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글이 갖는 한계를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글로 다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언가...특히나 미묘한 감정이나 느낌은 더 그렇지요.
깊이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글이란 사람들끼리 소통을 위해 만든 추상화된 기호니까요. 모든 걸 글로 다 담을 수가 없답니다. 추상화란 달리 말하면 간추린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과 느낌을 언어로 다 대체할 수 있다면 아마 그 때 사전의 부피란 우주만큼이나 넓어야 가능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것으로 그림이나 사진 또는 음악이 있습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책 한 권보다 더 많은 생각과 뜻과 느낌을 담을 수 있는 게 바로 그림이자 사진이며 음악이기도 하잖아요.
블로깅을 하다가 님이 그린 그림을 보았습니다. 눈빛이 참 좋더군요. 오래도록 그윽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님에게 ‘눈빛 전문화가’를 해보시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저로서는 눈빛 그림은 참 보고 싶은 그림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개인들의 초상권이 중요한 세상으로 가리라 봅니다. 각자의 얼굴은 존엄하다는 걸 자각하면서 서로 지켜주어야 하는 거지요.
그럴수록 사람마다 갖는 개성과 모습은 점점 중요하게 되겠지요. 그렇다고 인터넷 상에서 얼굴을 다 보여줄 수는 없고. 이럴 때 눈빛은 특정한 사람의 초상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예술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에서도 그렇지 않나요?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눈을 마주치고, 눈길을 주고받는 데서 인사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눈빛 가꾸기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봅니다.
이 때 눈빛은 정말 많은 걸 담고 있습니다. 기분이나 감정은 물론 건강 상태도 웬만큼 알 수 있지요. 사람마다 가진 소망에 따라서도 참 다양한 눈빛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 눈빛만이 그런 게 아닙니다. 짐승도 그 눈을 보면 사람의 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그 어떤 빛을 가지고 있더군요. 아래 소 눈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랍니다. 어떤 느낌이 오나요?
글에만 너무 익숙하다보면 정작 글로 다 나타낼 없는 그 어떤 영역에 대한 목마름이 커집니다. 가끔은 예술을 폭넓게 즐기면서 글이 가진 빈자리를 메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