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왔습니다. 4일남짓이 오래간만인줄은 모르겠지만 이 기간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스팀잇에 돌아온 오늘 정말 기분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님께서 주신 활어입니다.
사실 오늘 써볼까했던 글과 이 활어가 뜻하는 의미가 많이 겹쳐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 몇일간 바쁜 나날을 보내며 중간중간 비는 시간동안 여러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무언가 일을 하다보면 엔트로피가 너무 증가해 도저히 그 복잡함을 이겨낼 수 없는 순간이 오곤 합니다.그럴때 돌파구는 보통 그 일에서 격리되어 숲밖으로 빠져나와 나무들이 아닌 숲 전체를 보는 것이죠.
스팀잇의 여러 토론거리들이라던지 주제들도 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팀잇 한가운데서 빠져나와 외부인의 시각으로 찬찬히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다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스팀잇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타타님께서 선물해주신 저 활어 '정도(正道)' 에 근접한 주제입니다.
전 어릴때부터 바닥에 껌종이 한장 버리는 것조차 마음에 거리끼며 살았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거리끼며 살았다기 보다는 끊임없는 부모님의 교육속에 그것이 바르다고 인식된 것일텝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친구하나가 메로나를 먹고 바닥에 휙 던지길래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왜 바닥에 버리냐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주 당연하듯 청소부 아저씨가 치운다는 말을 하고는 웃으며 달려갔습니다.
아마 그게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제 '바름'에 대한 괴리를 느낀 순간이었기에 그 순간만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듯 합니다.
무단횡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4일간 정말 너무 바쁜 순간들이 몇번씩이나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하나 걸리적 대던것이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였습니다. 정말 뛰면 몇초, 몇발자국 안으로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좁은 폭의 도로에 있는 횡단보도 말입니다.
무단횡단을 해본적이 아예 없다고 말씀은 못드리지만 평생을 살면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몇번씩이나 그 횡단보도에 급한 발걸음이 묶이면서 그냥 건너고자 하는 충동이 몇번이나 일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그 좁은 횡단보도를 그냥 건너갔습니다. 좁은 길에 비해 다음블록이 큰 대로라 신호가 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충동질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끊임없이 여러 큰 사고들을 되뇌었습니다. 삼풍백화점, 세월호 같은 사고들 말입니다.
우리는 일련의 큰 사건들, 그것도 메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원칙을 무시하고 '나하나쯤은'이라는 생각을 가짐으로서 일어난 아주 비극적인 참사들을 겪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세월호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세월호는 지금 많이 정치적으로 비화되었지만 근본은 우리 스스로들이 하나 둘씩 원칙을 어겨나갔기때문에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온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세월호 추모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슬로건 중 하나가 '어른들이 미안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치권의 문제라던지 컨트롤 타워의 문제, 지도층, 정치인, 유병언 일가, 선장 등의 문제로 들곤 합니다. 전부 맞습니다. 총체적 난국속에 일어난 사건이 맞습니다.
그러나 하나 빠진것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행동. 우리 각자가 조금씩 원칙을 어겨온 행동들이 빠져있습니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내던지고, 침을 뱉고, 무단횡단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애견출입금지 지역에 애견을 데리고 온다던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던지 등등등...
생각을 천천히 해보면 우리가 귀찮음 속에 어기는 원칙과 규칙들이 수도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주 이중적인 것은 자신들이 어기는 그런 사소한 원칙들은 세월호같은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세월호 이후 '어른들이 미안해'라는 슬로건이 온 사방에 나붙고 언론의 카메라속에 수십번 넘게 비춰지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각자 노란 리본사진을 내걸며 저 슬로건을 적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노란리본은 붙이고 있지만 원칙을 어기는 행동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운전을 하며 깜빡이를 켜주는 행동, 신호가 뜰때까지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는 행동 이런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 하나 바르게 간다는 생각, 정도에 대한 철저한 지킴이 있다면 우리가 따로 캠페인을 벌이고, 굳이 저런 말뿐인 슬로건을 내걸지 않아도 알아서 참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 저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질때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난 잘 지켜왔는데 내가 무엇이 미안한가? 저걸 올리는 본인들은 정말 매순간 떳떳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왜 내앞에 10명중 8명은 신호를 기다리지 않는 것일까, 내 앞에 리본 스티커를 붙여둔 저 차는 왜 차선변경시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것일까.
다들 자신의 원칙은 지키지 않으면서 사회문제를 욕하고, 정치인을 욕하고, 사건의 당사자들만 욕합니다. 그 사건의 당사자들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해나간 개인들입니다.
내 자신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도를 가지 않는다면 그들과 다를것이 하나 없지만, 내가 지키지 않는 원칙은 참사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도를 걷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야 비판적 시각과 발언에 힘이 붙고 명분이 생기고 논리가 서게됩니다.
비판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스팀잇 시작부터 지금껏 수도없이 많이 해왔습니다만, 그 비판적 사고의 시작은 바로 나에게 그 잣대들을 들이밀고 지켜나가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 하나 바르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이. 이것이 시작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전 신호등을 지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