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그네에 대한 추억이 있지 싶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 동네 어른들이 그네 타는 걸 보곤 했다. 그때는 직접 새끼를 꼬아 만들었고, 마을 들머리에서 자라는 커다란 소나무에 매달았다. 어른들마다 솜씨를 겨루는 데 장관이었다. 그네가 워낙 높아, 아이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초등학교 그네는 누구나 경험이 있으리라. 이 역시 잘 타는 아이들은 달랐다. 그네 줄이 거의 수평 이상이 될 정도로 구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부러웠다. 이건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안에 그네를 설치했다. 문틀 사이에다가 간단히 고정하면 되는 그네다.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탈 수 있다. 요즘 이런 그네가 아주 다양하게 나온다. 좋은 세상이다.
-시골로 내려와서 아이들을 위해 그네를 손수 만들었다. 적당한 나무에다가 발판으로는 못 쓰는 타이어를 매달았다. 그네 타는 재미가 아주 좋았다. 변화무쌍한 그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타도 되고....
-그러다가 한번은 온 식구가 남원 광한루를 갔다. 그곳에 있는 춘향이 그네. 과연 내가 저걸 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했지만 대부분 처음 구르던 높이 이상을 올라가지 못한다. 춘향이가 과연 저 그네를 탔을까.
온 힘을 다해서 밀었다. 처음에는 그 자리였다. 더 이상 낮아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게. 그러다가 차츰 그네에 적응이 된다. 그네 줄이 아주 길기에 힘을 거기에 맞추어 써야한다. 학교 그네처럼 타면 헛힘만 든다. 말하자면 학교 그네는 한번 구르는 데 드는 시간이 3초라면 춘향이 그네는 10초 이상을 죽 나아가야한다. 입에서 거의 거품이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배, 다리 힘으로 죽. 반대로 돌아 나오는 것 역시 긴 호흡으로 빼야한다. 이 호흡을 익히니 조금씩 올라간다. 둘레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 처다 본다. 영웅 심리가 작용해서 더 악을 쓰며 그네를 탔다. 밀 때는 저절로 고함이 나오기도 한다. 바람이 귓전을 휙휙 지나간다. 높아질수록 짜릿함도 커진다. 자랄 때 동네 어른들이 타던 그네 모습이 겹친다.
그리고는 광한루를 한바퀴 돌고 나서 그냥 나오기가 아쉬워 한번 더 타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쌍그네로. 남녀가 마주보는 자세다. 무게감이 크니, 처음 오를 때 힘이 들지, 탄력이 붙으니 혼자 타는 것보다 잘 된다. 이 당시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지난해 낙안읍성을 갔는데 그네가 있다. 광한루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큰 그네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몸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춘향이 그네를 타면서 드는 생각 하나. 정말 이 그네를 춘향이가 탔을까. 어쩌면 절실했기에 탔으리라 본다. 그 당시 아가씨들이 세상 구경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네는 세상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전신 운동으로 최고가 아닐까 싶다. 특히 복근과 골반운동으로 더할 나위가 없다. 춘향이 그네를 구를 정도 몸이라면 아이를 여럿 낳을 수 있으리라. 언제 기회가 되면 광한루에서 그네를 한번 더 타고 싶다. 짜릿한 그 전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