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밤이 깊었는데, 불빛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사실, 그들의 세상에는 낮과 밤이 없을 지도 모른다.
내가 눈을 뜨는 그 순간이 아침이고, 잠에 드는 순간이 밤일 뿐.
그들에게 ‘새벽’이란 좀 더 길게 늘여놓은 아침일 뿐.
늘어지게 늦잠을 자본 적이 언제인지.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해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로 그렇게.
매일 빛 속에서만 살다보니 눈이 부셔서 제대로 앞을 볼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앞에서부터 하나씩 지워간다.
꿈, 사랑, 가족... 그렇게 하나씩 잊어가다 더 지울 것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앞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