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님께서 판매하신 스팀잇 보틀과
님께서 판매하신 스팀잇 스티커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살면서 무슨 일을 하든 운이 따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스팀잇에 가입한 이후로는 이상하게 자꾸 행운이 따르는 느낌입니다. 이송이 작가님의 대문 이벤트에 당첨되어 귀한 그림들을 얻게된 것도, 쉬는 시간에 새로운 글을 눈팅하다가 우연히 우님의 스팀잇 보틀 판매글을 발견한 것도, 추천글을 살피다가 부스트유님의 스티커 판매 글을 발견한 것도,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스팀잇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 준 모든 분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스팀잇 보틀은 개당 7 스팀달러였지만, 운이 좋았던 저는 님의 지원 덕분에 단돈 3스팀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물 마시러 자꾸 왔다 갔다 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탓에 보틀을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스팀잇 보틀 판매 글을 보고 너무나 기쁜 마음에 첫 번째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기묘한 우연입니다.
스팀잇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게 처음이라 막상 구매 댓글을 달고 나서는 막막했습니다. 도대체 스팀잇에서 어떻게 결제를 하고 배송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찬찬히 판매글을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절차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스팀 달러를 판매자의 아이디로 전송하고, 판매자의 연락처로 배송받을 주소를 남기면 끝. 인터넷 쇼핑몰보다 훨씬 쉽다니!
보틀에 새겨진 심플한 글씨와 그림이 마음에 쏙 듭니다.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쑥쑥 자라는 느낌입니다.
부스트유님의 스티커는 단돈 0.6 스팀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많은 스티커들을 어디에 붙여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단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과 휴대폰 뒷면에 하나씩 붙여 놓았습니다. 정말 예쁩니다.
이런 귀한 물건들을 직접 스팀 달러로 구매해보니 화폐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어떤 것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험. 문득 제대하고 나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라는 걸 샀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2011년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 전에 아이폰이라는 것이 등장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이 2G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휴대폰은 단지 전화와 문자를 하기 위한 기계였을 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는 없었습니다. 군에 들어가서는 오직 공중전화만을 썼습니다. 2년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군에 들어간 냉동인간이 다시 사회로 돌아온 2013년. 저는 그때까지도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화랑 문자만 하면 되지, 또 무슨 폰이 필요하단 말인가? 복학한 이후에도 2011년에 쓰던 2G폰을 계속 썼습니다. "군인 티 내지 말고, 얼른 휴대폰부터 바꿔라"는 친구의 말은 한쪽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그러다 한 달 만에 스마트폰을 샀습니다. 2G폰으로는 도저히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별 과제의 조장이 되었는데, 카카오톡을 사용하던 조원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통해 과제를 확인하고, 토론하고, 필요한 파일을 교환했습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심지어 저희 아버지도 스마트폰으로 나름의 가치있는 일들을 수행했습니다. 기술의 혁신이 사람들의 삶을 순식간에 바꾸어놓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 세상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몇몇 오타쿠(?)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되다니. 휴대폰에 대한 고정관념은 보기좋게 박살 나버렸습니다. 조별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샀던 저 또한 스마트폰에 적응한 이후로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매하는 최초의 경험을 하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혁명이 불러일으킨 패러다임의 변화, 혹시 가상화폐 혁명이 불러일으킬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하나의 물건을 사기 위해 그 어떤 수단보다도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직접 결제해보면서 몇몇 오타쿠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스팀잇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요.) 가상화폐가 머지않아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 안에 있는 전자지갑과 가상화폐가 실물화폐를 대체할 겁니다. 지갑은 필수품이 아니라 악세사리가 되겠지요. 언제 어디를 가든 모든 결제는 스마트폰에서의 전송으로 간편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현금이나 카드를 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2G폰에 익숙했던 사람들처럼 실물화폐를 쓰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가상화폐의 개념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스마트폰에 금방 적응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상화폐를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겁니다.
지금 군에 입대한 젊은 친구가 2년 후에 제대하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낯설게 변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금 들고서 군인 티 좀 내지말고, 가상화폐 한번 써보지?"라는 친구 녀석의 핀잔을 듣게 될지도.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아무쪼록 귀중한 최초의 경험을 맛보게 해주신 ,
,
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모두 여유로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