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살림에 서툽니다. 결혼 한 뒤, 늦게나마 조금씩 살림을 해보고 익히고 있습니다.
근데 알면 알수록 요 ‘살림’이란 말이 참 좋습니다. 아마 그 어원이 ‘살리다’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살림은 거룩한 일입니다. 때문에 살림을 익히되, 꼭 남들처럼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더군요. 나만의 비법을 개척하는 것도 그 나름 괜찮지 않을까.
행주 이야기 하나 해봅니다.
장마철입니다. 온 곳이 다 눅눅합니다. 곰팡이가 쉽게 피고, 식중독 위험이 높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쓰는 행주.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세균이 왕성하게 번식합니다. 행주란 주방에서 수시로 쓰는 물건이기에 그 어느 것보다 미생물이 살아가기 좋은 조건입니다. 여름 장마철이 가장 왕성하겠지요. 온도, 습도, 먹이라는 세 박자가 맞물려 급속히 번식합니다.
행주에서 나는 냄새란 바로 미생물들이 번식하면서 나는 거라고 하겠습니다. 이를 없애기 위해 보통은 행주를 삶습니다. 그런 다음 가능하다면 햇볕에 말리면 좋습니다. 장마철에는 거의 날마다 삶다시피 해야 합니다. 안 할 수도 없고 성가십니다. 이게 번거롭다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저만의 팁이라고 하면 거창할까요? 잔머리를 굴린 비법(?) 하나를 공개합니다. 압력 밥솥의 열을 이용합니다. 구체적으로 봅시다. 밥을 하다가 열을 가하는 과정이 끝나고 뜸을 들이기 전. 행주를 물로 잘 헹구어 꼭 짭니다. 이를 압력솥 바닥 크기로 맞게 잘 접습니다. 이를 압력솥 밑에다가 압력이 다 빠질 동안 둡니다.
아내한테 자랑을 했습니다.
“여보, 나는 행주를 이렇게 압력솥 열을 이용하는 꽤 근사하지 않나요?”
“그럴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삶아서 빨아야 제대로 세균이나 미생물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나는 내 방식이 더 과학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는 이렇습니다. 물은 아무리 팔팔 오래 끓여도 100도입니다. 하지만 압력솥 바닥은 그보다 훨씬 온도가 높게 올라갑니다. 밥솥 안에 밥이 탈 정도로. 정확히 온도를 재어본 것은 아니지만 밥이 탈 정도라면 최소한 수백 도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열로 세균을 죽인다고 한다면 삶는 것보다 효과가 높을 수밖에요. 게다가 시간도 제법 걸립니다. 칙칙하던 압력솥의 압력이 다 빠져나가는 시간이 5분 이상이니까요.
물론 아내 말대로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특히나 행주는 설거지 끝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니까요. 제 방식은 밥 먹기 직전의 행주 관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아내처럼 삶아서 빠는 건 가끔 한번, 밥 할 때마다 행주에다가 뜨거운 열을 가하는 건 그 나름 살림의 지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