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일입니다.
제가 첫 직장에서 처음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대만 프로젝트였습니다.
한국전력공사 같은 대만전력공사에서 발주한 프로젝트로, 카오슝 근처에 있는 오래된 발전소를 보수 및 개조하는 프로젝트였죠.
그때 저희 회사의 대만 Agent가 있어서, 법률적인 문제나 발주처와의 문제 등에 도움을 받곤 했었습니다.
작은 회사여서 직원이 몇 명되지 않았죠.
50대쯤되는 사장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당시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자주 출장을 가다보니, 식사 시간 등 사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아졌었고, 얘기를 하다보니 그는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 제가 조금 놀랐던 건, 선택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라는 얘기였어요.
대만에 가서 느꼈던 건, 중국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문화가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들어왔고, 그래서 생활이나 가치관 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던 거였어요.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에 놀라면서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던 듯 합니다.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발전을 하긴 했지만, 시간으로 보면 대만이 저희보다 더 빨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먼저 겪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대 초반 결혼이라는 제도에 의문을 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결혼이 무엇인가?
왜 해야 하는가?
필수인가? 선택인가?
나름 저는 당연히(?) 결혼은 하는거라 생각했기에 그런 생각들이 참 신선했고, 신기하기도 했지요.
갓 서울 왔을때 들었던 얘기여서, 아~ 서울은 다르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제 나이 때문인지 결혼은 제 주변에서 참 큰 관심사이지요.
그런데 제가 결혼한 남자들 사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말을 가끔 듣습니다.
“혼자라 자유롭겠다”
“나는 관두고 싶어도 가족들때문에 관두지도 못 한다”
“너는 월급 받아 혼자 쓰지 않냐? 나는 가족 몇이 함께 나눠쓰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네가 연봉이 더 많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혼자라 자유로운 부분은 있지요.
선택에 있어서 제 의사만 결정하면 되니까.
그런데 저는 1인가구입니다.
즉, 제가 가장이라는 거지요.
제가 관두면 저를 먹여살릴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저는 저만 굶으면 되지만, 그들은 가족들까지 굶겠지요.
입이 하나라고 해서 그 결정이 쉬울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회사의 스트레스가 덜 하거나, 쉽게 회사를 관둘 수 있을까요?
부양의 의미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혼초기에 드는 비용으로 인해, 실제 유지비는 1인 가구가 가성비가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의미없이, 힘드니까 하는 말들이겠지만,
이런 말들이 미혼자들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됩니다.
결혼을 안 해서,
책임이 적어서,
그래서 더 자유롭고, 덜 힘들고.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 했든,
경제적 이유에서든,
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그걸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하게 몰아가는 지금 이 분위기는,
결혼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여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여기는 이 사회는,
정작 결혼하지 않는 이유나 못한 이유,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결혼이 당연하고,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고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탓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단순한 시기심?
자기가 선택한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힘든 것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자들에게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을 정당화 하는 건 아닐까 하구요.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너무나 쉽게 사생활일지 모를 결혼에 대해 얘기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리고 자기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못 하고, 똑같음을 강요하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제 주변인들이
눈이 높다거나(그럴 지도 모르지요) 상대의 조건을 너무 심하게 본다거나 해서 아직 결혼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거나 했을 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결혼하신 분들이, 이미 그들의 인연을 만난 것은 부러운 일입니다.)
저는 인연을 믿고, 결혼은 자연스레 인연을 만나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마음이 맞는 인연을 못 만났을 뿐, 결혼을 위한 만남을 가지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정,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까지 다 아는 친밀감,
아름답고 지켜야할 미덕이지만,
시대가 변하듯 상황에 맞게 변해야 미덕이 미덕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제가 결혼하신 분들의 생각이나 상황을 백프로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고, 제가 언급한 동료들과도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쓴 글이기때문에 결혼하신 분들의 입장에 대해서 자세히 못 썼을 뿐, 나쁜 뜻이나 다른 의도는 없으니 오해 말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순전히 제 경험담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