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를 마친 뒤, 잠시 휴식 시간동안 3라운드 페어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1라운드 종료 후 1승이 50%, 1패가 50%였고 2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2승이 25%, 1승1패가 50%, 2패가 25%일 것입니다.
그렇다는 건 2라운드 때나 지금이나 상대를 만날 가능성은 같다는 뜻이 되겠네요. 적어도 3라운드까지는 끝나야 확률이 조금은 올라가겠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페어링이 나왔습니다.
상대는 바로 전 대회에서 한번 상대해본 김동규 三단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경기 또한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이후에 이 앞의 일을 다 잊어버릴 만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뭐 아마 무난한 흐름으로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명인전 때와도 비슷한 흐름으로, 비슷한 느낌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레이 자체가 저와 굉장히 비슷하다 느꼈고, 이 방식에서라면 제가 반 수 정도는 위라고 느꼈습니다.
결론적으로, 20-44라는 승리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라운드까지 2승 1패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고, 제 정신은 온통 저와 같은 승수를 기록하고 잇는 타카나시 九단의 페어링 뿐이었습니다. 2승 1패면 그럭저럭 잘 하시는 분들도 받을 만한 스코어였기 때문에 4라운드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만나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번더 가슴 졸이며 쉬는 시간을 보내고, 4라운드 페어링이 뜨는 순간, 다시 한번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회가 있기 1개월 전, 전 여느 때처럼 핸드폰으로 오델로를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이용한 어플은 이전에 글에서 소개했었던 오델로 전쟁(reversi wars)이었습니다. 당연한 듯이 한 게임을 끝낵 다음 게임 상대를 매칭하던 중에, 상대방의 아이디가 뜨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jump1022
7 Dan
언제나 행킹 창을 열면 첫 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 아이디, 게임에 접속해 게임을 한다 하면 바로 사방에서 관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아이디, 바로 타카나시 九단의 아이디였습니다. 당시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 수 한 수 두었으나, 정말 단 한순간의 유리함도 가져오지 못하고 47-17로 패했습니다.
다시 대회 당시로 돌아와서, 저는 화면에 띄워진 4라운드 페어링을 보게 되었습니다.
Round 4 Pai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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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chan Kim - Yusuke Takanashi
5라운드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5명만이 누릴 수 있는(?) 세계 챔피언과의 대국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남들이 보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 싶을 수 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모 게임을 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느낌?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게임을 안 하는 편이라..
어쨌든 어마어마한 감동과 함께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막상 기회가 되니 돌 10개는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들 오셔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축하한다고 해주시고는 갔습니다. 어설픈 일본어로 잘 부탁한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대국을 시작하기 전에 약 한달 전에 게임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기억나는 것 같다며 이야기했습니다. 뭐 정말로 기억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어쨌든 제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 대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열심히 티를 내며 복선을 썼는데 그 결과가 오늘 나왔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