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스팀잇을 하지?
인터뷰 시, 만화를 왜 만듭니까? 라는 질문에 도발적인 답을 하곤 합니다.“사랑 받고 싶어서요.”
수입이 시원 치 않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신인기에도 만화를 그렸고 독자들의 외면 속에도 펜을 놓지 않고 원고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견디게 한 건 “너 잘한다. 네 작품 볼 만 하다. 네 만화 유효하다”는 사랑을 갈증 했다 생각합니다. 돈이 되는 일이냐는 판단보다 표현하고 인정받는 보상으로 충족한 거였죠. 그렇게 만화생활 30년을 관통했습니다.
-다시 자문합니다. 나는 왜 스팀잇을 하지?
여전히 명쾌한 답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만화와 같은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 스팀, 스팀파워, 스팀달러, 보팅.. 따위의 기초용어와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학습단계인 제가 돈이라는 보상만을 취할 생각은 망상에 가깝습니다. 망상의 자리에 상상을 얹어봅니다. 매력있고 투명한 구조, 그에 따른 보상과 연대. 작지만 소중한 가치 말입니다.
-플렛폼입니다.
간신히 뽑아낸 답은 “이 곳이 현재로선 블록체인 기반의 유일한 플렛폼이기 때문입니다”
87년 보물섬 데뷔니 잡지와 출판사, 플렛폼의 탄생과 소멸을 수 없이 지켜본 셈입니다. 플렛폼은 기간 차는 있어도 성장레일에 올라타 자정 없이 속도를 올리다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운명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견제와 현명한 자정이 구조화 된 컨텐츠플렛폼은 가능한 것인가?... 여전히, 앞으로도 요원할 허상이겠죠. 하지만 작지만 가깝게 다가온, 견제와 자정의 필요와 기대를 품은 플렛폼의 존재는 반갑습니다.
-낫 놓고 기역자를 떠올리다.
화실식구가 제게 스팀잇을 소개해줬습니다. 그 친구는 원고를 만들어야 할 시간을 스팀잇에 뺏길까봐 저를 감시합니다. 다행히 감시가 먹힙니다. 친한 지인인 박작가 ( )는 이틀이 멀다하고 스팀잇 생태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합니다. 박작가의 명료하고 친절한 시선 추천합니다.
<가상화폐 스팀(STEEM)은 어떻게 세기의 난제를 해결했나>
https://steemit.com/kr/@polonius79/steem-1
https://steemit.com/kr/@polonius79/steem-2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저에게 중요한 자극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꾸벅.
-커뮤니티? 컨텐츠플렛폼?
거의 모든 sns를 경험했고 포털마다 팬카페가 있었습니다. 모두 없애고 커뮤니티의 무용성을 설파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팀잇은 좀 괴이합니다. 커뮤니티의 욕망, 팀블로그의 맛, 댓글에 숨 쉬는 생각, 컨텐츠의 강제된 수명... 누구나 제작자고 소비자인, 여기 뭡니까? 최소 두어 달 탐색하고 뛰어드는 게 예의이고 실책을 줄이는 묘책임을 알지만 비번을 받고 바로 글을 게시했습니다. 질서 모르는 뉴비가 장터를 거닐며 이리 저리 치여 보자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한 달을 채웠습니다.
-나도 해도 되나? 민폐 아닌가?
불평등합니다. 그래서 눈치 봤죠. 저는 나름 그림과 글을 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작가입니다. 팬 분들도 계시고 그동안 쌓은 공력으로 컨텐츠를 만드는 일의 수고스러움은 다른 분들에 비해 덜합니다. 때문에 함부로 그림을 남발해서도 안 되고, 있는 척, 없는 척, 모든 척이 보기 불편할 꺼리 라 걱정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컨텐츠에 달린 댓글에 능동적인 감사표시를 행하는 것에도 머뭇거리게 만들더군요. 아, 내 몸이 무겁구나.. 싶어 넋을 놓으니(?) 지금은 동네 주민 목 인사 나누듯 편해졌습니다. 배워서 시작한 뉴비가 아닌 들어와 배우고 있는 진성뉴비로서 몇 가지 기준은 만들어봤습니다.
-멋도 모르지만 멋은 내보기로.
스팀잇을 시작하며 만든 개인적 기준은 이렇습니다.
- 가능한 스팀잇에 처음 선 보이는 그림일 것.
- 데일리를 즐길 것.
- 생태계에 좋은 기능을 할 것.
풀어 얘기하자니 멋도 좋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그림 한 컷, 글 한 자락도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들면 좋죠. 이 곳은 0.001이든 10.000이든 컨텐츠의 가치가 부여됩니다. 만약, 동일 컨텐츠를 기존의 유료플렛폼과 동시 공개한다면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정액을 지불하고 즐긴 컨텐츠가 스팀잇에서 로긴 없이도 볼 수 있다면 문제입니다. 스팀잇이 컨텐츠 플렛폼으로 확고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스팀잇 ‘단독 오리지널 컨텐츠’, 창작 활동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안정적 수입구조. 이 둘은 알, 닭이 서로 먼저라 다툼하는 모양새고 딜레마입니다. 기존 프로작가가 스케치와 소품이 아닌 메인 창작품을 공개하는 순간, 스팀잇을 적극적인 활동터로 인식하게 될 그 지점은 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대안이 제시되는 동일 지점이겠죠.
= 계간, 월간, 격주간, 주간, 일간 연재를 경험했습니다. 순서대로 폐기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연재주기의 호흡이 짦아지며 작가에겐 고강도의 노동에서 해방되는 순기능을 기대했으나 단축된 연재주기에 맞춰 밀도 같은 작품을 완성해야하는 고밀도 노동에 시달리게 됐죠. 데뷔를 치르는 작가가 호기롭게 선 보이는 강력한 그림과 이야기는 차기작을 거치며 느슨해지는 결과를 맞게됩니다. 일상툰류(결코 폄하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의 생태계 생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 중 하나입니다. 제가 스팀잇 데일리를 기준 삼은 것은 편해야 오래간다는 이유도 함께 합니다. 구독자 수와 데일리 컨텐츠는 필요충분이니까요.
= 이 곳도 사람이 모이고 사연을 만드는 곳이니 희노애락이 넘실댑니다. 기쁨은 나누고 슬픔은 침묵으로 기댑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시도와 언쟁도 존재하지만 견제와 자정이 시퍼렇게 살아있어 다행입니다. 저는 모험하는 이들을 존중하고 고양이를 애정합니다. 공력있는 그림쟁이와 이야기꾼들이 기운 낼 방법을 모색합니다. 사랑받는 고양이와 사랑 받아야 할 고양이 모두 관심 있습니다.
-10년? 또는 언제까지?
스팀잇을 왜 시작하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갑니다. 좋은 포스트를 발견하고 보팅을 했으나 미미한 숫자에 실망해 스팀파워를 보강해야겠다 고개들고 바로 피식 거린 뉴비입니다. 누구나 거치는 갈증이겠죠. 이미 오프라인 활동을 겸하거나 연재처가 있는 작가들은 생각의 허들을 넘을 겁니다. 스팀잇에 올리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동을 기존 플렛폼에 투자하면 고료가 확보됩니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기준으로 기존 플렛폼 보다 스팀잇 플렛폼이 작가의 기본소득을 보장, 추월하는 ‘그 때’가 언제일까를 말이죠. 물론 작가의 수익은 평균점이 없습니다만 혁명에 가까운 변곡점이 수년 사이 없다면 단기수익을 기대한 투자가 아니라 매력있는 플렛폼에 대한 투자와 응원이라 보시는 게 맞다 봅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kr 뿐 아니라 다국어 컨텐츠로 확장시키거나...(아! 이 포스트의 본령은 뉴비의 30일 기록인데 재미없는 글 너무 나갔군요. 조만간 창작자들이 오프에 모여 심도있는 토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뉴비의 한달
저는 뉴비 맞습니다. 혹여 제 서투른 글과 버튼이 실수였다 느끼실 분이 계시다면 양해바랍니다. 처음이잖아요. 봐 줘요.. <뉴비도하 100일의기록>에서 뵙겠습니다. 길다싶어 급 마무리.
얼마 전 지인에게 겨우 보팅 기능 알고 난 후 제 생각을 나열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느린 뉴비인 지 엿보실 수 있는 대목을 남기고 포스트를 줄입니다.
“음.. 지켜보니 그 보팅이란.. 일종의 호감이고 칭찬인데, 그게.. 보상이고.. 포스트 내용에 따라 감사도 축하도 위로도 격려도 되는데 어떤 이는 신호고 윙크고 수작이고 그게 또.. 나눔이면서 투자야. 결국 생태계를 굴리는 기본 먹이라 할 수 있는 인사.. 아니다. 숨 쉬는 연대. 아무튼 간단한데 복잡한 버튼이야. 그거.. 계속 날 쳐다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