아나기도 하고...."
"의사 노릇 하며 그런 일을 수도 없이 겪다보니, 어찌어찌 하여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 생각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네"
"그냥 버텨내게...이기려 하지말고, 버티게..."
내년 봄까지만 버티면 차차 나아질거네..."
"방 안이 춥다고 방을 뛰쳐 나가면, 집 밖의 겨울 한파에 얼어죽네"
"봄이 올 때까지 버텨내야하네...그것이 자연이네.."
내년 봄까지라...그 춥고 혹독한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뿐...
<49제와 11:11>
J의 49제를 하니, 함께 가자고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직장이 멀리 있어, 부산을 떠나 살고 있었기에, 연락을 받고,
만나기로 한, 절 입구로 차를 몰았다...
구덕운동장 옆....?
얼마 전 찾은 철학관과 같은 동내군....우연치고는...
그렇게 절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친구들도 막 도착...
함께 걸러 올라가다가, 놀라서 발을 멈춘다.
절 입구에 있는 사자상 두 마리...꿈에서 본 그 모습이다.
이것도 그저 우연인건가...
참고로 친구 J는 일란성 쌍둥이였다.
그 날 이후 한 동안 11:11에 대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차를 몰다 우연히, 또는 핸드폰을 우연히 바라봤는데,
낮이든 밤이든 11시11분, 11:11을 보게 되면, 4일 내에, 부고 소식이 들린다.
어느날 직장 동기와 술을 마시면서, 위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해줬고,
11시 11분에 대한 이상한 징크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준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둘이서 외근을 가는 차안에서, 또 우연히 시계를 보곤,
나 : 지금 차 시계 몇시 몇분이야?
동기 : 11시 11분인데...아!!!!...에이..씨...
차 시계를 급히 1~2분 빨리 변경시켜 놓는 동기...
동기 : 쓸데 없이 그런거 믿지마...그냥 우연이야 우연...
나 : 맞아.. 그냥 우연의 연속인거지...
다음 날, 그 동기와 나, 그리고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부사장 부인의 부고 소식에 상가집에 가게된다.
동기 : 아...진짜...너 때문은 아니겠지만...야! 너 신내림 받어~!!
나 : 이런 미친...그냥 우연의 연속일 뿐이라니깐...
이 역시 우연인 걸까?
철학관의 그 노인이 말한, 버텨내라고 한, 시한이 지나자 11:11의
우연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뜬금없지만,
2011년 11월11일 밤 11시 11분 11년 만에 찾아간 영국...업무출장...
난 이세상에 없는 또 다른 남자를 생각하며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영국시간으로 다음날이 돌아가신 부친의 기일이었다...
(시차로, 한국시간은 이미 그날이 기일)
https://steemit.com/photoswanageharrow/@jhani/again-in-11years-swanage-in-uk-harrow-house-1
사건들이 발생 하기 전, 주변인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기에,
소설처럼 지어 낼 수도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우연들의 연속인지, 예지몽 또는 암시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친구들을 만나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뿐, 더 이상 회자되진 않지만, 다들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우연의 연속일 뿐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실화, 특히 이번 이야기를 적는 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먼저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그때를 다시 떠올렸을 때 밀려오는 그 감정들...
오늘은 자기 전, 술 한잔 해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