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dentity를 찾고 있는 카일입니다.
오늘은 님의 백일장 참여합니다.
나의 엽기적인 그
그를 처음 본 건,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뒷풀이 장소인 순대국집에 지인들에게 인사하러 들렸는데, 그 자리에 있더군요.
물론 그를 처음 본 건 아니었습니다.
동호회 정모시간, 갈때마다 그 큰 키를 자랑하며 스윙바를 활개치고 다녀서 안 볼래야 안 볼수가 없었죠.
무튼 일면식이 없던지라, 아무 말도 않고 맞은 편에 앉아있던 내게 말을 겁니다.
"어 혹시 카일님 아니세요?"
"아, 네. 맞아요. 어떻게~?"
"아 쫑아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다음 번에 강사하신다고~ 잘 부탁드려요~"
넘나 해맑게 웃으며, 친근하게 말을 건넨 그.
술이 많이 취한건지,
원래 붙임성이 좋은건지,
무튼 넘나 스스럼없는 그에게 나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뒷풀이 자리는 파하게되고,
집이 멀었던 지라 아는 지인의 차를 타고 가게되어
뒷좌석에 앉아 있는데, 또 그가 옆으로 탄다.
안산 일행이었던 그도 함께 동행했고,
피곤했던 나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동호회 스승과 제자로 만나,
그는 결국 나의 남친이 되었고, 그와의 몇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에피소드 1.
어떤 얘기를 하다가, 집청소 얘기가 나왔고
그가 우리 집을 청소해주겠다 한다.
이사온 집의 대청소(?)가 필요했던 나는 석연치않지만 부탁하겠노라했고, 인터넷에서 베이킹소다로 청소하면 깨끗하다더란 얘길 전해줬다.
퇴근해서 집에 가니 그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고, 열심히 했다며 자랑을 하는데
아무리 다시봐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못했다.
원래 집이 그러려니 하면서 바닥을 보는데, 하얀가루들이 바닥에..
베이킹소다가 이렇게 남는건가? 하며 식탁에 있는 하얀통을 발견. 그 통엔 이렇게 써 있었다.
"베이킹파우다"
베이킹파우다를 바닥에 잔뜩뿌려 바닥청소를 했던 그.
별로 광택(?)이 나지않자, 더더욱 열심히 뿌려서 닦았다고 한다.
그 뒤로도 간간이 그 흰가루의 잔해가 아직도 보인다.
그가 다녀간 한 동안은 바닥의 열기때문에 베이킹파우다가 숙성이 되는지
왜 닦아도 사라질 생각은 않고 계속 나오더라.
에피소드 2.
그와 처음 강원도 여행 가던 날.
둑은둑은 하며 느즈막히 강원도 인제로 출발~
넘나 느즈막했던 것일까
3시반경 인제 자작나무숲에 도착해서 들어가려는데, 3시반이후 입산금지...
할 수없이 예약한 숙소가 있는 강릉으로 이동.
그런데 예약된 게 없다한다.
당황한 우리에게 주인아저씨가 혹시 속초 아니냐며 묻는다. 그랬다. 속초에있는 숙소 예약해놓고 강릉에 왔다. 그래서 다시 강릉행.
근데 이번에도 예약정보가 없다한다.
어플의 문제였을까..아무리 찾아도 없다한다.
어찌어찌 해서 이튿날.
순두부를 먹기 위해 속초에서 다시 강릉으로 출발.
힘겹게 주차하고 남친이 알아본 식당으로 가는데...
"이전공사로 인한 휴업 " 이란 팻말이..
이렇게 많은 순당순두부집들 중에 어떻게 딱 공사중인 집을 찾아볼 수 있었는지...
할수없이 다음 리스트였던 브런치가게로 향한다.
불안했던 나는 전화를 해보고 가자 권한다.
따르릉..
남친이 알아본 그 가게는 커피만 있고 브런치 메뉴는
다른 지점에서만 판매한다 했다.
그저 웃음만 나온다.
에피소드 3.
볼일이 있어 급 결정된 제주여행.
제주도 여행을 앞둔 그 전 주 주말
남친과 이른 점심을 먹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의아해하며 받으니.
"렌트회산데요. 차 가지러 안오세요?"
엥? 우린 다음주인데...
알고보니 예약할때 날짜를 잘못 기입한 것.
남친이 알아서 처리한다 했지만,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하고 환불(?)처리한 듯.
민망한지 자세한 얘긴 안해서.
나도 잠자코 있는다.
불안불안했던 제주행
첫날부터 별 문제없이, 생각보다 더 알차게 놀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기위해 남친이 부칠 짐과 티켓, 신분증을 가지고 카운터로 가고.
나는 나머지 짐을 들고 밖에서 기다린다.
짐을 부치더니 남친이 갑자기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가방에 라이터라도 꺼내나?
라고 생각했는데, 가방을 탈탈 털며 직원과 얘기 중.
라이터를 못 찾나? 라며 기다리는데
한참 뒤 남친이 가방을 들고 내게 온다.
"머에 홀렸나바, 신분증이 없어. 자기꺼랑 내꺼랑 둘다."
아니..좀 전에 분명 내가 티켓과 신분증을 들려보냈는데 그게 어디로..
신분증이 없으니 가까운 동사무소가서 임시신분증을 발급 받아 오란다.
아니 무슨..뱅기시간은 다가오고.
혹시 캐리어놓을때 컨베이어벨트에 떨어뜨린것 아니냐고.
남친이 다시 직원에게 가서 문의한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개중에 신분증 들고 있는 걸봤다는 직원도 있다.
대체..신분증이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솟았나...
갑갑해하던 우리에게, 아까부터 관심가지던 직원이 벨트입구에 끼인 것 같다한다.
찾아보지만 꺼낼방법이 없다.
곧 다른 남성직원이 와서 한참을 노력한다.
그 틈새로 찾아보겠다고.
그리고 와서는..그게 신분증이 아니라 그냥 종이카드인것 같다고..OTL.
뱅기시간은 다가오고, 뱅기시간 변경은 안되고.
그러길 30분. 드디어 아까 불렀던 공항시설과 직원이 온다.
반신반의하며 기다리는데.
내 신분증을 찾아온다.
난 잃어버렸던 면허증 말고, 민증이 하나 더 있었다.
문제는 남친 거라고...
신분증 2개라는 말에 직원들이 다시 벨트아래를 뒤진다.
드디어 남친 신분증도 발견.
신분증을 건네며 직원 왈,
10년동안 일했는데 이런 일 처음입니다.
처음일게다.
그 빽빽한 고무 벨트 사이에, 그 것도 한방에 신분증 2개를 골인(?)하기가 어디 쉬울까.
일부러 하려해도 어려울 듯.
무튼 남친님.
남들은 한 번하기도 힘든 일들을 지금껏 여러번 해내신다.
사귀기 전엔 동호회에서 기짱도 하고 뭔가 주도하면서, 나서서 리딩을 무지 잘 하는 것 같더니.
이제 100일인데..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앞으로 내가 더 꼼꼼해져야 할 것이며,
남친을 100%신뢰로 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할것이며,
신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는 그 말이 사실이길 간절히 바래야할 것 같다.
이상. 나의 엽기적인, 아니 허당인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