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들렘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나뿐인 환경에서 살다보니 의식적으로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많은 혼잣말도 하고 되도록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쓰려는 노력을 했다. 나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주로 듣는 편이다.
그러나 이 관계에선 달라야만 했다. 얼마 못 자고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면 원래는 한마디도 입을 떼기가 싫은 기분이다. 아침에 마른 입을 벌려 말을 하면 기가 소모되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 특별한 관계에서는 그걸 깨고 노력해야만 했다.
#2
물론 다양한 어휘와 바른 표현을 위주로 하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으나 돌이켜보니 slang 의 비중이 높았다. 슬랭이라기 보단 드립, 매니악한 인터넷 용어를 여과없이 써버린 때가 많았다. 자연스러움이 중요하지 엣헴;;하고 앉아있는 것은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놈자식! 은 그 후로 너무 많이 써서 일상이 되었다. 현재 만으로 네살 쯤 된 즈음의 개구장이 아들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다.
#3
하기 싫어하는 걸(밥먹기, 샤워, 양치 등등 다수) 강요할 때면
아들이 안된다고 할때
내가 "돼!" 해버린 적이 있다.
바로 이 드립을 시전했던 것이다.
내 기억에 저 드립은 두번 밖에 시전 안했던 것 같다.
근데...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후로 내가 뭔가 안되다고 할 때면
"돼애!" 로 받아치는 습관이 굳어지고 말았다.
#4
잘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를 "빼냈던" 상황에서 아래의 드립을 시전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스타리그 해설자가 얼떨결에 웃긴 멘트를 했던 건데
웬지 모르게 적재적소에서 따라하고 싶었었다.
"빼냈거든요 끄집어냈거든요"
다행히 이건 안따라한다.
'부장님 개그도 어지간해야 받아주지' 라는 의미일까
#5
최근의 일이다.
스파이더맨과 헐크를 마주 대며
특히 입 부분을 맞추며
혹은 겹쳐 눕히며
"이거는 러브 하는거야"
라는 것이다.
나는 되도록 한국말만 쓰려고 하지만
러브같은 단어를 가르친적은 없었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와 어휘가 부족할 경우 태국어까지 섞어서 쓰곤 한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쓰는 저 대사.
"러브가 쉬운줄 알았는데, 꽤 어렵구려"
떠올랐으니 안할 수는 없었기에 해버렸다.
좋아하길래, 나도 재밌어서, 응용버전도 다양하게 써먹었다.
"xx가 쉬운줄 알았는데, 꽤 어렵구려"
옛날식 표현의 어감이 재밌어서인지 뭐든 어려운 일에 봉착할때면 활짝 웃으며
"꽤 어렵구려, 꽤 어렵구려" 드립을 친다.
그럼 나는 그 상황을 모두 설명하는 긴 문장을 만들어서 "~~ 꽤 어렵구려" 로 끝낸다.
긴 문장 말하기 능력이 늘기를 바라면서...
#6
태어난 날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이 아이가 과연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할 수 있을까?'
아빠의 기대치를 눈치채고 열심히 따라주었다.
너무나 고맙고 기특하다.
#7
지난달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에 비교해서 모든게 쉽다.
얌전하고 잠도 많이자고 잘 울지도 않고...
그에 더해 나도 한국말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안고서 첫째 때 보다 자신있게 여러가지 말을 쉬지않고 해준다.
'육아가 생각보다 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