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빛이 쏟아지는 봄날
집 부엌 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맞은편 아파트 화단에 있는 많은 나무들 사이에 하얀 목련 한 그루가 서 있다.
요즘처럼 봄꽃이 필 무렵이면 아침마다 앞동 아파트 화단의 목련 나무와 멀리 보이는 배 과수원을 살피는 것이 군대 점호처럼 일상이 되었다.
멀리 보이는 과수원의 배꽃은 4월 중순에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것 같은 자태를 보일 텐데 마음은 벌써부터 조바심이 일어 매일 한 번쯤은 나도 모르게 눈길을 던진다.
요 며칠 전부터 맞은편 화단의 목련에 하얀 꽃봉오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얀 목련 꽃봉오리 하나하나는 한겨울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도심 백화점 앞 가로수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만들어 놓은 촛불 모양의 길고 하얀 전구처럼 보인다.
그리고 목련의 전체적인 자태는 대저택의 높고 큰 연회장 천장에 매달린 멋진 샹들리에를 대지 위에 거꾸로 심어 놓은 모양새인데 며칠 전 보았을 때 100여 개였던 하얀 꽃등불이 오늘 아침에는 400여 개 가량 켜져 있다.
세상의 모든 꽃을 관장하는 신이 목련나무에 장착된 조명 밝기 디밍 스위치를 조금씩 돌려 매일 100여 개의 새로운 꽃 조명을 켜는 것일까? 아침마다 은연중에 하얀 꽃등불 수를 마음속으로 대략 세고 있다.
하얀 목련 옆에 보랏빛 조명의 자색 목련 한 그루 함께 있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아쉽다. 얼마 후면 저 하얀 목련 꽃등불도 모두 켜져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그 절정의 막바지에서 꽃빛을 모두 쏟아 내고 식멸 할 텐데...
찬란했던 목련 꽃등불이 모두 사라질 때 즈음 신은 화단의 벚나무며 멀리 있는 배나무에 또 다른 꽃 조명들을 차례로 켤 것이고 나는 와우!!! 하고 소리 내어 탄성을 지르며 황홀하게 반짝이는 꽃빛을 경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