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결막염이라고 했지만
서런 맘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목
재수없이 세련된 건물들 사이에서 빼꼼히 틀어앉은
한옥 한 채

낡은것도
안 낡은것도 아닌 짐작없는 풍채와
완전한 한옥이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인테리어.
4월의 길목에서 불어치는 겨울 바람처럼 모순이 가득한 한옥 커피집

커피말고도 다양한 템들을 팔구있다
쏠쏠하게 살피는 재미
미제 쵸-코렡이 부의 상징이던 시절 쯤엔 저런 패키지가 유행했겠지
원두를 담아파는 봉투에 눈길이 간다

커피말고도 빵이 유명하다고 (네이버가)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딱딱한 빵들
그 중 무화과 깜빠뉴를 고르고

계산대 줄을 서서 라떼도 시킨다

생각보다 많이 섹시한 공간이다
전등뿐만 아니라 시계, 벗겨진 벽
제멋대로 모은 컵과 잔과 박스들까지.
헝크러짐마저 계산했을, 앤틱을 흉내낸 카페 홍수속에서
간만에 잘-갖춰진 곳을 만났다

궁서체로 쓴 햄 앤 치즈, 소시지빵
정갈한 양키같아
(-얘네도 맛이 좋다고 합니다)

추워도 라떼는 아이스가 제 맛이다
맛에 대한 감흥이 자잘해지는 요즘이라 기대안하고 먹었는데 정말 괜찮다
잔잔해서 더 놓을 수 없다
한 숨 푹자고 일어났더니 기분 좋은 허기가 느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조그마한 힘이 퐁퐁 솟아 가뿐하다
호기를 부리기엔 나이를 꽤 먹었고
낭만 먹고 살자니 현실이 묵직하다
이 순간조차 그리울날이 오겠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해달라고 바라는 날이 오겠지
고민과 불확실은 색깔만 바꿔가며 매번 찾아오겠지만
그걸 즐길 법을 어렴풋이 더듬는걸 보니
애매한 나이를 숫자로만 먹지는 않았구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