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혼자 지내던 시간이 많았던 환경 탓인지,
아님 조용한 천성 탓인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친근감을 느끼고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궁금해졌다.
물론 나도 남편과 사랑을 키워 나가며, 또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며 친근감과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곤 하지만,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우리가 자연스레 교류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관계의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레 이루어졌기에 아리송하다.
나의 소수의 친구들과 가끔은 전생의 원수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남편과 같은 연결감을 다른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과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점점 궁금해졌다.
그러다보니 나는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어떻게 나에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관찰해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23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데 현재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많은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 부모도 다 크고 나면 같이 하루종일 있는 것이 불편해지는데 남의 부모는 어떻겠는가.
모든 것을 서로 처음부터 맞춰가야 하고 서로를 알아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트러블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직설적인 시어머니와는 여러 차례 트러블이 있었으나 단 한번도 트러블이 없었던 정말 온화하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우리 시아버지.
친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많은 나는
세상에 정말 이런 아버지가 존재하는구나,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나도 지금쯤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종종 상상해보곤 한다.
그런데 희안하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신랑의 성격도 그닥........
(참으로 미스테리 합니다)
암튼 원체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특히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나는 시아버지에게 싹싹하게 대하지도 못하고 이유없이 종종 뚱하게(나는 이유없이 종종 고뇌에 빠지곤 한다)있는데 그런 나를 항상 온화하게 배려해 주시는 시아버지를 보며 나는 시아버지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시아버지를 보며 시아버지의 무엇이,
이런 꽁꽁 닫힌 나의 마음을 열게 했는가.
무엇이 나에게 시아버지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했는가.
그것이 궁금해 시아버지의 평소 생활 태도를 주의깊게 관찰(나도 참 희안한 며느리다ㅋㅋ)해보곤 하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사람에게 압박을 줄만한 소지가 있는 말투로 얘길 한다거나, 상대방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얘길한다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분명 책임이 있는 것도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경우가 꽤 많은 듯 하다)
아무튼 위의 이러한 시아버지의 특성은 나로 하여금
내가 시아버지에게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이러한 것이 친근감과 연결감을 느끼게 만드는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시아버지의 특성을 발견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 중요하거나 재밌지 않은(시아버지와 나는 세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또한 살아온 환경도 다르기에 서로 기호가 다를 것이다)일상 얘기를 하실 때 종종 웃음을 띠며 혹은 살짝 소리 내어 웃으시며 그 얘기를 하신다는 것이다.
쇼프로나 개그 프로를 볼 때도 아주 재밌지 않으면 웃음에 인색한 나는 사실 시아버지가 하는 얘기가 나에게는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었지만 내용의 중요성에 상관없이 시아버지가 웃으며 하시는 얘기는 나도 왠지 모르게 귀 기울여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귀 기울여 듣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얘기를 듣고 있는 나도 어느새 같이 미소 짓고 있다.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고 한다.
상대방이 어떠한 표정을 지으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 표정을 똑같이 짓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누군가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누군가 내 앞에서 인상을 짓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우울해지고 예민해진다.
우리는 대인관계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여러가지 대화법 책도 훑어보기도 하고 여러 기술을 익히려 하지만 그런 책들을 아무리 훑어봐도 뭐 딱히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은
대인관계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굉장히 이성적이라고 종종 착각을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문제들 대부분은 감정에 더 많이 치우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직감은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느낌이 안 좋은 사람이 있고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있다. 이성과 함께 자신의 그런 직감도 잘 고려를 하여 인생을 살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충만한 연결감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는 꼭 조리 있는 말투와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갖추거나 꼭 나의 기호에만 맞는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말이라도
비호감인 사람이 말하면 귓등으로 들으나,
호감인 사람이 말하면 귀 기울이게 되므로
우리가 그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호감을 주는 것이
오히려 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나도 요즘에는 시부모님과 얘기할 때
내가 생각하기에 전혀 재밌는 내용도 흥미있는 내용도 아니나 살짝 소리내 웃으면서 혹은 웃음을 띠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대화의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지고 나의 얘기를 듣는 시부모님도 같이 미소 짓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거울 뉴런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람과 대화할 때 그저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욱 그 사람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음을,
나도, 상대방도 관계에서 충만한 연결감을 느껴
서로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