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제목 달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조금 색다른 이야기거든요.
보통 일기라면 글로 쓰는 겁니다. 그런데 말로 나누는 일기라.
이이와 요즘 이야기 나누기
제 아내가 아이들한테 했던 교육 방식의 하나를 소개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글을 모르고, 한창 말을 배울 때로 거슬러갑니다. 이 때는 그림책 읽기를 많이 합니다.
근데요. 좋은 그림책이 많지만 때로는 우리 삶과 잘 맞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이를 강하게 끌어당기지 못하는 겁니다. 때로는 책 속 이야기가 너무 훌륭해서, 오히려 아이를 주눅 들게도 합니다.
그래서 아내가 생각한 게 ‘요즘 이야기 나누기’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줄 시간에 아이한테 요청합니다.
“오늘 어땠어?”
아니면 시간이 좀 느긋한 주말이라면 이야기를 깊이 끌어가기 위해서는
“요즘 이야기 해줄래?”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재잘재잘 합니다. 부모는 맞장구를 치고, 궁금한 건 묻고...
일기를 꼭 일기장에 글로 써야하는 건 아닙니다. 글을 몰라도 나눌 수 있는 게 바로 요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아이는 자기 일상을 돌아볼 수 있고, 부모는 아이 성장과 고민을 확인하게 됩니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게 됩니다. 더불어 가장 소중한 소득이라면 식구끼리 소통이라 하겠습니다.
책을 아이한테 읽어달라고 하기
이렇게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나면 아이 발표력이 부쩍 늡니다. 그 다음에는 이를 살려 그림책 읽기를 색다르게 합니다.
보통은 부모가 그림책을 그대로 따라 읽어줍니다. 좀 더 세련된 부모라면 감정 이입을 해서 읽어주는 정도이지 않을까요.
우리 부부 역시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습니다. 처음 읽어줄 때는 되도록 원본에 충실하여 읽어줍니다. 책 주인공이라고 여기면서. 감정을 넣고, 목소리와 표정의 변화를 주면서.
하지만 한번 읽어준 뒤, 그 다음부터는 아이한테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아이는 아직 글자를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기꺼이 읽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들었던 기억을 되살립니다. 이 때 아이가 원문과 다르게 읽었다고 고치려고 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새롭게 읽은 부분이야말로 아이의 소중한 관심사이거나 정신세계입니다. 이를 존중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적극 권장합니다. 상상력을 막 동원해서 일부러 다르게 읽습니다. 그림책 상황을 우리한테 맞추어 다시 가공하는 거지요. 한결 역동적이고 재미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우리 아이가 정말 천재구나 싶을 만큼.
이 과정에서 아이는 그림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됩니다. 독서 능력이 부쩍 높아집니다. 아이가 주도하니까 부모는 그 역할이 한결 쉽고 편합니다. 아이 성장을 느긋하게 즐기게 됩니다.
어렵지 않게, 내 책을 만들어 보기
점차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우리만의 책, 나만의 책을 만들어야겠구나.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정식 출판이란 부담을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세상에 단 한 권이면 어떻습니까! 출판 놀이이자, 성장잔치입니다.
“우리만의 그림책을 하나 만들어볼까?”
“좋아요!”
“그동안 했던 이야기 가운데 어떤 걸 살리고 싶어?”
.....
같이 기획하고, 구성하고, 넣을 거 넣고, 뺄 거 빼고, 고칠 거 고치면서 만들어갑니다. 글이 대충 완성되면 거기에 맞게 그림 역시 쉽게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는 프린트나 복사하면 끝.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면 열 번을 넘어 수 십 번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만든, 자신의 그림책이니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볼수록 고치고 다듬고 싶은 게 자꾸 생깁니다. 거기에 맞추어 또 바꾸어나갑니다.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부수를 조금씩 늘려, 가까운 이들과 나눕니다. 겉멋 들거나 화려한 대신, 사람 냄새나는 그림책입니다.
책이란 메모의 빅데이터
위 방식이 꼭 아이한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 자기중심에서 비판적으로 봐야 자기 것이 되잖아요? 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를 강하게 스치는 내용이라면 메모를 해서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책이란 메모의 빅 데이터입니다.
우리네 삶은 누군가를 모방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삶은 창조입니다. 자기만의 삶,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이야기가 곧 창조가 되는 거지요.
여러분은 어떤 책을 만들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