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도 역시나 미친 듯이 고집 피우는 아이 때문에 혹은 잘 시간에 안 자고 계속 울어대는 아이를 볼 때면 ‘내가 도대체 애는 왜 낳았지???’란 생각에 머리를 쥐뜯으면서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길 바란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애 이미 낳았는데 후회한다고 말하긴 뭐하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아이 낳길 잘 했어. 엄마 되길 참 잘 했어.’라고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바로 아이의 그 미쳐버릴 듯한 매력.
사랑하지 않고는, 껴안아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매력 때문이다.
아이의 주무기는 바로 그 천진난만한 미소.
방금 전까지 그 놈의 똥고집 때문에 정말 저걸 죽여 살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갑자기 날 보며 씨익~하고 살인미소를 날린다.
그러면 온갖 세상 엄격한 척은 다 하고 있던 나의 굳었던 표정도 어쩔 수 없이 풉~하고 무장해제 되고 무장해제 된 엄마의 표정을 본 아이도 더욱 더 찬란한 미소로 엄마에게 화답해준다.
‘그렇게 화 내지 말라고. 난 엄마 밖에 없다고.’ 말이다.
직설 대마왕인 남편을 처음 봤을 때의 심정을 한마디로 묘사한다면,
‘재수 없네…’
내가 좋아하는 배려심 있고 유머 있는 남자와는 전~혀 거리가 먼 배려 없고 유머 없는 그리고 침묵 속에 갑자기 한다는 말은 ‘너 화장을 왜 그렇게 해’ ‘너 웃을 때 왜 그렇게 오버하냐’ 이런 식…
나는 남편의 이러한 말칼에 너무나 많이 베어 사귄지 단 하루만에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는 이별을 통보한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와 우리 집 앞 계단에서 밤새 기다리며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너는 예쁘지는 않지만 착해...우리 다시 잘해보자…(진심을 다해)”
………… ‘너 죽을래? 이따위 말을 지금 이 상황에서 하냐?!?!’
훗날 이따위(?) 그의 열정적인 구애(덕분이면 좋았으련만..)로 결혼에 골인 후 발견한 것은 그의 이런 말칼은 그의 어머니에게서 고스란히 전해 배운 것이라는 것.
말칼의 원조 우리 시어머니는 겨우 두돌 조금 넘은 내 딸에게 이렇게 얘길 하곤 한다.
“너는 안 웃는게 나아. 웃으면 눈이 작아져서 안 이뻐.”
…… 역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아무튼 이러한 말칼의 2세 내 남편도 그만의 주무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말칼에도 가려지지 않는 순두부같은 순박함.
안 그래도 자존감의 자자(자자?..)도 모르는 나인데 이런 우리가 흔히 기피하는 남을 깍아내리지 못 해 안달인 사람을 만나다니…
‘어릴 땐 아빠 때문에 괴로웠는데 아빠를 안 보게 되니 또 이런 남자를 만나게 되는구나…(부모님의 이혼 후 떠난 중국 유학길에서 말칼 2세를 만남.) 가련한 내 인생.. ‘하며 나의 운명을 탓하며 나의 주특기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더랬다..
그의 말칼 어록을 만들어 책으로 출판해도 되겠다 했던 나의 그당시 친구의 말처럼 그는 내 (안 그래도 없는)자존감 잡아먹는 귀신이었으나 그를 결코 떠날 수 없었던 이유 단 하나는 재수없음으로 무장한 그의 겉모습에 가려진 순박함.
연애시절 나의 집 문고리에 걸어놓았던 ‘포도’와 나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자 나 몰래 밤에 찾아와 내 자전거를 옮겨주(다가 우연히 밖에 나온 나에게 들켰..)던 그…
<작은 것의 힘!힘!>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6mrdzg
그러한 그의 순박함 때문에 나는 그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는데 성공하지 못했고(시도는 수없이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국제결혼 십년차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가끔은 가련한 내인생..을 혼자 읇조리곤 한다..)
우리 인생이 참 그런 것 같다. 나에게 맞는 완벽한 사람을 찾고 싶고, 나에게 맞는 완벽한 일을 찾고 싶지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은 ‘그런 건 없다’ 이다. (ㅜㅜ)
어쩌면 다 이게 좋으면 저게 나쁘고 저게 좋으면 이게 나쁜건지…
그런데 우리가 하나 희망을 걸 수 있는 사실은 바로 세상 만사 다 장단점이 있지만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걸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평범한 우리가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조금이라도 빛을 보려면 역시나 자신의 주무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주무기가 있으면 아무리 다른 나의 허술한 단점이 많아도 주무기 하나로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다. 평범하고 딱히 예쁘지 않은(절대 나 얘기하는 거 아님.)글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내 글의 주무기는 ‘솔직함’이다. 쌩얼까지는 아니라도(너무 쌩얼이면 부담스러울까봐)비비 정도만 가볍게 바른, 너무 많은 것을 숨기지 않은 글을 쓰려 한다.
쓰다 보면 ‘너무 갔나?..’ ‘좀 적당히 미화시킬까?..’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그러한 생각이 들수록 처음에 남기고 싶었던 원래의 마음을 적으려고 한다.
왜냐면 나는 아니까.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나는 진솔함 빼면 시체라는 걸.
그리고 진솔한 나를 화려하고 똑똑한 사람보다 더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어쩌면 나 혼자만의 생각…)
대부분의 우리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고 단점 투성이이다. 하지만 단점 투성이인 우리도 한두가지의 장점은 있다.
단점만 보며 나는 똑똑하지 못해.. 나는 예쁘지도 않아.. 글 쓸 만한 소재거리도 없어.. 말도 조리있게 못해.. 라는 자괴감에 빠져 세상에 뛰어드는걸 망설이기 보다는 평범한 우리도 장점 한가지, 주무기 한가지는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바야흐로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을 응원한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우리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무기 하나를 갈고 닦아 그걸로 승부 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