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을 한 권 써봐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이 나왔을 땐,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이 동시에 생겨났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괜찮지 않을까?"
흔히들 하는 말처럼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으니 그다음부터는 처음보다 나아질 것이고, 다음 목표에도 다가갈 가능성이 클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꾸준히 글쓰기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첫 번째 저서인 '앙코르와트 지금 이 순간' 은 유적지 이해를 돕기 위한 여행 에세이 느낌에 여행정보를 적절히 가미시킨 정보전달 목적의 책이었기에, 한 번쯤은 생생한 여행 느낌이 묻어나는 글과 감성적인 여행사진을 담아낸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남다른 추진력으로,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지를 떠올리면서 에피소드들을 떠올렸다. 퇴근 후에는 매일 서점에 들러 여행 에세이들을 찾아보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주제를 잡고, 분석하고, 목차와 기획서를 완성한 후 원고 집필 스케줄을 짜서 에피소드를 차근히 하나씩 써 내려갔다. 샘플원고가 순탄하게 쓰인 후, 마지막 단계인 대망의 원고 투고까지 끝이 나고, 하나둘씩 출판사의 회신 메일이 도착했다.
“보내주신 원고는 저희가 출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긍정적인 회신이 오지 않았다.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의 반전이 없었다는 것. 결국 단 한 곳의 출판사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야 말았다. 내 생각과 다르게 출판사의 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땐
원고의 힘이 없었거나.
구미가 당기는 주제가 아니었거나.
수익구조가 맞지 않을 거라 판단했거나.
어쨌거나
다수에게 거절의 회신을 받았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봐야 했다. 새롭게 도전한 프로젝트는 이렇게 막이 내렸고, 틈틈이 글을 써가며 하나둘씩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글과의 싸움은 3년이란 시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실패하고, 다시 쓰고, 실패하고 다시 쓰고, 다섯 차례 정도 반복되어만 갔다.
그동안 기존 저서의 개정판 작업을 하고, 공동저서로 10명의 저자와 함께 진행한 '삼거리에서 만나요' 라는 저서를 제외하곤 단독 저서 출간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 번은 계약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으나, 결국 출판사와 뜻이 달라 미끄러지기도 했다. 첫 성공에 힘입어 자신감이 자만감이 되었는지, 성급함이 더해졌는지, 노력만으로는 빛을 볼 수 없었기에 조급함을 잠시 내려두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마음가짐.
'처음이 어렵지 두세 번은 쉽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부터 잘못이었을까.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어도 다음 저서가 나오는 건 처음 쓰는 것만큼 쉽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필력이 검증된 작가가 아니고서야 첫 책이 대박 난다고 해서 같은 저자의 다음 책이 대박이 날까?
아니다.
저자의 입장에선 꽤나 괜찮은 기획으로 글을 쓰더라도 출판사의 입장에선 저자와 뜻이 다를 수가 있다. 하물며, 저자와 출판사의 생각이 다행히 일치하더라도 막상 출간되고 시장에 펼쳐지면 독자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결국은 저자와 출판사,
그리고
독자의 마음까지
모두 일치해야 집필한 책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걸 출판사에서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 권의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하기까지 시장 상황과 현재 출판사의 입장 등을 면밀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절차에서 아마추어의 글쓰기가 합격점을 받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렵다는 걸 여러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출판사에서 대부분의 제작비용을 투자하는 기획출판의 기준이며, 저자가 원고의 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저자의 비용을 투자해서 어떻게든 책을 출간하는 건 가능하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판사의 판단에서 벗어난 원고를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출간에 투자하는 걸 망설이는 편이다.
조급함을 잠시 내려두고, 지난날을 돌아보며 얻은 결론은 글쓰기에 대한 자세를 달리하게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여행이 일이 되면서, 여행의 기준을 오로지 나에게만 맞추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 이러하니, 독자들도 이렇게 생각할 거야 라는 건 큰 오산이었다. 입장을 바꾸어 순수하게 여행을 가는 여행자로서 어떤 여행정보가 담긴 책이 손에 잡힐지를 고민하고, 내가 생각하는 여행보다 여행을 떠나는 독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만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달리 한 후 신중하게 접근하여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누구보다 자신 있는 주제로 기획을 잡아 한 문장, 한 문장을 꾸욱 눌러 담아 글을 써 내려갔다.
이번에도 원고에 대한 부정적인 회신들이 이어져갔지만 모든 출판사가 그렇지는 않았다. 당시 최고 인기 여행지였던 베트남 '다낭'에 대한 책이 나트랑과 연계된 가이드북으로 시중에 1권밖에 없었고, 다낭에 대한 여행 경험과 여행업계에서 담당자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정보력을 토대로 쓰인 샘플원고는 출판사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업계의 흐름상 다낭 여행의 성장세는 지금부터라는 걸 어필한 점도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확실히 판단이 적중한 성공적인 사례였다.
그렇게 출간된 최초의 다낭 단독 가이드북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상위권에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은 엄청나게 쏟아져나온 다낭 여행책자들과 함께 관심도를 조금씩 나누어 가져가고 있다. 두 번째 저서인 '설렘 두배 다낭 호이안 후에' 은 철저하게 독자인 여행자의 입장에 맞추어졌다. 현지에서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굉장히 가볍고, 필요한 정보만 골라 담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 편으론 바이블과 같은 가이드북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기엔 충분했다. 두번째 저서가 나오기까지 꽤나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 곳에 글을 쓰면서도 느끼지만 글은 참 어렵다.
그 글이 독자의 마음을 사기엔 더더욱.
지금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거나
여행이 직업이 되길 원하는 모든 이들의 텅 빈 마음을
충족히 채워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어본다.
[여행이 직업이 되면]
#1.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 관광 학도가 되기로 결심하다.
#3. 처음 한국을 떠나
#4. 대학생활의 꽃
#5.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입니다.
#6. 여행사직원은 여행을 싸게 간다?
#7.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잖아요
#8. 선생님 그리고 작가님
#9. 처음이 어렵고, 두세 번도 어렵고. [마지막회]
이번 이야기로 '여행이 직업이 되면' 연재를 끝마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좋은 여행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