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삼촌: 너네 영화 뭐 볼래
우리: 주만지요
3번 시청
추석
삼촌: 너네 영화 뭐 볼래?
우리: 주만지요
2번 시청
다음 설
삼촌: 너네 영화 뭐 볼래?
우리: 주만지요
삼촌: 너네 안 지겹냐?
우리: 전혀요
우리는 고질라도 이렇게 7번 보고 나서야 멈췄다. 그만큼 내가 사랑하는 영화 주만지... 근데 주만지 2편이 나왔다니 이건 꼭 봐야하잖아? 게다가 척 블랙이라니 분명 이건 꿀잼일게 틀림없어. 하고 들어간 영화는....
머임? 스탯창은 무엇이지? 혹시 전자게임세대로 변해버린 21세기 청소년을 암시하는것인가?? ㅋㅋㅋㅋㅋ머지?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손목에 생명력 막대기 3개가 있는 건 무엇이지? 죽으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죽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는 뭐지? 혹시 마리오 ㅋㅋㅋㅋ? 영화가 7세 이용가로 변해버렸다는 것인가???
보고 우리 집에 저런 것들이 나오면 어쩌지 하고 덜덜 떨었던 무시무시한 함정들은
사막의 정글메뚜기단으로 변해버린 것임 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영화는 애초부터 어드벤처 무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쥬만지 1편에서 나오던 소름돋는 함정들은 2편에서는 1분짜리 오락거리일 뿐이고 신체전환 하이틴 로맨스가 이 영화의 노림수였으며 정글에는 함정따위 없고 척 블랙이 자기 거시기를 보며 깜짝 놀라는 슬랩스틱 코미디였던거임!
우라사와 나오키인줄 알았는데 케장이었던거임. 어드벤처 영환줄 알았는데 신체전환 로맨틱 코미디였던 것이다. 감독이 무엇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거대한 똥을 줬다.
1편에서 금방이라도 잡아먹히고 게임이 끝날 것 같은 긴장감은 다 갖다버리고 life+3의 생명력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누가 죽어도 아무런 감각도 없고 아...죽었나? 영화에 스릴이 없다. 여기에는 이 놈도 한 몫을 한다.
이 영화의 주역 빌런인데 한 게 아무것도 없다 ㅋㅋㅋㅋ 자기 독수리한테 놈들을 찾아라! 하고 이것 저것 시키더니 제대로 못찾았다고 자기 부하 한 놈을 죽인 게 전부임 ㅋㅋㅋㅋㅋ 1킬했는데 팀킬 ㅋㅋㅋㅋㅋ 배틀그라운드였으면 녹화해서 신고했다 진짜
보기만 해도 개똘끼가 느껴지지 않는가? 악인이라면 내가 아무짓도 안 했는데 막 총 빵빵 쏘면서 죽일 듯 쫒아와야 한다. 막 내 가죽을 벗겨서 양탄자 대신 깔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야 한다. 그게 악인인데 위엣 놈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악인을 죽였으니 착한놈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우리에게 어필할 생각인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지???
2시간동안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나온 턱에 기운이 없다. 길게 쓰고싶지 않다. 왜 사람들이 1980년대의 레트로 게임을 그리워하는지, 보드게임을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다. 보드게임에는 되돌릴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한 판마다 최선을 다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등장인물들이 모조리 죽어나가는 긴장감이 있는데 비디오 게임에는 그런 것이 없다.
나는 이 주만지를 증오한다... 한 번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괴물들을 보며 비명지르는 긴장감이 없다. 보드게임의 무한한 상상력은 디지털 안의 데이터 쪼가리로 변해 버렸다. 이 영화는 어렸을 적 타고 놀던 귤 박스를 떠올리게 한다. 나한테 귤 박스는 5톤짜리 전차였고 우주를 가르는 데스스타였으며 시속 350km의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빛이 바래다가 이제는 화요일 재활용 날마다 내 놓아야 하는 귀찮은 쓰레기일 뿐. 옛날의 상상력은 어디 갔단 말인가??
별점 두개 반. 추석에 주만지 1을 틀어주면 보겠지만 2 틀면 채널 돌린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