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남편과 자기전 연애시절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난 남편이 왜 나랑 결혼하고 싶어했는지 아직도 궁금한 사람이다.
"여보, 내 어떤점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게 된거야?"
"좋은데 이유가 어딨어."
역시 내남자지만 너무 멋지다.남편과의 만남은 내 사촌언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남편과 언니는 서로 친구다. 남편이 카톡이란걸 시작하면서 언니에게 카톡에서 이야기 할만한 친구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는데 그게 나였다. 나는 영어도 할줄 모르는 사람인데 남편과 영어공부 할 목적으로 톡을 하지 않겠냐는 언니의 말에 혹해서 서슴없이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번역기를 돌려가며 열심히 남편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첫 회사 퇴사후 여유시간이 생겼다.
그때가 1월,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문득 사촌언니가 생각이 났다. 언제든 시간 나면 놀러오라는 언니라 신세를 무릎스고 언니가 사는 미국에 몸을 실었다. 어릴적 함께 붙어다니며 지내던 언니인데 일찍 결혼 후 헤어진지라 나로선 정이가고 생각이 많이 나는 사람이었다. 그 후 향수에 빠져 사는 언니를 보고 한번은 언니보러 가야지 했는데 언니는 나를 흔쾌히 맞이해주었다.
언니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운명이라면 운명인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언니에게 걸려온 남편의 전화!
남편이 내가 와있다는걸 알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언니에게 거절했다. 부담스러워서... 그러나 결국 우리의 첫 만남은 이루어졌다.
주저했던 내 마음이 후회로 남지 않아서 다행이다.내가 남편에게 반한 순간은 첫만남 때였다.
사실 남편은 내 이상형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마주한 외국인 모습뒤에 빛나는 아우라를 보았다.
아마 외국인을 만난다는 떨림에 아우라처럼 보여졌을 것이다.
그러다 정말 남편에 대한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건 눈동자였다.
한번은 눈동자 색에 대해 얘기 하는데 서로의 눈동자 색을 알아본다고 아이컨택을 했다.
나는 블랙이다 라고 넘어가려는 순간 남편이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남편의 저돌적인듯한 눈빛에 설렘과 심장이 뛰게 된게...눈빛 하나에 마음이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어디있냐는 사람이 있을듯 하다.
하지만 그때의 난 남자의 '남'자도 모르는 모태솔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눈빛의 첫 주인공이 남편이라는 사실이 참 반갑고 고맙다.한번의 식사 후 남편은 시애틀을 소개시켜주고 싶다며 나중에 둘이 다운타운에 가자고 나에게 말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데이트 신청인가 ...?
사실 같이 식사할때도 말도 안통해서 언니가 옆에서 열심히 통역해줬는데 둘이 있음 말도 안통하겠다 싶어 언니에게 같이가자고 부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란사람 참 순진하고 바보같다.데이트 하는동안 역시나 나는 남편말의 80%정도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우리둘은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서로 밀치고 장난치며 데이트를 했다.
(역시 될 운명이어었나보다)
우리는 말이 별로 없는 커플이었지만, 어린아이같은 장난과 순수함이 깃든 커플이기도 했다.지금 현재 스팀잇과 그림그리기로 소홀해진 집안 살림을 보며 남편은 불만을 보이기는 커녕 우리 언제 날잡아서 청소하자고 한다.
남편의 육아 참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바쁜 탓일것이다. 하지만 바쁘다는건 온전히 우리 모두를 위한게 아닌 나만을 위한 것인데 남편은 거기에 대해 말 한번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물어봤다.
여보 내가 요새 집안일에도 소홀하고 그림만 그리고 스팀잇 하느라 신경도 많이 못써주는데 많이 서운하지..미안해.
그러나 남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너를 위한 거잖아. 나는 너가 이런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정말 좋아. 육아를 하는것도 힘든일인데 너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지금도 드는 생각이지만 처음 그 눈빛의 주인공이 남편이었다는게 내 생에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오늘 일기다.
스팀잇에서도 서로의 배려와 사랑이 가득하길 바란다.
지금도 똑같이 장난스러운 그때 그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