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 from @inhigh
당시 세계랭킹 1위와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종목에서(그것도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있어하는 종목에서) 그 종목 세계 1위와 대전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우연히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모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말도 안되게 상대방이 skt라던가, 삼성이라던가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ㅎㅎ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제가 흑으로 선공했고, 타카나시가 받아쳤습니다. 처음엔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고(외운 길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한 번의 착수에 수 분을 고민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상대방은 그에 대해 수 초에서 길어야 수십 초 고민 후 착수하는 상황이었죠. 실력의 차이, 경험의 차이, 노력의 차이, 게임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정도의 차이 등. 저와 타카나시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첫 대회에 출전하여 협회장님께 패했을 때 심판을 보셨던 분이 와서 열 판 정도 하면 한 게임 정도는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하신 적이 있는데, 그 정도의 차이를 한두 수 정도의 차이라고 본다면, 이번에 마주한 상대방과의 차이는 그 두배 이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백 판을 한다 한들 한 번도 이길 자신이 없는 상대였습니다.
분명 굉장히 설레고 들뜨며 시작한 경기였으나, 중간부터는 어쩐지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저에게 크나큰 영광이었으나, 이미 이길 길은 없어진지 오래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라도 더 많은 돌을 '남길' 수라도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깨달은 뒤에는 사실상 의욕이 반쯤 꺾여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보이는 대로 두며 게임을 이어나간 결과, 16-48이라는 결과로 게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의 게임에서 만났을 때와 거의 비슷한 점수 차이였습니다. 역시나 이후에 분석해보니 빈틈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한 착수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세계 1위와의 대결은 막이 내리게 되었고, 현실로 돌아와서 2승 2패의 스코어로 4라운드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4라운드까지 2승 2패. 마치 저의 첫 전국대회를 보는 것 같네요,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진 경기는 진 경기이고, 5라운드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기사라는 이름이 무색한 결과가 나오게 되어버리므로 의욕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